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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곡동이박사 Sep 25. 2019

일본 불매 운동 뜯어보기

일본 불매운동은 비이성적인 민족주의적 파시즘인가?

2019년 우리 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일본 제품 불매 / 일본 관광 안 하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7월부터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대한민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및 수출 백색 국가 제외 등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자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보복조치로 일어나고 있는 불매 운동이다. 대부분의 우리 사회에서 일제 불매 운동은 상당히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혹자는 정치과 경제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매운동이 정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애먼 일반 일본 기업인들에게만 타격을 주기 때문에 불매운동 이 양국 경제협력관계를 해칠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있을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정확히 맞는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알아보자. 서울에 사는 김일봉 씨는 타던 자동차가 낡아서 새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로 검토해본 결과 토요타의 Camry XLE 가 본인에게 가장 알맞을 것으로 판단하여 구매를 결심하였다. 그런데 최근 아베 총리의 대 한국 수출규제가 시행되면서 한국에서 일본산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김일봉 씨는 일본산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아베 정권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전에 알아본 Camry XLE의 가격이 4,040만 원이었는데, 이 돈이 아베한테 가는 건 아니겠지?" 김일봉 씨는 자동차의 가격을 하나하나 개략적으로 뜯어보기로 했다.


Toyota Camry XLE 구매 가격 분해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세부항목은 제외,  실금액과 근소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음)


김일봉 씨가 4,040만 원짜리 토요타 Camry XLE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에 일정의 수입차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지불하게 된다 ( 2)와 3) 항목). 이를 제하고 나면 해당 자동차의 세전 수입 가격 ( 4) 항목)을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이 수입 가격이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다. 이것은 매출 가격으로 여기서 생산비용 등 각종 비용을 뺀 것이 영업이익 ( 5) 항목)이다. 토요타는 이 영업이익에서 일정 비율 일본 정부에 소득세를 납부한다 ( 6) 항목) 또한 이 매출로 발생한 토요타 노동자의 임금에서도 일본 정부는 일부 소득세를 걷는다 ( 8) 항목). 요약하자면, 토요타는 한국에서 매출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일본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하고, 토요타 노동자들의 임금 또한 소득세 과세대상이기 때문에 일본 제품 구매의 일정액은 일본 정부에 세수로 잡힌다. 김일봉 씨는 딱히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반한 기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아베 정권에 120만 원 정도의 세수를 가져다준다고 하니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본 제품들의 구매, 그리고 일본 여행도 위의 예와 마찬가지로, 세금 징수의 강제성 때문에 일본 관련 지출은 일본 정부 세수에 잡힌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 제품 혹은 서비스 소비행위는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세수에 크건 작건 보탬이 되는 결과로 귀결된다. 크건 작건간에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의 세수 감소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결코 의미가 없지는 않다. 




재무학 이론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만약 현재 일본 정부가 1980년대 사회당 정권과 같이 한일 우호 및 협력에 진지하고 전향적인 노력을 한다면 불매운동은 비합리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 아베 총리의 자민당 정권은 이전의 그것들과는 성질과 차원이 다르다. 많은 독자분들이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본은 마음먹고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좋건 싫건 간에 내 국적이 대한민국인데, 내 국적지와 국민을 싸잡아서 힐난하는 행위를 자국 내 정치에 이용하고, 또 이로 인해 양국 민간교류에 있어서 불신과 오해라는 벽을 만드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데 일부라도 나의 소득이 보태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불매운동과 같은 정치경제적 행위는 정확한 재무회계적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행해져야 그 효과와 당위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국가의 프로파간다, 그리고 파시즘에 가까운 왜곡된 민족주의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최근 일본 불매운동은 민족주의적 발상이고 국민정서를 이용한 정치적 선동, 심지어는 파시즘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국가권력이  특정 이익집단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며, 불매운동의 주체인 개인이 해당 행위에 대한 결과와 과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것이  개인의 가치판단에 부합된다는 전제하에 행해지는 것이라면 합리적인 소비자 행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토요타 Camry XLE 한국 내 판매 가격: 35,600,000 (부가가치세 포함 / 출처: https://www.toyota.co.kr/models/models_CAMRY.aspx)

*2 수입차 관세 (1995년부터 8%)

*3 자동차 부가가치세 (약 10% / 공장도가 별 상이)

*4 토요타 영업이익률 (2018년 기준 7.9% / 출처: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81113/92848554/1)

*5 일본 법인세 (2018년 기준 실효세율 29.74%)

*6 토요타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2018년 기준 5.9% / 출처: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8/12/807195/)

*7 일본 소득세 (도요타 평균임금 832만 엔, 2018년 기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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