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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Dec 23. 2021

EP.2 보통의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

문법도 스펠링도 틀렸지만 이게 우리 길이예요

앞으로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매주, 또는 격주로 찾아올 <브랜드 런칭일기> from 비댓비돈. 제 브런치를 통해 비댓비돈을 알게 되실 분들도 계신 만큼 브랜드의 첫 시작, 발단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오늘 글은 조금 더 편안하고 날 것의 이야기를 위해 창립자 푸르니(Purni)엑싯(Exit)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고요, 아무래도 한글로 명기하는 것이 이해에 직관적일 듯하여 호칭은 한글로 표현하였어요.

혹시 제 말투도 바뀐 게 보이시나요? 네, 맞아요! 저도 구독자분들과 대화한다고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친근하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저희의 대화를 들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닉네임 뜻은 뭔지, 두 분은 어떤 관계인지 등 궁금한 게 많으실 것 같아요!

푸르니: 안녕하세요, 푸르니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푸르게 살자, 라는 뜻에서 가족들의 첫 이메일 계정 형식을 purni로 통일해주셨어요.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푸른 마음을 계속 가져가고자 아예 닉네임으로 정했어요. 저의 건강한 멘탈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엑싯: 저는 디자이너 겸 디지털 아티스트 엑싯입니다. 전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나 자신이 그 세계로의 출구가 되자 라는 뜻으로 '엑싯'이라는 닉네임을 지었고요, 본명과 관계가 있기도 해요 ㅎㅎ 저희 둘은 대학생 때 미국 인디애나에서 같이 유학을 하다가 만나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인디애나에서 만난 인연이라니. 서로 만나면 그때의 추억이나 감성이 많이 떠오르시겠네요. 비댓비돈도 그때 시작되었나요?

엑싯: 사실 비댓비돈은 한국에 돌아온 지 한참 지나서 시작했지만 근본은 인디애나에서 시작된 게 맞아요. 저희 브랜드명의 영감을 얻어온 출처이기도 하고 인디애나 시절 겪은 감성들이 저희 브랜드에 녹아 있거든요. 우연히 함께 방문한 전시에서 b dat b dont로 텍스트만 한 바닥이 차있는 작품을 보았어요. 사실 전시회를 열어보셨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실 텐데, 작품 주제, 설명, 이런 거 적는 게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귀찮은 일이거든요, 까다롭고. 근데 이 중요한 작품 설명을 문법도 안 맞고 스펠링도 틀린 문장으로 꽉 채웠다는 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어요. 이건 그냥 교수들 내지 사람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딱 이러는 거잖아요. 저희 둘 다 “와.. 정말 악동 같지만, 한번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그때 공유했었던 거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 함께 브랜드를 해보자, 하고 마음먹고 브랜드명을 정할 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에게 제안해서 놀란 기억도 있죠.

푸르니: 말이 성립하지 않는 문장을 저렇게  내려간 마음은 도대체 어떤 거였을까. 엄청 강렬하게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남들이 말하는 이래라 저래라에 휘둘리지 않고  방식대로 살아봐야겠다 용기를 얻기도 했고요. 한국이 워낙 그런 말들을 쉽게 하기도 하고, 저도 회사원이  순간부터 남들의 기준에 맞춰 성공하려고 하고 무의식적으로  삶을 스스로 재단한다고 느꼈어요. 별다른 계기는 없었는데, 정말 한순간 느꼈어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걸 해봐야겠다! 그게 바로  브랜드를 내는 거였고, 마음이 맞은 엑싯과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대학생  브랜드를 내고 싶어 엑싯과 함께 작업실도 구하고 옷도 직접 만들었었는데 취업 등의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끝까지 가져가 보지 못했거든요. (이때가 2018년인데, 이때 만든 옷에도 bdatbdont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요. 나름 역사 깊죠?) 아무튼 제가  메시지로 다시 용기를 얻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영감을 전달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비댓비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좌)전시회에서 마주친 bdat bdont의 첫 순간 (중)18년도에 시작된 비댓비돈의 움직임 (우)패기 넘쳤던 푸르니와 엑싯
정말 강렬한데요. 혹시 브랜드 이름 말고도 미국에서의 경험이 브랜드 무드에 영향을 준 것도 있을까요? 색감이 꼭 80년대 미국 빈티지스러워서요

엑싯: 오 맞아요. 저희는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있었는데, 정겨운 시골 같은 곳이에요. 화려하진 않지만 히피적인 자유로운 느낌이 있고 그게 저희 비댓비돈에도 레트로하고 자유로운 감성을 담는데 영감을 주었죠.

푸르니: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자유롭고 도전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걸 정말 많이 봤어요. 이때의 기억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안주하지 말자는 힘을 주었고, 그 의지가 브랜드에도 담기게 된 것 같아요.


궁금했던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것 같아요 ㅎㅎ 혹시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봐도 될까요?

푸르니: 여태까지는 스냅스나 오프린트미와 같이 신진 브랜드를 후원하는 곳들과 콜라보해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앞으로는 저희의 방향성이 담긴 물건들을 직접 발로 뛰어 제작해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엑싯: 현재 품목은 4~5개 정도로 구상 중이고 여러 온-오프라인 채널에도 입점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어떤 품목들로 준비 중인지는 앞으로 배터님이 브런치에 스포 해주실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 저희같이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공유해주실 거예요.


함께 준비 중인 저도 너무나 기대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비댓비돈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포부 한마디 듣고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푸르니: 정체성은 확실하지만 유연한 사고를 가진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저희 스스로도 우리의 색이 뭔지, 어떠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장 속에서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엑싯: 동감해요.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는 모르지만, 저희 스스로가 그리는 대로 흔들리지 않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정진하려고 합니다.


옆에서 저희 대화를 지켜보시는 느낌이 나도록 노력해서 작성해보았는데, 편히 읽히셨을지 모르겠어요. 보시면서 이 브랜드는 뭐지, 뭐하는 애들이 만드는 거지?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건지 등 ㅎㅎ 어떠한 생각의 꼬리라도 이어지게 되었다면 저는 이번 글에서 엄청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사는 건, 보는 건 쉬워도 제 것 하나 만드는 건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브런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 보다 공감을 많이 해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저희가 물건을 제작하는 과정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제게 여러모로 의미 있었던 2021년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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