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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Jan 03. 2021

#4 4만 명이 참여한 인스타그램 이벤트? #줄서봐_영

말많탈많 인스타그램 스니커즈 드로우

새해가 되어서야 찾아온 #줄서봐_영 캠페인 후기. 사실 이유가 있다.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줄서봐영 캠페인과 우리 팀의 이야기가 패션비즈 1월호에 실리게 되었다.


무신사, 블랭크, 제일기획 팀과 같이 콘텐츠 관련하여 기재되었고, 패션비즈 출간을 기다리던 와중 대학내일 MZ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에서도 우리 캠페인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주었다. 이 역시 무척이나 감격이었던 것이 우리 팀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내부적으로 어떤 명확한 골을 가져갈까 이야기를 나눌 때 '캐릿'같은 곳에서 우리를 먼저 쌰라웃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이벤트일 수 있지만 이렇게 칭찬(?) 받다니 그간의 고생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패션비즈 인터뷰는 내용이 영 별로라 콘텐츠를 더 객관적으로 리뷰한 캐릿 기사 링크를 첨부한다. (캐릿 기사 보러 가기)

패션비즈와 캐릿에 소개된 우리 팀과 줄서봐영 캠페인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번 챕터에서는 줄서봐영 캠페인을 인스타그램 인증 형태의 캠페인으로 기획한 이유, 그리고 허들이 높은 방식과 이벤트 규모에 비해 많은 바이럴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인사이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캠페인은 기간 중 이벤트 계정 팔로워 1.4만, 참여자 3.8만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벤트의 목적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영등포점 리뉴얼 이슈화' 및 'MZ 놀이터 제공'이다.

이를 위해 영등포 1층 리뉴얼 MD 중 가장 MZ 스럽고 캠페인 이슈화에 도움이 될만한 스니커즈 래플이라는 씬을 접목했다. 캠페인 이름부터가 줄서봐_영(등포)인 셈.


스니커즈 래플을 기반으로 어떻게 놀이터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가장 길었다. 기존 스니커즈 씬과 백화점 타깃, 그리고 MZ 스러운 포맷을 모두 고려하여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슈테크가 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니커즈 래플은 MZ 내에 폭넓게 화제가 되기에는 다소 타깃이 한정적인 소재다.(피마원은 피마원이기에 가능한.. 아시죠?)


아무튼 한정판 스니커즈는 남성 사이즈가 대부분이며 메인 커뮤니티도 남성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이럴이 타깃 내부에서만 도는 편이다. 즉, 바이럴의 메인을 담당하는 여성이나 매스 타깃으로의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보통 스니커즈 드로우나 래플은 앱 내에서 진행되거나 조건에 맞는 착장(보통 드레스코드라 한다)을 입고 사진을 올려서 응모를 해야 하며, 실제 오프라인 캠핑 같은 경우는 정말 입문자는 아예 도전하기 힘들 정도로 입문 조건이 까다롭기도 하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스니커즈 씬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흑흑


이런 응모에 참여하는 분들은 이미 기존 스니커즈 씬에 속한 분들이고, 우리가 어떤 이벤트를 해도 하실 분들은 알아서 하시리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숙제는 이런 래플을 해보지 않은 '슈즈 입문' MZ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라는 거였다. 우리는 이 문제를 'insta-worthy 한 비주얼', '참여 과정 허들의 최소화'를 통해 정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1. 어떻게 insta-worthy 한 비주얼을 만들 것인가 : DIY 캐릭터

MZ세대 내에서 입소문이 나는 캠페인이 되기 위해서는 광고가 아닌 자발적 참여와 공유를 통한 노출이 필수적이다. 다만 많은 분들이 우려하듯이 인스타그램 인증 이벤트는 본인 계정의 톤 앤 매너를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벤트용 부계정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실질적인 고객 경험을 주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비주얼과 퀄리티라고 판단했다. 스니커즈 씬 내에서 활발한 인스타그램 줄 서기(에어맥스, 스니커즈 홍대 줄서기 등)과 닷 페이스의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등을 보면서 개성 표출과 일종의 미닝 아웃(소속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동일한 이미지들로 이벤트 응모에 참여해 피드를 볼 때 재미가 없고 피로도가 쌓이는 것은 원치 않았고 참여과정에서 스스로 재미를 찾았으면 했기에 '헤드+바디+아이템' 조합의 DIY형 캐릭터로 기획에 들어갔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팔로워 27만의 '아리 작가​'님과 콜라보했는데, 팀에서 아리 작가님을 가장 선호했던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최신 유행 패션 캐치에 능함

2) 그림체에 성별이 도드라지지 않음(젠더 리스한 표현 가능)

3) 두터운 여성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 스니커즈 씬이 보유하지 않은 여성 타깃 대상 노출 가능 

헤드+바디+아이템+응모 슈즈 선택 조합의 페이지 기획
최종 완성 페이지와 완성된 캐릭터/ '헤어+바디'를 섞어 제작한 참여자 반응

이러한 방식으로 캐릭터 조합을 가능하게 했고, 기본적으로 '어디서 본 듯한' 유행하는 헤어와 패션을 기반으로 '이거 나 아니야?' 할 수 있는 비주얼을 선사하고자 했다. 부가적으로는 남녀 스타일의 구분을 지양하고자 하여 일부러 중성적인 표현을 많이 담았고 실제로 남녀 의상 구분 없이 업로드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2차 meme으로는 수염 난 남자+미니스커트 조합으로 '끔찍한 혼종'이라며 올리시는 분들도 정말 많아 나름 팀의 의도가 잘 먹혔다고도 생각했다. ㅎㅎ 기획자로서 이럴 때 가장 재미있다.


덧붙여서 슈즈 별 응모 해시태그의 경우에도 슈즈를 좀 알만한 분들이 줄여 부르는 애칭으로 줄여보았고(ex. 오프 화이트 조던 = 옾화) 슈즈 별 해시태그를 통해서도 본인이 응모하는 슈즈에 함께 응모한 다른 사람들을 보며 함께 줄 서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획 의도를 통해서 MZ에게 'insta-worthy'한 포스팅을 선사하여 부계가 아닌 본계로 응모할만한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특히나 주변 여성분들에게서 그림체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벤트 응모스럽지 않은 게시글을 올릴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캠페인 마감 시 해시태그가 3.8만이었는데, 마감된 지 약 2주가 넘은 지금 남은 해시태그는 3.4만으로 이벤트 마감 후 약 10%의 참여자만 게시글을 삭제했으니 실제 그들의 피드에 나쁘지 않은 게시글로 남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이탈률을 줄이는 방법 : 마이크로 페이지 제작

우리는 이번 이벤트 기획의 kpi를 인스타그램 포스팅 참여자로 잡았다. 사실 캠페인에 돈을 좀 써보자 결정하는 순간부터 고객 여정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들이 많아진다. 이벤트 하시는 김에 앱 설치도 해보시고, 가입도 해보실래요? 하는 이벤트들 많이 보셨을 거다. (TMI지만 난 일할 때 항상 모닝 사려다가 소나타 사게 된다는 보태가 소나타 이론을 경계하는 편이다.ㅋㅋㅋ)


물론 우리도 당사 앱을 운영하고 있고 보통 스니커즈 드로우가 앱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앱을 통한 참여를 고려 안 한 것은 아니나 과감히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생략했다.


왜냐면 우리는 관여도가 높은 참여자(절차가 어떠하든 무조건 참여하는 사람)가 필요한 게 아니라 위에 언급한 '슈즈 입문', 즉 라이트 한 목적의 사용자들을 이끌어 내야 했기 때문이다. GA 결과를 보니, 페이지 방문자 중 56%는 스크롤을 내렸고 40%는 참여 버튼을 클릭했으며 이중 36%가 캐릭터 완성 페이지에 도달했다. 나도 이렇게 페이지별로 이탈률을 체크해본 캠페인이 처음이라 이 데이터는 차후에 as is 데이터로 활용해볼 예정!


마이크로 페이지 제작이 방법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 많고 얕은 결과보다는 뎁스 있고 주목도 있는 결과를 가져가기 위한 의사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실무자가 오퍼레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이크로 페이지 제작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MZ세대는 당첨되지도 않은 이벤트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개인정보 입력 과정도 삭제했다.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후에 당첨자 발표 시에 인력을 갈아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고려하는 분께서는 반드시 대행사에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솔루션을 소유하고 있고 랜덤 함수 등의 방식을 통해서 당첨자 선정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해야 한다. 공수가 개발단에 들어가냐, 운영단에 들어가냐의 차이와 캠페인 kpi를 기준으로 진행방식은 결정하면 되겠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뭐 나름 잘 끝난 캠페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포인트들이 너무 많다. 캠페인이 목적성이 뚜렷하여 고객에게 고지해야 할 정보가 많았기에 공유보다는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페이지 자체의 공유 유도 포인트가 적었다.


제일 최악이었던 부분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api 연결을 못 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기본적인 실수를 정말 싫어하는 편이다.)


부연 설명하자면 각 SNS마다 디벨로퍼(개발자)를 위한 사이트가 있는데, 해당 개발사에서 이 계정들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처음 개발 요청서에도 당연히 포함되어있던 부분이라 대행사에게 강하게 컴플레인했으나 결과적으로 일정 문제로 진행하지 못했다. 페이지 제작에 api 활용이 필수라면 개발사의 컨디션 체크는 필수로 진행하시길 바란다.


회사 내부적으로 이슈도 많았고, 목표한 바의 50%도 다 못 진행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 경험을 초석삼아 더 재밌는 경험과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 복기해보았다.


다음 편에는 작년에 진행한 브랜딩 TVC 파트로 찾아오겠습니다! 앞으로 찾아오는 챕터들도 정말 커리어가 중구난방이라 왜 제 브런치가 커리어 심폐소생기인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또 다음 편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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