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의 신흥 강자 '밀키트'
CJ제일제당이 2019년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론칭하며 밀키트시장에 발을 들였다. 식품 대기업 경쟁사들이 2014년 진출한 것에 비해 다소 늦은 시작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매달 20%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쿡킷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량이 월평균 20%씩 성장했으며 7~8월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신장했다.
2020년 4분기 매출액은 2019년 4분기 대비 약 4.5배 성장했다. 특히, 2020년 12월에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는데,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약 6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밀키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 규모는 밝히기 어렵지만 쿡킷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일 2000건에 달하는 주문이 이루어지고, 주 소비층인 35~45세대의 재구매율은 40%이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향후 밀키트 센터 건설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액에서 쿡킷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쿡킷 브랜드 론칭 당시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으며, 3년내에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2020년 매출액은 14조1637억원이다. 이 중 식품사업부문은 8조96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사업부문 매출 규모가 9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밀키트가 미치는 기여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쿡킷은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격주에 4가지 메뉴 개발을 목표로 매달 8개의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메뉴는 식품연구소와 전문 셰프 부서인 푸드시너지팀이 협업해 개발한다. 2월 기준 쿡킷은 평균 20~25가지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신메뉴는 5가지다. 메뉴는 그동안 수집한 빅데이터와 시의성, 소비자 반응 등에 따라 결정된다.
쿡킷은 ‘셰프의 요리 키트’라는 콘셉트를 가진 만큼 메뉴 초안을 잡는 과정에만 11명의 셰프 모두 평균 10번 넘게 조리 및 평가를 진행하는 등 하나의 메뉴를 출시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출시된 메뉴는 117개, 개발된 레시피는 255개다.
또한 쿡킷 콘셉트와 어울리게 메뉴마다 셰프의 요리·취식 노하우를 전하는 ‘COOKIT 셰프 팁’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메뉴 론칭 전 메뉴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이 쿡킷 제품을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반드시 확인한다. 일반 직원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쿡킷 메뉴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밀키트를 제작한다. CJ프레시웨이를 통해 원물을 소싱하고 CJ대한통운을 활용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원물을 계열사에서 공급받는 만큼 발주 방법 역시 차이를 보인다. 보통 D1, D2 발주를 넣는 경쟁사와 달리 2주 전 발주를 넣는다. 첫 발주 후 쿡킷과 CJ프레시웨이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종 발주 물량을 조절한다. 발주 물량은 그동안의 빅데이터에 따라 정해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4일 전 넣는 발주양은 입고 물량의 대략적인 기준이 될 뿐 처음 발주양 그대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파 10㎏을 발주한다고 가정하면, 실제 발주양이 8~12㎏이 될 수는 있지만 3㎏이나 20㎏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들여오는 원물 형태 역시 경쟁사와 다르다. CJ프레시웨이에서 전처리를 마친 원물이 들어와 쿡킷에서는 해당 원물을 레시피별로 자르고 소분해 담기만 하면 된다.
단, 전처리한 원물은 신선도 유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풀콜드체인을 통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원물 입고 즉시 바로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9년 3월 농산물 전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쿡킷은 재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새벽배송 방식만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배송 가능지역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권역이다. 연내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이후 전국구 배송으로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쿡킷은 포장 방법의 고도화로 밀키트의 단점인 짧은 유통기한을 보완했다. 먼저 농산물의 경우 품목별 특화된 온도 관리와 숨 쉬는 채소 포장을 적용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확한 후에도 산소 호흡을 하는 채소의 산소를 줄이면 호흡이 줄어들고, 마치 잠든 것 같은 가수면 상태에 접어든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채소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채소라도 배출하는 산소의 양은 각각 다른데 배추와 당근으로 예를 들면, 배추는 산소를 많이 배출하고, 당근은 적게 배출한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특성에 맞춰 산소의 농도를 조절한 후 포장하는 MA 패키징(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기술을 활용한다. CJ제일제당은 해당 기술을 통해 쿡킷의 신선도 유지기한을 6일로 늘렸으며. 연내 신선도 유지기한을 8일까지 늘릴 예정이다.
육류의 경우 미생물의 위협을 피하는 낮은 온도에서 얼기 전까지 숙성시키는 슈퍼칠 에이징(Super Chill Aging) 과정을 거친 후, MA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고기를 신선하게 보관한다. 이 기술을 통해 고기의 변화를 최대한 막는 동시에 산소 농도를 고기 별로 맞출 수 있다. 이 외에 블랜칭(Blanching), 쿡칠(CookChill) 등 육즙을 보존하고 식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한편 쿡킷만의 전용 소스 구현을 위해 논산공장에 소스 라인을 구축했다. 논산공장에서는 쿡킷 소스와 해찬들 등의 제품 제조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지만, 같은 제조라인에서 생산을 병행하는 것이 아닌 쿡킷 전용 라인을 만들어 생산하고 있다.
쿡킷은 높은 수준의 품질/위생관리를 위해 총 7단계에 걸친 까다로운 검증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원물 점검부터 공급처의 생산과 관련된 시설설비, 생산공정, 위생관리 운영능력 등 모든 사항에 대한 다차원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생산에 앞서 품질을 재점검하고, 메뉴 완성 후에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품질 검사를 수행한다. 입고 후에도 모든 메뉴는 전수조사를 거친 후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CJ제일제당은 자의 반 타의 반의 이유로 쿡킷 제품을 쿡킷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쿡킷 온라인몰 및 앱 그리고 CJ더마켓 등 자사몰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에서 자사 밀키트를 직접 판매하며 판로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도 있지만 CJ제일제당은 자사몰을 백방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자사몰을 활용하면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를 쿡킷 메뉴 개발, 원물 발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쿡킷 앱은 소비자 편의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정일 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는 물론 솔직한 사용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리뷰 전용관’도 운영하고 있다. 또 기존에 종이 형태로 배송되던 레시피 카드를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동영상 형태로 제공한다.
메뉴 카테고리에서는 KIDS, 한식, 매운맛 등 다양한 테마별 메뉴를 구성해 소비자 취향에 맞춘 큐레이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날씨에 맞는 메뉴를 추천하는 챗봇 서비스도 탑재했다.
쿡킷 앱은 후기와 평가를 기반으로 메뉴 개발및 맛 품질 개선, 운영 등을 역할을 수행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 7월에 선보인 쿡킷 앱은 서비스 1개월 만에 다운로드 2만건을 돌파했고, 2월 현재까지 누적 약 11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쿡킷과 CJ더마켓의 무료배송 기준 금액은 모두 4만원이며 주문 마감 시간은 오전 7시로 이른 편이다.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CJ제일제당은 쿡킷 인지도 확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쿡킷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쿡킷 랜선 시식’ 캠페인을 진행했다. 랜선 시식은 음식을 맛본다는 시식에 소통을 더한 개념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해보고 공유하는 방식이다. 내식(內食)이 확대되며 소셜미디어에 집밥을 게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쿡킷 랜선시식’ 캠페인은 다양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요리,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특화된 인플루언서 23명으로 이루어진 ‘쿡킷패밀리’의 생생한 후기를 통해 쿡킷을 경험할 수 있는 ‘랜선시식회’, 쿡킷 후기와 함께 이를 추천하고싶은 지인 2명을 지목해 포스팅을 이어나가는 ‘랜선시식 릴레이’ 등이 있다.
더불어 쿡킷과 관련된 사연이 있는 소비자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성 있는 후기 등을 공유하는 ‘테스티모니얼’,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메뉴를 쿡킷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공유하는 ‘랜선시식 챌린지’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도 쿡킷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인지도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2021년 3월 1일자 더바이어 372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