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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에 집착하지 않고 스코어 줄이는 법

장타가 스코어의 필수 요소가 아닌 이유

 칼럼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은 나중에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목차까지 다 써놓고 계속해서 글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유튜브에 대한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아웃, 아웃인 스윙 궤도에 대한 내용이나 스쿼팅, 원심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글로 풀어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글로 쓰면 길게 풀어써야 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면 이해가 굉장히 쉬워진다. 영상으로 먼저 보여준 후에 글로 풀어쓰면 이해가 더욱 빠를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미뤄두고 있다. 원래는 올해 가을에 유튜브를 시작하는 게 목표였는데, 작년 11월에 오십견을 앓고 올해 허리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기가 조금 어려워졌다. 치료와 연습에 전념한 후에, 내년에는 유튜브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오전에 쓴 스코어에 대한 글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제 꽤나 많은 분들이 브런치스토리에서 내 글을 읽어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에서 토픽이 완성될 때마다 글을 쓰고 있는데, 오전에 한 편으로 쓰려고 했던 글이 너무 길어졌다. 하루 일과를 끝낸 저녁, 다시 패드를 켜고 앉았다. 글을 마저 쓰고 잠을 청해야겠다.


 퍼터는 돈이다가 드라이버는 돈이다로 바뀐 지 몇 년이 흘렀다. PGA 프로 선수들은 연일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때려낸다. 파4홀이 조금이라도 전장이 짧거나 물을 건너서 칠 수 있다고 하면 350야드의 먼 거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드라이버를 잡는다. USGA에서 공의 반발력을 조절해 거리를 줄이겠다고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골퍼의 피지컬은 향상되고, 장비는 연일 발전을 거듭한다. 골퍼와 클럽의 발전을 골프장 설계가 따라가기 어렵다. 전장을 몇십 야드씩 늘릴 수도 없고, 파5홀을 파4홀로 조정해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고작이다. 도전에 대한 상벌을 엄격히 만들어 놓으려 해도 장타자들이 문제를 가로질러 넘어가 버리면 방법이 없다. 아기자기하고 복잡한 골프는 더 이상 없다. 골프장은 머리가 아플 만하다. 문제는 골프를 보고 즐기는 갤러리들과 아마추어 골퍼들이 장타를 선호한다는데 있다. 시원시원하게 지르는 남자 골프가 인기가 많은 이유도 이것이다. USGA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우리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물론 우리들 아마추어 골퍼들도 300야드 장타를 때려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프로 선수들만큼이나 홀을 쉽게 쉽게 가로질러 스코어를 줄인다. 하지만, 피지컬의 향상과 장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남자 골퍼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00m가 고작이다. 200m로 스코어를 줄일 수 있을까? 소위 맞자마자 떨어진다는 ’맞떨‘ 드라이버 티샷을 가지고도 싱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우리는 평생을 장타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아이언과 웨지샷은 정확성이 생명이다. 멀리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확하고 일정한 거리를 보내서 원하는 거리에 떨어뜨려야 퍼팅이나 어프로치에 유리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스코어로 이어진다. 그런데 드라이버는 어떨까? 무조건 멀리 보내면 좋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고 일정한 거리를 보내기보다는 최대한 세게 쳐서 멀리 가게 만들고 어떻게든 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린과의 거리를 생각하고 아이언을 잡을 때는 아이언 번호를 결정하는데 그렇게 신중하면서, 드라이버는 어디에 어떻게 떨어뜨릴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힘껏 휘둘러 댄다. 심지어 에이밍도 정확지 않다. 세게 때릴 테니 어떻게든 살아만 다오.


 드라이버 티샷을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칠 수 있으려면, 120%의 스윙이 아닌 80%에서 100%의 스윙을 해야 할 거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편안하게, 말 그대로 ‘툭 친다’는 느낌으로 드라이버를 휘두른다. 혹자는 ‘드라이버 번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매우 적합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떨어뜨리고자 하는 곳에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면, 거리를 조금 손해 보더라도 세컨샷에 유리한 곳에 보낼 수 있다면, 레귤러 온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드라이버 티샷을 왜 강하게 치면 안 되는가? 10m라도 멀리 보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리한 거 아닌가? 아이언 하나 짧게 잡는 게 훨씬 유리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맞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글에 이어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코스 매니지먼트 방법 한 가지를 마저 소개하려고 한다.


 이 방법을 이용해 스코어를 줄이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편한 거리 하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아이언 필살기 하나를.


 모든 홀을 파3홀로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곳에 떨어뜨릴 수 있는 거리를 갖고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대부분 7번 아이언으로 골프를 처음 배운다. 가장 많이 휘두르는 클럽이 7번 아이언이고, 많은 남자 아마추어 골퍼의 7번 아이언 비거리는 130m이다. 130m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어떤 라이든 관계없이 편하게 보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파4 330m 홀에 왔다. 평소 같으면 이 홀 전장이 몇 m인지, 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이 없다. 그저 머릿속에 일단 드라이버를 멀리 보낼 생각만 가득하다. 좌도그렉 우도그렉, 물이 있는지 벙커가 있는지 정도만 보면 된다. 있는 힘껏 공을 칠 준비를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티박스에 올라간다.


 그런데 파4홀을 앞서 말한 방법대로 새롭게 바라보자. 나는 파3홀 130m를 만들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파는 물론이고 버디도 노려볼 수 있다. 130m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거리니까. 그럼 드라이버는? 200m를 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난 무조건 130m를 남겨야 한다. 티샷의 목표가 분명해진다.


 130m를 남기려는 목표가 생긴 순간, 홀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핀에서 130m를 남기려면 어디가 제일 좋을까? 그린의 모양과 핀의 위치를 살피고, 티샷이 떨어질 곳의 라이를 살핀다. 가능하면 좋은 라이에서 130m를 보내고 싶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필 좋은 위치에 벙커가 있다. 핀이 잘 보이는 위치는 어디일까? 내 드라이버 티샷의 구질에 따라 오른쪽이나 왼쪽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거다. 떨어뜨릴 위치를 정하고, 내 구질에 맞추어 오조준을 한다. 힘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난 정확하게 200m를 보내야 하고, 200m만 보내면 된다. 원하는 위치에 공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자신 있는 세컨샷으로 버디를 노릴 수 있다.


자, 이제 파5홀이다. 460m란다. 460 - 130 = 330m다. 어차피 한 번에 보내진 못할 거 같고, 두 번 쳐서 330m만 보내면 된다. 난 130m를 남길 거니까. 그럼 한 번에 올려서 버디나 파를 노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홀의 모양을 살핀다.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대신 페어웨이가 좁다. 그렇다면 굳이 드라이버를 잡을 이유가 없다. 두 번 쳐서 330m를 보낼 수 있는 조합을 찾으면 된다. 여유 있게 3번 유틸리티를 잡고 티박스에 선다. 왜 파5홀에서 드라이버로 지르지 않냐는 동반자의 야유 따위 가볍게 무시한다. 넌 장타를 칠거지만, 난 버디를 할 거니까. 180m만 보내자. 킥이 좋아서 더 가주면 땡큐고, 못 가면 유틸리티로 한번 더 치면 된다. 써드샷을 어디서 칠지는 정해놓았으니까, 두 번 쳐서 그 언저리에 갖다 놓는 게 목표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그래서 프로들이 자신 있는 거리에 목을 매는 거다. 내 분신과 같은 아이언이나 웨지샷 하나 갖고 있으면 스코어가 말도 안 되게 빨리 줄어든다. 그리고 파3홀 4개를 제외한 14개 홀에서 모두 그 샷을 사용해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샷이니까. 그게 바로 내 필살기니까.


이제 마지막 단계다. 홀에서 130m 떨어진 곳을 어떻게 찾냐고?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핀의 위치 때문에 정확한 거리를 재기도 어렵다. 제일 먼저 티샷을 해야 할 때나 뒷팀이 밀렸을 경우 홀을 바라볼 시간 따윈 없다. 그래서 프로에겐 야디지북이 있고, 우리에겐 골프장 홈페이지가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홀의 모양과 거리가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핀의 위치에 따라 10-20m 차이는 날 수 있으니 앞핀인지 뒤핀인지는 티샷 전에 캐디에게 물어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 라운드 하루 전에 의식을 치르듯이 내일 사용할 골프공에 도장으로 마킹을 하고 퍼팅 라인을 긋는다. 골프공과 도장, 펜을 꺼낸 뒤에 골프장 홈페이지에 접속해 내일 라운드 할 홀들을 미리 한 번 둘러본다. 나에게 불리한 홀, 유리한 홀. 드라이버를 쳐도 되는 홀, 안 되는 홀. 드라이버를 못 친다면 어떤 클럽으로 티샷을 할지 정하고 파3홀도 대강의 거리를 분석해 어떤 클럽을 잡을지 미리 정해둔다. 물론 내일 라운드에서의 내 몸상태에 따라 클럽 한두 개 거리 정도는 변할 수 있겠지. 그래도 미리 홀을 한 번 둘러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과 무작정 매 홀에 부딪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걸 우리는 코스 매니지먼트라고 한다. 나는 아직 그럴 실력이 되진 못하지만, 코스 전장과 홀의 모양에 따라 우드나 유틸리티, 드라이빙 아이언의 조합을 바꿔 라운드에 임하는 골퍼도 있다. 필요한 거리에 맞는 클럽을 미리 챙겨두는 것이다. 나도 3번 우드를 빼기도 하고, 유틸리티와 드라이빙 아이언을 번갈아 백에 넣기도 한다. 아직까지 코스 매니지먼트보다는 내 컨디션에 따라 클럽을 정하는 것이긴 하다. 컨디션이 좋다 싶으면 드라이빙 아이언을, 몸이 좀 무겁다 싶으면 24도 유틸리티를 넣는다. 유틸리티가 좀 더 편하다. 드라이빙 아이언은 컨디션이 좋을 때 한방을 노리기 좋다.


드라이버 장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골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무조건 멀리 치고 백스핀으로 붙이고 탭인 버디를 하는 PGA 스러운 골프가 아닌, 내 샷과 거리를 가지고 나만의 방법으로 홀을 공략하고 버디나 파를 목표로 하는 나만의 골프가 생겨난다. 그래야 골프가 재밌다. 200m 똑바로 잘 보내놓고 동반자의 250m에 기죽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동반자가 웨지 잡을 때 난 7번 아이언 잡아도 괜찮다. 7번 아이언은 내 필살기니까. 너보다는 내가 세컨샷을 그린에 올릴 확률이 더 높을 테니까. 난 이 거리만 잘 치거든.


골프가 좀 더 재미있어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모든 홀의 화이트티 거리를 통계로 분석해 79타의 비밀이란 책을 쓴 박경호 작가에 의하면, 대한민국 골프장의 화이트 티를 기준으로 79타를 치기 위해서 필요한 드라이버 거리는 180m, 아이언 거리는 150m다. 물론 150m는 유틸리티로 쳐도 무방하다. 내가 원하는 곳에 떨어뜨릴 수만 있으면 된다. 비록 장타를 갖지 못했다 해도 정타와 그에 맞는 코스 매니지먼트만 있으면 된다. 야너두? 79타 칠 수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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