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골프 최대의 난제, 릴리즈와 로테이션

그래서 손목을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운동 신경이 없고 반대 스윙을 하는 내가 - 이제 이 핑계도 지겨울 때가 됐다 - 골프를 접하면서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요,라고 가르쳐주는데 나는 그게 자연스럽지가 않은 거다. 임팩트 이후 팔로스루에서 손목의 모양이 어떻게 되는지, 왼 손목은 꺾이는 건지 안 꺾이는 건지 언제 꺾이는 건지, 다운스윙에서 오른 팔꿈치는 어디까지 앞으로 나와야 하는 건지, 오른팔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안 쓰면 왼팔로 계속 탑볼을 치는데? 내 골프는 항상 자연스러움과의 전쟁이었다.


 그 자연스러움의 끝판왕이 바로 릴리즈와 로테이션이었다. 끌고 와서 풀어주면 된다고 한다. 근데 끌어왔는데 안 풀어지는데?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는데? 날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이 이거였다. 그리고 끝에서 휘는 슬라이스 구질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도 릴리즈 때문이었다. 릴리즈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데, 손목을 안 써야 한다는데, 손목을 안 쓰면 클럽 페이스가 닫히질 않는데? 그래서 닫으려고 용을 쓰니까 오른쪽 어깨가 수평으로 튀어나오는 야구 스윙이 되어버리는데? 도대체가 답이 보이질 않는 거다. 릴리즈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고, 손목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릴리즈와 로테이션은 단연코 골프의 최대 난제다. 이게 되는 골퍼는 백개를 쉽게 깨고 90대로 진입하고,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골퍼는 백돌이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숏게임은 연습으로 되는데, 드라이버나 우드 유틸, 특히 롱아이언은 도대체가 릴리즈를 모르면 답이 없는 거다. 파 3홀이 조금이라도 길거나 물이라도 넘겨서 쳐야 한다 싶으면 여지없이 해저드행이다. 왼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탑볼을 치는 거고, 슬라이스라도 안 나면 다행인 거다.


 릴리즈와 로테이션을 깨닫고 내 골프가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필드에 나가면 싱글 골퍼 부럽지 않은 숏게임과 퍼팅을 자랑하는 골퍼였다. 드라이버 개슬라이스로 200미터 보냈는데 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를 홀에 딱 붙이면 캐디가 놀란다. 이 사람의 실력이 도대체 무엇인지 분간이 안되는 거다. 잘 치는 건지 못 치는 건지. 근데 스코어를 보면 못 치는 건 확실하다. 일단 살아간 드라이버가 몇 개 없고, 파 5 유틸은 계속 철퍼덕거리고, 파 3홀에서는 연신 탑볼을 갈겨대니까 말이다. 릴리즈를 알지 못하던 나는 그랬다. 그래서 골프가 재미없었고, 연습장에 가기도 싫었다. 2년 동안 필드에 드라이버를 빼놓고 가기도 했다. 덕분에 5번 우드와 20도 유틸과 친해진 건 이득이었지만,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는 골퍼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다.


 릴리즈를 어떻게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이건 릴리즈를 고민하던 중에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릴리즈는 '놓아주다'라는 뜻이다. 놓아주려면, 잡고 있어야 한다. 저절로 풀리게끔 만들려면 풀리기 전에 충분한 텐션이 있어야 한다. 새총의 고무줄을 잔뜩 당겨놓아야 놓았을 때 고무줄이 풀리면서 그 힘으로 '자연스럽게' 장전된 총알이 발사될 수 있다. 딱밤을 세게 때리려면 그전에 손가락이 펴지려는 걸 꽉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놓았을 때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벌칙자의 이마에 붉은 혹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릴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른쪽 팔꿈치다. 오른쪽 팔꿈치가 몸 앞으로 오거나 몸 옆에 있거나, 반드시 안쪽으로 꺾여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장난을 쳤을 때를 생각해 보라. 팔을 꺾이면 아프다. 그래서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다치니까. 팔이 꺾이면 나도 모르게 팔이 풀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걸 반대로 하면 어떨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팔이 풀리면서 움직일 거라는 말이다.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안으로 꺾어 들어오면 오른쪽 어깨가 외회전 되면서 텐션이 생긴다. 그 텐션이 풀어지는 힘으로 클럽 헤드를 휘두르는 것이 바로 릴리즈다. 릴리즈는 순간적인 반응이면서 굉장히 빠르고 그래서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통제할 수 없는'이다. 릴리즈는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어야 한다.


 릴리즈가 되면 로테이션은 자동이다. 릴리즈 자체가 로테이션이 되도록 클럽 헤드가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손목을 쓰지 말고 써져야 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인위적으로 손목을 돌려 로테이션을 만들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로테이션 타이밍을 일정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리 손목힘이 강한 골퍼라 하더라도 손목을 돌리는 힘은 절대로 손목이 풀어지는 힘보다 강하지 못하고, 그래서 릴리즈보다 절대 헤드 스피드가 빠를 수 없다는 것이다. 손목을 돌려 치는 임팩트는 절대 릴리즈의 임팩트를 이기지 못한다. 비거리가 늘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손목이 써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또 있다. 우리는 절대 팔로 공을 치지 않는다. 골프 스윙에서 몸을 쓰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몸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임과 동시에 큰 근육을 쓰는 것이 스윙의 재현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근육은 작은 근육에 비해 규칙적으로 사용하기가 쉽다. 손목을 조작하는 것은 골반을 조작하는 것보다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반대로 타이밍을 일정하게 가져가기가 어렵다. 힘의 원천이자 스윙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몸을 써야 하는 것이다.


 몸을 쓰게 되면 팔의 스피드는 더욱 빨라진다. 손목을 통제해 임팩트 타이밍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손목으로 공을 치는 골퍼 대부분이 몸을 쓰지 못한다. 안 쓰는 게 아니라 못쓰는 거다. 스윙스피드가 더 빨라지면 손목을 쓰는 타이밍을 맞출 수 없으니까. 그러니 비거리가 충분할 수가 없고, 그걸 피팅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으로 공을 치는 골퍼치고 무거운 샤프트를 사용하는 골퍼가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라. 주변 지인들의 클럽 스펙을 확인해 봐도 좋다. 몸의 큰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손목의 근력만으로 공을 치다 보니 18홀을 버텨내려면 무거운 샤프트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손목으로 공을 치는 골퍼가 무거운 샤프트 스펙의 클럽을 사용하게 되면 로테이션 타이밍이 느려지면서 푸시나 푸시 슬라이스 구질이 나온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일찍 페이스를 닫게 되고, 돼지 꼬랑지 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퍼가 된다. 피지컬에 비해 가벼운 샤프트로 공을 치는데 장타자가 아닌 골퍼가 있다면, 내 말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골퍼다.


 다운스윙 시 오른쪽 팔꿈치를 안쪽으로 넣어서 풀어지는 텐션을 만들게 되면 두 가지 장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릴리즈가 일정해져서 드로우 구질을 만들기 쉬워진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바로 100m 이내의 웨지샷이 편해진다는 점이다. 100m 이내의 웨지샷을 어려워하는 골퍼가 많다. 프로의 레슨을 적용하기 가장 어려운 구간이 바로 100m 이내의 웨지샷이다. 프로들은 대부분 백스윙의 크기로 거리를 조절하라고 하는데, 이게 잘 안된다. 특히 손목을 많이 쓰는 골퍼는 백스윙의 크기와 거리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힘을 써서 클럽 페이스를 닫다 보니 백스윙을 작게 들던 크게 들던 임팩트의 파워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릴리즈가 일정해지면 백스윙의 크기에 따라 텐션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릴리즈를 조작하지 않으니 스윙의 크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임팩트의 파워가 결정된다. 릴리즈는 롱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100m 이내 웨지샷에서 릴리즈의 능력이 여실하게 드러나게 된다. 프로들은 릴리즈가 일정하기 때문에, 릴리즈를 조작하지 않기 때문에 백스윙의 크기로 웨지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오른쪽 팔꿈치를 안으로 넣고, 손목을 충분히 풀어 언코킹을 만들어 보라. 팔이 꺾일 것 같은 지점에서 팔이 저절로 풀리면서 헤드 페이스가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웨지를 들고 여유 있게 하나씩 공을 치면서 느끼다 보면, 드라이버도 어느덧 같은 메커니즘으로 휘두를 수 있게 된다. 꺾이기 직전까지 텐션을 모아주고, 그 텐션이 풀리면서 헤드 페이스가 닫히면서  공을 타격하는 것이 진짜 릴리즈다. 새총을 잔뜩 당겼다가 놓아주면, 총알은 당긴 방향의 반대로 정확하게 튀어나간다. 내가 고무줄의 풀리는 힘을 조작할 수 없다. 그게 릴리즈의 묘미이고, 우리의 실력이 급성장하는 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드라이버에 집착하지 않고 스코어 줄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