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익스텐션 곧 배치기 동작의 근육학적 설명과 왼쪽 골반이 열리는 원리
골프 스윙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그중 내 전공(?)은 근육학이었고, 스윙의 각 동작에서 각 근육의 움직임과 협응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는 스윙 동작으로 인한 통증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어떤 동작에서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근육의 협응과 체형에 대한 고민이 합쳐지면 일자목이나 라운드 숄더,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이 골프 스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매우 방대한 시도지만,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흥미로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근육학적으로 골프 스윙을 설명할 때 가장 복잡한 동작 중의 하나가 바로 얼리 익스텐션, 즉 배치기이다. 얼리 익스텐션은 그 자체로 굉장히 많은 근육이 개입하는 동작이기도 하고, 얼리 익스텐션을 일으키는 원인도 골반의 유연성과 골퍼의 의도, 힘 빼고 치는 동작의 함정, 샬로잉과 수직 낙하에 대한 이해 부족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비거리 손실과 아웃인 스윙 궤도로 인한 슬라이스 구질, 골퍼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치킨윙 등 많은 스윙의 오류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얼리 익스텐션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고, 연습할 때 그 어느 부분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시작부터 복잡하다. 얼리 익스텐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치기라 함은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동작을 말하는데, 이게 두 가지 의도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다. 한 가지는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넘어올 때 오른쪽 골반과 허벅지 뒤쪽을 거쳐 종아리로 연결되는 텐션이 툭 하고 풀려버리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다운스윙 시 의도적으로 오른쪽 골반을 앞으로 내밀면서 힘을 쓰는 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 다 얼리 익스텐션, 즉 배치기라고 불린다. 의도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우선 얼리 익스텐션을 고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이유는 다운스윙 시 손과 팔이 내려올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손과 팔이 내려올 공간이 골반에 의해 막히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손과 팔이 몸의 옆으로 내려오면서 샤프트가 수직으로 세워지게 된다. 골반이 튀어나오면서 오른쪽 어깨가 함께 앞으로 나오기 때문에 팔이 꺾이지 않는 이상 어깨가 외회전 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샤프트는 수직으로 세워지고, 수직으로 내려온 손이 타깃 방향으로 갈 공간마저 무릎과 골반이 막아버리면서 손목이 풀리는 캐스팅 동작으로 헤드를 보내 공을 맞출 수밖에 없다. 아웃인 스윙 궤도로 인해 클럽 헤드가 닫힐 공간이 사라졌으므로 클럽을 닫으려면 왼쪽 팔꿈치로 클럽을 당겨 끌어올려야 한다. 그게 바로 치킨윙이다. 아웃인 스윙 궤도에 클럽 헤드는 늦게 닫히니 공이 왼쪽으로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휘는 전형적인 슬라이스 구질이 발생하게 된다. 척추각은 골반이 튀어나오면서 이미 세워져 있고, 머리 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눌러 숙이고 있으면 등이 굽으면서 흔히 말하는 ’곱등이‘ 자세가 나온다. 곱등이 자세에서는 흉추의 회전이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몸의 회전은 멈추고 팔이 돌아가면서 스윙이 끝나게 된다. 클럽이 지나간 후에 몸을 돌려봤자 힘전달은 이미 끝난 지 오래고 몸통 회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볼썽사나운 피니시가 만들어지게 된다. 내가 이 동작으로 몇 년을 고생했는지를 돌아보면, 풀어쓰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얼리 익스텐션을 고쳐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골반 회전으로 인한 힘전달 때문이다. 얼리 익스텐션은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동작을 말하는데, 정작 얼리 익스텐션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오른쪽 무릎이다. 오른쪽 무릎이 타깃 방향으로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다운스윙에서 오른발 뒤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지면서 오른쪽 무릎이 타깃 방향이 아닌 내 몸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얼리 익스텐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오른발 뒤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지는 동작이 매우 중요하다. 이 동작은 꼭 글을 읽으면서 따라 해보길 바란다. 빈 스윙만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올바른 백스윙 동작을 취하면 백스윙탑에서 오른발 뒤꿈치에 체중이 실리고, 아킬레스건에 연결된 가자미근과 비복근이 스트레치 되고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과 대둔근까지 쭉 늘어나면서 고무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듯한 텐션을 형성한다. 이 텐션이 스쿼팅 동작을 거쳐 오른발 킥으로 이어질 때까지 유지되면서 지면 반력을 이용한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백스윙탑에서 다운스윙으로 내려오는 전환 동작에서 오른발 뒤꿈치를 들게 되면, 이 텐션이 언제 있었냐는 듯 툭 하고 끊어지면서 완전히 소실되어 버린다. 그럼 우리는 어떤 힘으로 공을 쳐야 하는가? 클럽이 떨어지는 중력의 힘만으론 비거리를 멀리 내보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체를 이용해 클럽을 끌어내리려는 힘을 쓰게 되고, 이 동작이 팔과 손목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샤프트는 수직으로 세워져 버린다. 그다음은 위에 썼던 스윙의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백스윙탑에서 쌓인 힘을 풀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운 힘을 만들어 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힘은 지면 반력보다 결코 강할 수 없고, 아웃인 스윙 궤도로 인한 온갖 보상 동작과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용쓰기로 인해 스윙을 망쳐버리게 된다. 오른발 뒤꿈치가 들리는 동작 하나만으로 스윙에서 힘을 쓰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고,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스윙에서 완전히 멀어져 버리는 것이다.
우선 내가 오른쪽 골반이나 햄스트링, 종아리 뒤쪽 근육의 유연성이 부족해서 백스윙탑에서 전환 동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텐션을 버티지 못하고 오른발 뒤꿈치를 들게 되는 것이라면, 꾸준한 스트레칭을 통해 하체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백스윙과 전환 동작, 다운스윙으로의 연결을 부분 동작으로 연습하면서 오른발 뒤꿈치를 떼는 습관을 바꾸어보길 권한다. 백스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텐션은 스윙 스피드를 만들어내는 원천임과 동시에 큰 근육을 사용한 부드러운 스윙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이 텐션을 스쿼팅과 킥까지 잘 연결하면서 힘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가 조금 어려운데, 내가 힘을 써서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형태의 얼리 익스텐션이다. 이 동작을 고치려면 기본적인 근육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골프 스윙은 매우 복잡한 동작이므로 근육학적으로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골프 스윙이 어려운 이유를 근육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따로 챕터를 나누어 다루고자 한다. 근육의 성질과 이완과 수축, 신장성 수축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골프 스윙을 근육학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얼리 익스텐션을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원칙만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가 힘을 쓴다고 하는 것은 근육이 수축되는 동작을 의미한다.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힘을 내는 단축성 수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골프 스윙에서 거의 대부분의 근육은 길이가 길어지는 형태로 힘을 쓴다. 이를 신장성 수축이라고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자꾸 힘을 빼고 휘두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동작이 골프 스윙이므로, 힘을 써서 근육의 길이를 자꾸 짧게 만들면 효율적인 골프 스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에서 길이가 짧아지면서 힘을 쓰는 근육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오른쪽 대둔근이다. 오른쪽 대둔근은 다운스윙에서 스쿼팅 후 오른발 킥을 할 때 수축되면서 강한 힘을 클럽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 대둔근을 쓰는 것은 지면 반력을 클럽에 전달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좋은 오른발 킥과 얼리 익스텐션의 차이는 바로 타이밍에 있다. 얼리 익스텐션이 ‘얼리’ 익스텐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스텐션이 틀린 게 아니라, 얼리가 틀린 것이다. 오른쪽 대둔근이 수축하면서 힘을 쓰는 타이밍에 따라 스윙의 결과가 천지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는 말이다. 오른쪽 대둔근이 수축하면서 힘을 쓰는 타이밍은 전환 동작에서 스쿼팅을 거쳐 오른발 킥을 할 때이다. 그렇다면 얼리 익스텐션은? 바로 백스윙 탑에서 바로 오른쪽 대둔근에 힘을 쓰게 되는 동작이다. 아직 왼쪽 골반이 뒤로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쪽 골반에 힘을 쓰게 되면 골반은 타깃 방향이 아닌 내 몸 앞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고, 힘을 쓰면 쓸수록 배치기 동작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얼리’ 익스텐션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레이트 late’ 익스텐션인 것이다. 전환 동작에서 하체가 먼저 회전한 후에 상체가 따라 나오면서 대둔근의 수축과 오른발 킥으로 발생하는 지면 반력을 상체의 회전력으로 바꾸어 클럽에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힘의 전달 통로이다. 얼리 익스텐션 동작에서 오른발 뒤꿈치가 들리는 것은 오른발 킥을 하는 동작과 같다. 단지 타이밍이 빠르고 킥의 방향이 틀렸을 뿐이다. 잘못된 방향의 힘은 상체에 전혀 전달되지 않고, 상체는 다른 힘을 사용해 클럽을 휘둘러야 하므로 상하체 힘의 방향이 뒤틀리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스윙의 결과물이 발생하게 된다. 힘은 힘대로 쓰는데 거리는 나지 않고, 힘을 쓰면 쓸수록 슬라이스 구질이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것이 골퍼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드는 얼리 익스텐션과 그로 인한 슬라이스 구질이다.
얼리 익스텐션을 고치려면 제일 먼저 오른발 뒤꿈치가 떨어지는 습관을 고치면 된다. 여기서 세계적인 PGA 프로 골퍼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이 얼리 익스텐션으로 많이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을 슬로 모션으로 보면 다운스윙시 오른발 뒤꿈치가 떨어지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은 궁극적인 의미의 얼리 익스텐션으로 보긴 어렵다.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위에서 얼리 익스텐션 동작을 길게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다운스윙에서 저스틴 토마스의 오른쪽 무릎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저스틴 토마스의 다운 스윙에서 오른발 뒤꿈치는 바닥에서 떨어져 있지만 그의 오른쪽 무릎은 앞쪽이 아닌 타깃 방향을 향해 안쪽으로 꺾여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오른발 뒤꿈치는 떨어졌지만 오른발 앞꿈치를 강하게 누르며 힘을 비축하고 그 힘을 오른발 킥을 통해 타깃 방향으로 쓰는 것이다. 오른발 뒤꿈치가 떨어졌을 뿐 지면 반력을 이용해 클럽에 힘을 전달하는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저스틴 토마스와 그의 아버지는 저스틴의 얼리 익스텐션 동작은 저스틴이 고등학생 때 비교적 작은 키에서 비거리를 내기 위한 연구와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저스틴은 효율적인 힘전달을 위한 자신만의 패턴을 찾았고 그것을 꾸준히 연습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유튜브에 찾아보면 저스틴 토마스의 발의 압력을 분석한 패턴이 있는데, 다운스윙 시작 지점에서 오른발 앞꿈치에 모든 체중이 실리고 임팩트에서 왼발이 지면에서 뜰 정도로 오른발 킥을 강하게 하면서 비거리를 위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동작은 또한 왼발로 체중을 이동하고 공을 강하게 친다는 스윙 이론과도 궤를 달리 한다. 요즘 장타 선수들이 임팩트 이후 왼발이 지면에서 뜨면서 몸통 회전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저스틴 토마스는 이미 임팩트 때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질 정도로 강한 킥을 하면서 지면 반력의 크기를 최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얼리 익스텐션을 설명하다 긴 글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배치기 동작은 많은 근육이 개입하는 복잡한 동작이고, 원인에 따라 근육을 쓰는 메커니즘도 달라지게 된다.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내용일지 모르나, 근육학으로 스윙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모쪼록 배치기 잘 고쳐서 더욱 효율적인 스윙을 하는 골퍼 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