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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정말 하체로 치는 걸까?

프로들을 치료하면서 발견한 공통점

골프는 어떤 힘으로 치는 걸까?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하체로 친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레슨 프로들 중에 간혹 손으로 친다, 어깨로 친다, 흉추 회전으로 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대부분은 하체로 친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답을 뻔히 알면서 굳이 어떤 힘으로 치는지 왜 묻냐고? 골프클리닉을 3년 넘게 운영하면서 프로들을 보고 느낀 게 있기 때문이다. 진짜 골프는 하체의 힘으로 치는 걸까?


골프클리닉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한의원 주변에 사는 일반 골퍼들이 많이 찾아왔다. 갈비뼈 통증이 50% 정도를 차지했고, 손목이나 등, 허리 통증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스윙과 연계해 통증을 분석하면서 스윙 영상을 보여주며 상담하는 골퍼들도 있었고 설명을 해주기 위해 내 스윙 모션을 보여주거나 골프 클럽이나 연습기를 원장실에 비치해 보여주기도 했다. 치료받으러 갔더니 레슨을 해주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개 환자가 늘었고, 골프클리닉은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블로그가 쌓이면서 주변에서 레슨을 하는 프로들이 간혹 찾아와 치료를 받기도 했다. 첫 2부 투어 프로가 치료받으러 왔을 때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선발전을 이틀 앞두고 엄마와 함께 찾아온 스무 살 프로지망생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엄마는 혹시나 골프를 잘 모르는 원장이 치료를 잘못해서(?) 이틀 후 선발전에 지장이 있을까 봐 연신 질문을 해댔다. 최근 스윙 교정을 받으면서 손목 통증이 발생했다고 하길래 손목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쭈욱 설명해 드렸더니 그제야 안심을 하시는 눈치였다. 치료 후 한의원을 나설 때는 만족도가 높으셔서 안심했는데, 선발전 후 내원하시지는 않아서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다.


프로 골퍼의 체형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 경추와 요추 통증으로 오래 치료를 받은 환자 한 분 때문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환자는 골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당시의 과한 연습량 탓에 목과 허리의 척추기립근이 피로가 쌓여 완전히 굳어버렸고 그래서 결국 골프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다른 일에 종사하던 중 골프클리닉 블로그를 보고 내원하셨다. 1년 반 정도 치료받으셨는데 워낙 꾸준히 오셨던 탓에 VIP가 되었고 어디서도 낫지 않았던 통증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신나서 열심히 진료했던 것 같다. 치료 한약도 꾸준히 드시고 약침도 꾸준히 맞으시면서 통증이 30% 정도 남았을 때 이직을 하셨다. 치료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골프에 대해 많이 배우고 나중에 다른 골퍼를 치료할 때 기준을 잡는데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이셨다.


그분의 목과 허리를 치료하면서 그분의 체형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이유는 그분의 체형이 일반인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보디빌더가 아니면 하부 승모근과 하부 광배근이 발달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이 그 부위를 특별히 신경 써서 운동하지도 않고, 운동을 한다고 잘 발달되는 부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은 하부 승모근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었고, 광배근 하부가 요추 상부를 덮을 정도로 두껍게 내려온 체형을 갖고 있었다. 허리 근육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등 근육이 발달되어 있었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그분의 특징적인 체형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참 많이 하셨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이후에 레슨 프로들과 투어 프로, 프로지망생의 허리와 등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체형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놀랍도록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여성 골퍼도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치고 선수를 준비해 온 프로지망생들은 굉장히 발달된 등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디빌더처럼 넓은 광배근이 아니라 아래로 길고 두꺼운 광배근을 갖고 있었다. 광배근 상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는데, 광배근 하부는 허리 근육을 덮을 정도로 두껍게 발달되어 있었다.


골프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골프에 대해 공부하고, 내 스윙 연습도 열심히 했다. 퇴근 후 거의 매일을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연습에 매달렸고, 골프 스윙에서의 몸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하고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근육학적으로 골프 스윙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그래야 환자의 통증을 이해하고 스윙과 연계하거나 재발 방지 운동에 대해 알려줄 수 있으니까. 왼손잡이로 반대 스윙을 했기 때문에 특히 오른 어깨와 손목, 골반과 하체의 움직임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운동 신경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작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단점이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었다.


사설이 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골프 스윙은 하체의 힘으로 하는 것이 맞다. 골프 스윙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힘이 지면 반력이라는 것은 이미 생체 역학적 분석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지면 반력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스윙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힘을 쓰는 스윙은 없다. 그렇다면 왜 프로 골퍼들은 그렇게 발달된 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USGTF를 준비하는 아마추어 골퍼로서 가족과 지인에게 골프를 가르쳐 줄 기회가 있을 때, 내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단연 엘투엘 스윙이다. 팔과 손목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간혹 유튜브로 공부한 골퍼들에게 팔이 아닌 몸으로 스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맞다. 몸의 회전으로 공을 치면 팔이 따라서 자연스럽게 도는 것이 골프 스윙이다. 하지만 팔과 손목의 움직임이 익숙하지 않아 일정한 스윙 궤도를 그리지 못하는 골퍼는 어떨까? 팔과 손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골퍼가 과연 하체를 사용해 더욱 강해지고 빨라진 스윙을 일관되게 할 수 있을까? 하체를 쓰고 몸을 쓰면 스윙 스피드가 더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지면 반력을 이용해 최대의 스윙스피드를 구현했을 때 팔과 손이 일정한 스윙 궤도를 그리지 못한다면, 결코 일정하고 효율적인 스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달래 치게 되는 것이고, 팔로만 치게 되는 것이고, 무거운 샤프트 스펙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프로 골퍼들의 두꺼운 등은 지면 반력을 가장 강력하게 사용했을 때 그 힘을 받아 일정한 스윙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을 상징한다. 하체를 아무리 강하게 써도 팔과 손이 일정한 스윙 궤도 안에서 최대의 스피드를 낼 수 있으려면 스윙 궤도를 유지해 주는 코어 근육의 힘이 필수적인데, 그 힘이 바로 두꺼운 등근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그 근육은 하부 승모근과 광배근, 특히 하부 광배근을 가리킨다. 견갑골을 하강시켜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흉추 회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힘, 그것이 지면 반력을 최대로 이용하면서 강하고 효율적인 스윙을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하부 광배근을 키우기 위해 원암 덤벨 로우를 하는 것은, 속칭 ‘에바’다. 하부 광배근을 타깃으로 삼는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광배근을 풀가동 범위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운동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골프 스윙이 단일 사슬 운동이 아닌 복합 사슬을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에 그렇다. 데드리프트도 좋고 바벨 로우도 좋다. 로잉 운동도 좋고 심지어 랫풀다운이나 풀업(턱걸이)도 좋다. 등근육의 가동 범위를 최대화하면서 견갑골을 하강시킬 수 있는 운동이면 충분하다. 광배근이 굳어 어깨의 가동 범위가 좁아지지 않도록 어깨의 외회전 스트레칭을 꼭 추가해 주도록 한다. 가슴 근육은 등근육보다는 발달되지 않는 것이 좋다. 어깨 후면 운동은 광배근 운동과 연결되어 어깨 관절의 유연성을 높여주므로 가벼운 무게로 한두 세트 추가해 주면 좋다. 견고한 하체는 강한 지면 반력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므로 달리기나 등산, 하체 운동 등을 통해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가져가도록 한다. 손목의 힘은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악력보다는 손목 관절의 유연성에 신경 쓰면서 코킹과 언코킹, 손등 방향의 힌징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운동해 주도록 한다.


프로 골퍼들의 등 근육을 체험(?)한 이후로 연습장에 가면 꼭 등 스트레칭을 해준 다음에 연습을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강한 등근육은 일정하고 빠른 스윙의 증거다. 일반 골퍼를 치료하면서 장타자의 가능성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등근육이 발달되어 있는 골퍼라면 꼭 장타자가 될 수 있으니 연습해 보시라고 충고한다. 골프,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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