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팅은 반드시 필요한 동작일까?
지면 반력에 대한 이해와 스쿼팅의 핵심 개념
스레드를 시작하면서 던진 첫 질문이 ‘골프 스윙에서 스쿼팅은 반드시 필요할까?’였다. 댓글이 몇 개 달렸는데,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된다’와 ‘아마추어에게는 어려운 동작이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스쿼팅 동작 자체를 일부러 해야 하는 동작이거나 어려운 동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골프 스윙에서 스쿼팅이란 단어가 나온 지 5년 남짓 되었을까. 스쿼팅, 어너 디비에이션, 샬로잉 등의 단어는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알려지면서 골프 레슨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쿼팅과 샬로잉을 가르치지 않는 레슨 프로는 트렌드에 뒤처진다고 생각될 정도로 해당 동작에 대한 레슨 영상이 넘쳐났다. 이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용어와 동작 설명에 생소하면서도 스쿼팅을 잘하기만 하면 엄청난 비거리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골퍼들이 스쿼팅에 몰입했고, 그 스윙을 연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임팩트 시점에 껑충 뛰어오르는 골퍼도 있었고 다운스윙에서 주저앉는 골퍼도 있었다. 레슨을 받거나 레슨 영상을 보고 스스로 이해하고 흡수한 대로 스윙에 적용하는 골퍼가 늘어났다. 기존에 스쿼팅을 가르치지 않던 레슨 프로들도 흐름에 편승해 스쿼팅과 샬로잉에 대한 레슨이 아니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지면 반력과 스쿼팅을 접한 내가 본격적으로 스쿼팅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권영후 박사님의 생체역학 강의를 들었을 때였다. 권박사님은 많은 PGA 골퍼의 스윙을 분석하면서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골퍼와 상대적으로 그 힘을 이용하지 않는 골퍼의 스윙을 대비시켜 설명해 주셨고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방법과 효율적으로 힘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셨다. 강의 시간이 진료 시간과 겹쳐 실시간으로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하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로 강의 내용을 녹화해 6개월간 복습하게 해 주셔서 진료 후 저녁에 해당 내용을 들으며 강의록에 열심히 필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해했던 지면 반력과 스쿼팅, 시소 스윙에 대한 이해는 아직까지도 내 골프 스윙 이론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듯이 내 것은 없다. 나는 일개 아마추어 골퍼일 뿐이고, 내가 이해하는 골프 스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골프 스윙의 정답은 많다. 아마도 골퍼의 수만큼 많지 않을까. 세계 랭킹 1위의 골프 스윙이 정답이라는 것은 항상 명백한 사실이다.
스쿼팅에 대한 내용이 희석되기 시작한 것은 체중 이동을 가르치던 레슨 프로들이 스쿼팅을 억지로 체중 이동에 접목해 설명하면서부터였다. 스쿼팅과 체중 이동은 분명히 동시에 일어난다. 지금은 리센터라는 개념으로 체중 이동과 스쿼팅이 한 번에 설명되지만, 그때만 해도 리센터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스쿼팅과 왼발로의 체중 이동을 혼동하게 되면 정말 이상한 동작이 나타나게 된다. 개념은 헛갈리고 동작은 종잡을 수 없다. 오른발 뒤꿈치에 체중을 실었다가 왼발로 옮겼다가 주저앉았다가 오른발 킥을 한다? 골프 스윙이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골프는 운동이고 스포츠다. 모든 동작은 힘을 쓰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나타나고, 스쿼팅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작의 발견이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시 말해, 많은 프로 골퍼들은 이미 어떠한 형태로든 스쿼팅을 하고 있었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쿼팅의 핵심 개념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스쿼팅의 핵심 개념은 바로 ‘Unweighting’이다. 말 그대로 ‘무게가 줄어드는 것’.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체중이 줄어드는 순간이 바로 스쿼팅 동작이다. 점프를 하기 전 다리를 구부려 힘을 응축하는 상태. 강한 익스텐션 extension을 위한 플렉션 flexion이 바로 스쿼팅의 핵심 개념이다.
스쿼팅에 대한 잘못된 설명은 모두 unweighting과 관련되어 있다. 스쿼팅을 통한 지면 반력을 사용하는 개념을 혼동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체중 이동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표현에 관한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첫 번째는 스쿼팅을 통한 지면 반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개념인 반면, 두 번째는 스쿼팅을 하면서 사용하는 용어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이다.
먼저 첫 번째 개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컨벤셔널 스윙에서의 체중 이동, 즉 트랜지션 동작에서 왼발로 체중이 완전히 이동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스쿼팅의 unweighting 동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체중이 왼쪽으로 모두 이동되었기 때문에 스쿼팅 후 킥을 통한 지면 반력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경우는 지면 반력을 사용한 다기보단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되는 체중의 무게를 통한 파워를 내는 것을 중시한다. 이 동작이 극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스웨이 sway다. 프로에 따라 스웨이는 반드시 금지해야 할 동작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특히 왼쪽을 막아놓고 인아웃 스윙궤도로 클럽 헤드의 로테이션을 강조해 드로우를 치는 스윙에서는 스웨이 동작이 거리를 내기 위한 필수 동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비거리를 위해 충분히 스웨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스쿼팅을 통한 지면 반력을 이용한 스윙에서는 스웨이 동작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 많다. 두 번째에서 설명하겠지만 스쿼팅 동작에서의 중심 이동은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권영후 박사님의 강의에 의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의 체중 이동은 비거리의 핵심이 된다. 응? 방금 스쿼팅은 스웨이 동작과 함께 이루어질 수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맞다. 시소 스윙, 그네 스윙으로 대표되는 권영후 박사님의 스윙 이론에서 스쿼팅을 통한 수직적인 지면 반력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되는 수평적인 힘이 동반되었을 때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스윙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오른발 킥이다. 오른발 킥을 하는 방향으로 벡터를 그어보면 수직힘과 수평힘의 방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면 반력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수평적인 힘이 강하게 작용했을 때 강하고 효율적인 스윙이 완성된다. 스쿼팅과 체중 이동은 동시에 일어나는데, 스웨이 동작이 잘못된 이유는 한 방향으로만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리센터 re-center 동작을 알면 지면 반력과 수평힘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쉽게 설명된다. 리센터는 백스윙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심 이동이다. P3를 거쳐 클럽이 타깃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이동했던 체중이 일정 부분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 바로 리센터 동작이다. 백스윙 탑에서 인위적으로 ‘밟는’ 동작이 아닌 트랜지션 전까지 백스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중심을 왼쪽으로 이동시킨 상태에서 하체를 이용한 트랜지션 동작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스쿼팅이 나타난다. 중심이 왼쪽에 옮겨졌다가 unweighting을 통해 다시 가운데로 이동하고, 이후 강력한 오른발 킥을 통해 다시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몸의 중심은 백스윙 때 오른쪽, 다운스윙 때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가운데로 왔다가 오른발 킥을 통해 최종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계적인 PGA 프로인 저스틴 토마스 Justin Thomas의 스윙을 보면 이 동작이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유튜브에 저스틴 토마스의 foot pressure에 대한 영상이 있으니 시간이 난다면 꼭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을 보면 임팩트 시에 왼발이 지면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다운스윙 시에 왼쪽으로 체중이 강하게 이동한다는 기존의 컨벤셔널 스윙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다. 왼발은 딛고 스윙하는 것이 아니라 스쿼팅 이후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차면서 지면 반력을 최대로 이용해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것이다. 저스틴 토마스는 인터뷰에서 이 스윙 패턴이 PGA 프로 중 비교적 작은 키 177cm로 비거리를 늘리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스윙을 연구하면서 만들어낸 독자적인 스윙 형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지면 반력을 극대화하는 스윙을 만들어 냈다.
앞서 컨벤셔널 스윙에서 왼쪽으로 체중이동을 시키는 것과 스쿼팅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지면 반력을 이용하면서 리센터 동작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오해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바로 ‘왼발을 밟는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밟는다’는 표현보다는 ‘딛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는 이 용어를 사용하는 레슨 프로님이 지면 반력을 잘못 이해해서가 아닌 그 동작에 대한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밟는다는 표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일어서서 왼발로 지면을 밟아보라. 다리가 펴지는가 굽혀지는가? 지면을 밟으면 다리가 펴진다. 그래서 스쿼팅의 unweighting과 반대의 동작이 나타난다. 트랜지션 동작에서 왼발을 강하게 밟으면 스쿼팅 동작이 나올 수가 없다. 밟았다가 다시 떼고 또 밟는 동작은 지나치게 인위적이다. 그래서 밟는다는 표현보다는 딛는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백스윙 척추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클럽 헤드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왼발이 ‘디뎌진다’. 왼발에 체중이 일정 부분 실린 상태에서 스쿼팅 동작을 하고 강한 오른발 킥을 통해지면 반력을 최대화한다. 분명 프로님도 이 설명을 하고 계셨을 것이다. 이 지적을 굳이 하는 이유는, 유튜브에서 체중 이동과 스쿼팅에 대한 레슨 영상을 찾아보면 유독 ‘밟는다’는 표현을 하시는 프로님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튜브를 보며 연습하는 골퍼들 중에 분명 나 같은 고민을 하는 골퍼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만 조금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쿼팅은 지면 반력을 이용한 효율적인 골프 스윙의 핵심 동작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을 강하게 타격하려고 움직이는 동작에서 본능적으로 스쿼팅 동작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팔과 어깨, 흉추 회전을 통해 일정한 스윙 궤도를 만들었으면 지면 반력을 이용해 강한 회전을 만들어 상체에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스쿼팅이 자연스러워지는 순간, 비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