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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Oct 10. 2022

<선데이리그> 배우 이성욱 인터뷰

아휴~다 해요(웃음). 연극 <지하철 1호선> 할 때도... 여기 근처인데? 길 건너서 칼국수 집 아르바이트하고 대학로 넘어가고 그랬어요."


20대 때 대학로에서 공연하던 시절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냐는 질문에 배우 이성욱(43)은 카페 바깥을 쳐다보며 건너편을 손짓했다. 20대 때부터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쉬지 않고 올랐던 그는 시간이 지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무게감 있는 배우가 됐다.

 

이성욱이 상업영화로 데뷔한 건 2014년 <타짜-신의 손>이었다. 부산 도박장 건달 역으로 분량이 3분도 안 되는 단역이었다. 이후 <럭키> <미씽: 사라진 여자> <범죄의 여왕> 등에서 조금씩 얼굴을 비친 그는 2017년 <소공녀>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아파트를 마련했으나 20년 동안 돈을 갚아야 하는 이혼 위기남을 연기했다. 울먹거리면서 말한다.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감옥."


 

독립영화 주연 배우도 상업영화에서 꾸준히 얼굴 내비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 하지만 이성욱은 이후 <말모이> <도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피해자인 척 변호사를 이용한 영업부장을, 9월 21일 개봉한 영화 <늑대 사냥>에서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응급 의료 담당 의사를 연기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첫 장편 주연작으로 스크린에 떴다. 5일 개봉한 <선데이리그>(감독 이성일)에서 그는 대학 축구 리그에서 MVP를 탈 정도로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동네 축구교실에서 코치를 하는 준일을 연기했다. 꼰대 마인드에 게으르기까지 해 이혼 위기에 처해 있는 준일은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는다. 축구 실력이 형편없는 아저씨 셋을 이끌고 아마추어 풋살 대회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는 게 조건.



5일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난 이성욱은 "준일은 과거에 얽매여 있고 가장 노릇도 못 하고 철도 없고 특별한 계획도 없는 캐릭터"라며 "그런 사람이지만 이 사람이 정이 가야 한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진심으로 화를 내다가도 밉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코믹한 연기를 능숙하게 한 이성욱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마치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늦잠을 자고 출근해 퉁명스러운 얼굴로 김밥을 우걱우걱 씹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답답해하는 장면에도 슬쩍 웃음이 난다.


그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찾으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편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즉흥 연기를 하면서 찍었다"라고 말했다. 축구교실 사장으로 나오는 심우성 배우와 촬영할 때 웃음이 "많이 터져" NG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영화에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성욱 하면 애드리브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개인기는 개인적으로 훈련하시면 되고"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평소 애드리브를 준비해오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축구를 지도해 준 선생님에게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 축구 가르칠 때 많이 말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애드리브로 집어넣었어요."


첫 장편 주연작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전 작품들을 대할 때와 태도는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개봉할 때가 되니 흥행 욕심이 조금 더 생긴다고. "개봉한다고 하니까 조금은 부담이 되고요. 저로 인해 조금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연 때보다 더 들긴 합니다."


그래도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첫 번째 오른 것을 보고 좋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 좋죠"를 반복하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이성욱은 "(주연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고 주인공도 좋은데 조연도 너무 좋고 역할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고 연극을 하거나 생활고를 겪을 때도 계속 연기를 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배우를 한다고 해서 꼭 주인공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도 했고요. 배우를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죠. 길~게. 하하하."


영화에 데뷔한 지 9년 차. 그동안 크고 작은 역할을 했지만 포스터에 등장한 적은 <말모이> 때 단 한 번. 그마저도 가로형의 포스터라 영화관에 걸려있는 걸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다 한 영화관에 걸려 있는 걸 알게 돼 아내와 아이들과 가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희한하게 포스터에 나오고 싶었다"라는 그의 소원이 <선데이리그>에서는 이루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원체 밝고 분위기가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랑 안성기, 박중훈 등이 나오는 영화를 자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순천향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 그 수가 40개에 이른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발표가 안 된 작품들이 대부분이고 그 영상은 자기가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20대부터 10년 정도 해온 거니까요. 그러면서 프로필도 (영화사에) 계속 내고... <타짜-신의 손> 이후에도 단편 작업을 했었어요."

 

단편에 꾸준히 나간 게 빛을 발할 것일까. 2015년 단편영화 <불한당들>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거기에서 만난 인연이 쌓여 자신에게는 변곡점이 됐다는 <소공녀>에 출연하게 됐다. "이후 감사하게도 다른 감독님들이 조금 큰 역할을 맡겨 주셨어요. 하나씩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차기작은 쿠팡플레이에서 방영할 범죄 스릴러 <범죄의 연대기>. "진중하고 과거에 트라우마가 있는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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