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읽은 순간 그냥 다 제 이야기 같았어요.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배우 박하선(35)은 영화 <첫번째 아이> 개봉(11월 10일)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번째 아이>는 출산 후 1년 만에 회사에 복직한 여성 정아가 돌봄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어려움에 부닥친다는 이야기다.
박하선이 정아를 연기했다. 정아는 첫째 아이를 재중동포 보모 화자(오민애)에게 맡기지만 예상치 못 한 일을 겪으면서 대신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여러 일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는다. 복직한 회사에서는 자신의 휴직 때 입사한 계약직 지현(공성하)의 시새움을 받는다. 단편영화에서 돌봄과 비정규직 등을 주제로 다뤘던 허정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영화는 3년 전에 찍었다. 2017년 여름 딸을 출산한 박하선이 육아를 시작하고 오래되지 않은 후였다. 그는 "복직을 하고 (실제로) 애를 맡겨야 하는 입장에서, 남편에게든 부모님에게든 맡겨야 하니까 누구보다 (영화에) 공감했다"며 "남에게 맡긴다는 게 진짜 쉽지 않다. 특히 저희는 일반 직장인들하고는 좀 다르게 밤에도 끝나고 새벽에도 나가기도 해야 하니까"라고 했다. 또 "주변에는 (보모가 아이를) 학대한다거나 그냥 '내가 포기하고 일을 안 한다'는 분도 있다. 내 이야기뿐 아니라 주변 이야기라서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정아는 남편 우석(오동민)과 갈등을 빚는다. 우석이 육아에 완전 무관심한 편은 아니지만 함께 한다기보다 "도와준다"라고 표현하고 경제적으로 고려했을 때 보모를 구하느니 차라리 정아보고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박하선은 "우석 캐릭터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 생활이 바빠 육아를 안 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오동민 배우도 (자기 역에 대해) '이래도 돼?'라며 걱정했는데 내가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박하선은 "저도 그런 시기를 겪어왔는데, 그때는 (부부가) 서로 잘 몰라서 싸우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하선은 드라마 <산후조리원>(tvN), <며느라기>(카카오TV) 시리즈에서 출산과 결혼 생활, 육아, 시댁 살이 등을 기혼 여성이 겪는 현실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엄마로 출연한 작품은 <첫번째 아이>가 처음. 그는 "감독님하고 미팅했을 때 제가 최근 출산해 잘할 것 같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작품 이후 비슷한 역이 들어와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박하선도 출산 이후 경력 단절에 대해 걱정했다고 했다. 그는 출산 전에는 경력 단절에 대해 크게 공감을 못 했다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임신과 동시에 일이 끊기고 안 들어왔어요. 사실 만삭일 때도 일반 직장인들은 일을 하잖아요. 그게 의아했어요. 어떤 감독님은 제가 결혼할 때 앞으로 일을 계속할 거냐고 묻기도 했어요. 제가 '저 그럼 은퇴해요?'라고 했죠."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는 "계속 작품이 무산되기도 했고 최종단계에서 애 엄마라는 이유로 무산된 것도 있었다. <혼술남녀> 이후 열애설 나면서 쉬고… 총 4년을 쉬었는데 큰 공백이었다. (공백이)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낸 4년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복귀 후에는 라디오 DJ와 드라마, 예능 등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 박하선은 "하나도 안 힘들다. 세상에 육아보다 힘든 건 없더라. 20대 때는 일이 제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좋고 소중하다"라고 했다.
그만큼 아이도 열심히 돌봐야 하는 법. "(유치원에 갔던) 아이가 5시에 돌아온다"라며 "일 외에는 저녁에는 밖으로 안 나간다. 오늘도 인터뷰 일정이 몇 시에 끝나는지 먼저 체크했다. 언제 끝나는지, 혹시나 누구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지 찾아야 하니까."
인터뷰를 마친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육아하러 가야죠. 첫 번째 아이 보러 가야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먼저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