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콩클
지영이가 중앙콩클에서 우승했다.
1차예선부터 한달여의 긴 여정이었다.
연주를 시작할 때는 넓은 영산아트홀에서 지영이의 소리가 라디오에서 들리듯이 멀게 느껴졌었는데
공간이 익숙해지면서 지영이의 유려한 플레잉이 나를 안정시켰다.
45분의 베토벤 협주곡을 반주하면서
이런 거대한 깊이의 작품을
지영이가 가장 반짝이는 순간에
함께 한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너무 감상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를 추스리면서도
이런 연주라면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도 진솔한 연주였다.
곡을 잘 모를 때는 이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어느새 연습을 하다가 펑펑 울게되더라고
지영이가 말했다.
음악이 누군가에게 스며들어 생명을 얻고 빛나게 되는 과정.
늘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