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나를 믿으셔야 합니다
취업시장에서 현혹되기 쉬운 타인의 말들
면접이 끝난 후 지원자들에게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가끔 “~라고 하던데 맞나요?”라는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은 정보를 확인하는 후보자들이 있다. 우리 회사에 대해 여기저기서 들은 내용들은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회사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면접에 대한 것도 잘못된 정보를 듣고 참석하는 지원자가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흔히 면접족보라는 것은 면접을 봤던 사람들로부터 퍼져나가는데 면접관이 매번 같을 수 없고 사실 그 대답이 정답이 아니었는데 다른 이유로 합격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합격자는 자신의 대답이 100% 옳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에게 ‘족보’라는 형태로 공유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귀를 열기 전에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연습
취업에 절실해지면 당연히 팔랑귀가 된다. 누구는 이렇게 해서 합격 했다더라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날 또 다른 정보를 듣게 되고 역시 그 정보에 맞춰 나를 바꾼다. 결국 이래저래 타인의 정보로 나를 치장하고 면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사라지고 없다. 면접 질문이 예상 밖이라면 당황하고 대답하지 못한다. 순수하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답하면 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족보에 의지해 온 후보자들은 자신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려고 하며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남들이 써놓은 그럴싸한 말 대신에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한다. 돈 때문에 일을 하려고 한다면 내가 그 돈이 왜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내가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는 것과 그 회사가 잘 맞는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취업 시장의 어설픈 전문가들
새로운 지식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어느 정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한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 사람이 많은데 취업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컨설턴트들이 그 예시들이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굳게 믿고 외국계 회사 취업, 이렇게 하면 된다 등의 문구로 취업준비생들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게끔 만드는데, 이러한 것에 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컨설턴트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내가 다닐 회사는 누군가의 ‘코디’로 맺음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혼정보회사는 내가 원하는 조건의 남자들을 구해다 줄 뿐이지 선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이렇게 대답하시면 됩니다’라고 코치해 주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선자리 (면접)는 오롯이 나의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
간혹 떠도는 이야기가 사실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문장/단어를 이해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오해가 생긴다. 00 회사 정말 자유로운 회사라고 하던데요, 로 시작하는 후보자의 카더라 통신을 듣고 있으면 ‘자유롭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마음대로 출퇴근을 할 수 있다고 이해했고 (불가능:우리는 짜인 스케줄 근무를 합니다), 누군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고 이해했지만 (불가능:하고 싶은 일만 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사실 우리가 말한 자유롭다는 의미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회사라는 뜻이다. 즉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는 것.
가끔 그 회사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되도록 말을 아낀다. 내가 인사팀에 근무하는 것을 알고 물어보는 질문이기에 내 대답이 곧 정답처럼 또 인터넷 어딘가에 떠돌아다닐까 우려된다. 사실 우리가 선호하는 면접 ‘대답’이 있지만 그 대답을 도출하는 과정이나 대답을 하는 말투, 자세에 따라 결과는 또 뒤집힌다. 때문에 정답은 없다는 것.
취업준비생들이 어설픈 전문가에게 현혹되지 않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준비를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