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처음 하는 승진은 아니었지만 인사팀 전체를 책임지는 팀장으로의 승진이기에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이 회사에 입사한 후 일 못하는 팀장한테 쓴소리도 하고 반골 성향에 꼿꼿하게 허리 굽힐 줄 모르는 성미 때문에 내가 채용한 직원이 내 매니저가 되고 나보다 연차도 나이도 어린 직원이 매니저가 되는 것을 보면서 좌절하고 화가 나고 내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보낸 시간 동안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이 자리를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나 찾아보자 였다. 사실 그 ‘주저앉음’으로 인해 브런치를 시작하였고 그림을 그렸고 중국어를 배웠다.
일의 성과에 크게 욕심이 없어지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가 일을 잘한다고 믿었기에 다른 사람의 업무 성과를 비판하고 판단하는 것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타인의 업무성과를 칭찬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하지만 이 주저앉음이 나에게 주었던 가장 큰 성과는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탄탄히 해 놓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일명 ‘고인 물’로서 현재의 자리를 6년간 지키고 있으면서 같은 위치의 동료에게도 자연스럽게 업무 지시를 하는 ‘리더’의 역할을 해 왔고 꽤 만족스러운 고인물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 말을 잘 들어야만 하는 팀장급과는 달리 시원하게 쓴소리를 내뱉는 나를 따르는 동료들도 많이 생겼다. 내가 직급이 높았으면 못 들었을법한 마음을 후벼 파는 피드백도 들었다. 그런 피드백이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도 욕심이 있는 사람인지라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이 회사를 원망했다. 내가 바른말만 하니 듣기 싫겠지, 회사는 결국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직원을 예뻐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건 맞는 말 같기는 하다) 사실 그래서 내 주변의 동료들이 이번 승진을 더 축하해 주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미움받고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꾸바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말 축하해요 라는 그들의 축하인사가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 이제 브런치에 회사 욕을 못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로운 업무에서도 나를 늘 챌린지하는 글의 소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채용담당자로서가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으로 더 좋은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