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기자 Jun 04. 2023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끔 부대끼는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


무조건 피하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날 때의 당혹감이란.


인간관계를 맺을 때는 삶의 희열도 느껴지고 때로는 쉽게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을 기로 누군가와 멀어지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가끔은 그 이유마저 희미 해져 버릴 때도 있다.

그 이유를 명확히 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유를 모른 채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은근히 소심한 사람은 멀리서부터 불편한 사람의 실루엣만 보여도 '얼음'이 되곤 한다.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과거의 불편한 감정이 떠오르기 때문에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우선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과 나의 무엇이 그 사람을 멀어지게 했을지 떠오르면서 마음이 괴로워진다.


가끔은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상대방은 나의 무엇 때문에 불편했고, 나는 상대의 무엇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관계 종료'를 선언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시도하기가 쉽지는 않다.


 대화의 끝이 해피엔딩이라면 더 돈독한 사이가 되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평생 '원수' 사이로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누군가와 만나 관계를 이어갈 때 그 대상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어릴 적처럼 내 전부를 보여준다거나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기가 더 어려워진다.  

 

슬픈 이야기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쉽게 믿고 마음을 빼앗기고 전부를 내준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간다.


믿었다가 쉽게 배신당한 뒤의 허탈감,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밀려오는 외로움 등에서나를 지키기 위해서. 더 관계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역시 혼자가 편하다'를 외치면서.


 '그 사람은 왜 나와 멀어졌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지고 그 끝은 때로는 자책으로 끝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는 이제야 스스로를 지켜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기에.

 

누군가는 쉽게 말한다. 그 사람은 그 관계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때로는 이미 끝난 관계에 대해 미련을 갖는 스스로가 미울 때도 있다. 속으로 되뇌어본다.

'물러 터져 가지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 말했다. 몸에 근육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도 근육이 있는 거라고.

모든 관계는 뜻밖의 이유로 멀어지기도 하고 또 뜻밖의 이유로 가까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관계에는 일정 부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노력도 필요하지만 모든 관계를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보다 '열린 관계'로 상대방과의 거리를 지켜가면서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모든 관계는 가변적이다. 당신이 지금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뜻하지 않게 멀어질수도 있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가까워질 수도 있다.


때문에 당신을 힘들고 불편하게 했던 관계가 있다면 너무 그 이유를 파헤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힘들게 하지 말고 흐르는 물처럼 일단 흘러가는 대로 놔둬보자.

물론 관계가 계속되면 좋았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정리될 관계였을 수도 있다.

또한 관계 단절을 아쉽지만, 그 시간 속에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미워하기 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 과거의 미성숙한 나를 성장시켜줬다고.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포용력 있는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과거의 관계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사람들, 그리고 지금 있는 사람들에게집중하는 것. 나를 잃지 않고 건강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것. 조금은 느리더라도, 그것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