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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엔이방인 김상엽 Mar 01. 2024

[올라 UN] 외교관

Good Diplomat

"외교관은 그날의 날씨가 아니라 시대의 기후를 읽어야 한다."

- 알프레도 라베 前유엔 칠레대사


나의 어릴 적 꿈은 대한민국 외교관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간단하게 생각했지만, 어려웠다. 경영학과 학생으로 기업에 취업해 남은 인생을 보낼지, 다른 진로를 선택할지, 아니면 당시 외무고시 공부를 해야 할지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게 쓰디쓴 고통과 절망의 경험을 맛보고 돌고 돌아 뉴욕으로 넘어왔고 비정부기관에서 근무를 하다가 운과 타이밍이 좋게도 2011년부터 칠레의 국익을 위해 주유엔 칠레 대표부 정책보좌관이 되어 외교관의 삶과 생생한 유엔 외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칠레 정부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2011.2월 주유엔 칠레대표부 정책보좌관 부임

2017년까지 뉴욕 유엔에서 정책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외교의 풍경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이 시대의 성공적인 외교관이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직접 목격했다. 세계는 기술의 발전, 지정학적 권력 역학의 변화, 기후 변화 및 전염병과 같은 글로벌 도전 과제로 인해 국가 간 상호 작용 방식이 재편되면서 극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훌륭한 외교관이란 무엇일까?"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유엔에서 만난 그들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훌륭한 외교관의 공통분모를 정리해 봤다.


외교의 본질은 영국 수상 솔즈베리 경이 적절하게 설명했듯이 미묘함, 뉘앙스, 복잡한 상황을 민감함과 인내심으로 탐색하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대를 초월한 특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외교관들에게 추가적인 기술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한 훌륭한 외교관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는 정보가 공유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변화시켰으며, 외교관들이 다양한 대상과 소통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및 기타 디지털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를 초월하여 울림을 주는 명확하고 간결하며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공공 외교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에 필수적이다.


또한, 적응력과 회복력도 핵심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지정학적 긴장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이슈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는 외교관들이 유연하고 반응적이어야 함을 요구한다. 불확실성을 탐색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문화적 지능과 공감은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는 데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욱 상호 연결되면서 외교관들은 다양한 관점에 대한 깊은 존중을 가져야 하며, 문화적 차이를 넘어 다리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기본 가치와 동기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함한다.(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네 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기술 외에도 훌륭한 외교관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글로벌 도전 과제의 복잡성은 문제 해결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 방식을 요구하며, 이는 행동과 정책의 장기적인 함의를 고려해야 한다. 외교관들은 잠재적 결과를 예측하고, 협력의 기회를 식별하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협업과 팀워크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도전 과제의 다면적인 특성은 협업적인 접근 방식을 요구하며, 이는 내부 파트너뿐만 아니라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포함한다. 훌륭한 외교관은 팀에서 효과적으로 일하고, 연합을 구축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윤리적 리더십과 진실성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주의의 부상과 기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시대에 외교관들은 행동의 최고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들은 투명성, 책임성 및 법치에 전념해야 하며, 세계 무대에서 촉진하는 가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그리고 리더십에 대해서도 한 번 별도로 다루어 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훌륭한 외교관은 평생 학습자여야 한다. 기술, 지정학, 글로벌 이슈의 변화 속도는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을 요구한다. 외교관들은 호기심이 많고, 개방적이며,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성장에 전념해야 한다.

칠레 ECLAC 회의 참석 계기 알프레도 라베 대사와 오찬 중

결론적으로, 유엔에서 경험한 외교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도전적이고 다면적이다. 전통적인 외교 기술과 현대 역량의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대한 적응,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전략적 사고, 타인과의 협력, 윤리적 리더십, 지속적인 학습의 모든 능력은 이 다이내믹한 시대에서 성공적인 외교관의 필수적인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성을 띄는데, 그러한 복잡한 세상을 탐색함에 있어 이러한 기술은 평화롭고 번영하며 상호 연결된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관. 어렸을 적 꿈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외교관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주유엔 칠레대표부 대사를 지낸 알프레도 라베의

"외교관은 그날의 날씨가 아니라 시대의 기후를 읽어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국제 정세나 지정학적 권력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는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사진 출처: 개인소장)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국제기구 #해외취업 #유엔 #인턴 #영어 #스페인어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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