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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엔이방인 김상엽 Apr 07. 2024

[올라 UN] 2034년 봄 뉴욕 유엔 본부에서

2034년 어느 따스한 봄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본부의 푸릇푸릇한 잔디에 알록달록 봄꽃들이 피어난 모습을 보면,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관저에서 보안 스마트기기를 통해 전날 수면 패턴을 측정하고 최대한 휴식을 취해보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나의 몸 상태에 필요한 영양소가 듬뿍 포함된 스무디를 마시며, 아침 식사를 한다. 각 부처 전문가들이 밤새 분석한 글로벌 이슈를 관저 내 거울, 벽 또는 심지어 나의 안경으로 투사하여 아침을 먹으며 정보를 얻는다. 유엔 대표부로의 출근길에 차에서 다다음주 월요일에 개최될 중동 관련 안보리 공개토의에 대해 중동 국가들에 있는 나의 동료이자 대사들과 화상 회의를 한다.


대표부 건물 자체는 유엔 회원국 대표부들 중 가장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건축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1층은 유엔 회원국가의 시민이면 어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관료적이지 않으면서 현시대 최고의 창의적인 콘셉트들로 디자인된 공간과 빛의 파빌리온(?)으로 지어졌다.


대표부 내 모든 업무와 서비스는 디지털화되어 있으며, 건물 내에서 이러한 서비스에 접근하려는 방문객들은 한국의 가상현실 투어를 탐험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한국 정부 및 외교부 도서관에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뉴욕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대표부 1층에서 월간 토론 세션(유엔 안보리의 역할과 미래)을 위해 모이고 있다. 1층 내 다른 공간에서는 다른 일반 방문객들이 유엔 문화 행사에 참여하거나 소규모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감상 중이며, 수백 대의 갤럭시탭을 통해 사람들은 맞춤형 앱을 사용하여 한국의 친구들 혹은 낯선 사람들과 연결되는데, 일부는 한국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비즈니스 거래를 하는 한편, 특히 학생들은 한국 캠퍼스의 가상 투어를 하고 샘플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표부 내 카페에서는 유기농 한국 제품과 몇 가지 스낵을 제공하고, 카페 옆에는 현대 한국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 갤러리가 있다. 가상 갤러리 옆에는 K-pop 스타를 포함한 한국 아이콘들의 홀로그램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는 공간도 있는데, 대표부 실무관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 복합 문화 공간은 유엔뿐만 아니라 뉴욕을 넘어 전 세계에서 유엔의 핫플이 되었다.


우리 주유엔 한국대표부 공간은 단순히 업무로 찾아오는 경직된 장소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적으로 누구나 방문하여 함께 소통을 통해 배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며, 이곳은 한국을 신선하고 혁신적이며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2002년 월드컵의 활력을 불어넣은 정신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대표부가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며 이곳에 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가능성의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푸릇푸릇한 잔디에 알록달록 봄꽃들

나는 대표부 내를 둘러보다, 윗 층으로 올라와 대표부 직원들과의 회의를 주재하며, 출근길에 나눈 회의 내용을 공유했다. 대부분은 각자의 보안 스마트기기를 통해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참여하고, 각자는 회의 기록을 위해 태블릿을 사용하며, 이는 실시간으로 가상 화이트보드에 표시된다.


이후 한 시간 동안 나는 온라인으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전 세계의 시민 사회 활동가들과 기후 변화에 대한 실시간 가상 커피 세션을 주최하고, 동시에 유엔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 대한 나의 피드백에 대한 디지털 클립을 내 스마트기기를 통해 대사관 웹사이트와 SNS에 동시 업로드를 한다.


또한, 디지털 세계에서 가능한 모든 영향력을 활용하면서, 현지 민간 부문 그룹, 한국 투자자, 그리고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나의 전임자 사이의 화상 통화를 주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관리하는 대신 정보를 활용하는데, 더 이상 외교적 공허한 말 뒤에 숨지 않고, 구조와 기관보다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며,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부분에 도달하기 위해 나는 나의 팀 구성원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운다. 또한, 나는 국제회의에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 대신 사람들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 그곳으로 가서 정보를 수집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현 디지털 세기에 나는 대표부를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유엔 본부에서 우리 대표부가 국가 브랜드와 국익을 위한 허브가 되길 바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우리 직원이 내 사무실에 들어오며, 유엔 사무총장과의 대면 회의 일정이 있다며 유엔 본부로 출발할 시간이라고 한다.


유엔 본부의 푸릇푸릇한 잔디에 알록달록 봄꽃들이 피어난 모습을 보면,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저 멀리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휴일인 내일은 뉴욕 하늘이 대체로 맑고 따뜻하겠고, 별다른 비 소식 없이 쾌청한 날이니, 당분간 외출하기 좋은 봄 날씨가 펼쳐질 것 같다. 안 그래도 멕시코 대사가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하이킹 가자고 했는데, 몇몇 중남미 대사들도 온다고 하니 하이킹하면서 중남미 정세나 파악해 봐야겠다.


그래도 날이 맑고 낮 동안 따뜻하겠지만, 15도 안팎으로 벌어지는 큰 일교차에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2014년 어느 따스한 봄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헌장 제7장에 의거하여 결의 2141호(2014)를 채택함에 따라 안보리는 결의 1718호(2006)에 의거하여 설치된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의 권한을 2015.4.5.까지 연장하였으며, 15명으로 구성된 패널 기구는 9.5.까지 중간 보고서를 제출하고 늦어도 2015.3.까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위원회에 요청했다. 아울러, 안보리는 결의 1718호(2006), 1874호(2009), 2087호(2013) 및 2094호(2013)에 의해 부과된 조치의 이행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국가, 관련 유엔 기구 및 기타 이해 당사자들이 위원회 및 전문가 패널과 전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나는 칠레 안보리팀원으로서 대사님과 함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권한의 13개월 연장 결의안 채택 회의에 참석하여, 찬성 15표로 그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후, 대사님과 대표부로 돌아가는 길에 유엔 본부의 푸릇푸릇한 잔디에 알록달록 봄꽃들이 피어난 모습을 보다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20년 뒤, 2034년 유엔 본부 모습은 어떨까 하고 그려본 적이 있다.


참고로 2024.3.28. 안보리는 찬성 13표, 기권 1표, 반대 1표로 상임이사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의 권한 연장 결의안이 부결되었다.


(사진 출처: 유엔사무국홈페이지)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국제기구 #해외취업 #유엔 #인턴 #영어 #스페인어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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