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아바나의 센트럴 공원.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헌책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의 관심은 온통 이 조그마한 고양이에게 있었다.
쓰다듬어주고 먹을 것도 주고
정성을 다해 예뻐해 주는 그녀의 모습에
홀딱 정신이 팔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던 기억이 난다.
이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쿠바 사진 중 하나가 됐다.
'평화롭고 따뜻한 아바나'를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으니까.
***
4년 후 다시 찾아간 아바나는
생각보다 많이 변해있었다.
관광객도 많아졌고 새 건물도 많아졌고
관광도시에 걸맞은(?) 상업적인 분위기도 더 짙어졌다.
공원에서 열리던 플리마켓도 없어졌다.
공원엔 관광객들과 호객꾼들만 가득 차 있었다.
한참 걸어가니 길 한 구석 좁은 공간에서
헌책과 그림과 옛물건들을 파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공원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것 같았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구경하고 즐거워하긴 했지만
왠지 4년 전 그때, 그 따뜻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이 사진의 아바나는
다시 볼 순 없을 것 같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