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에 나온 책이다. 1박2일 이라는 국민프로그램을 만들고 계속해서 히트 예능을 만들어낸 나피디님이 쓴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봤다. 한때 나도 피디가 되기 위해서 몸부린치던 시기가 있었다. 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던 방송국 시험을 보려고 논술과 시사상식을 공부하고 기획안을 쓰는 스터디도 꽤 오래했었다. 스터디원 중에 지금 그 레이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시절 품었던 꿈은 오로라 같이 아직도 가슴에서 꿈틀거리지만 삶은 이미 다른 길로 너무 멀리 뛰어왔다.
나 피디가 책을 쓴 구성은 역시나 티비 프로그램을 하나 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1박2일 이야기와 오로라를 보려고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이 두 개의 축으로 교차해서 편집했다. 하나는 산 서쪽에서 올라가고 하나는 동쪽에서 올라가면서 결국 산 정산에서 만나게되는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피디의 영상 편집 기술과 비슷하게 책을 읽으면서도 장면이 바뀌어서 지루할 틈이 없게 구성했다.
피디는 가족을 거의 내팽겨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방송이란게 촌각을 다투지만 인력은 항시 부족하기에 갈아넣어서 만들어지는게 방송프로그랜인 경우가 많다. 아빠가 피디인 친구가 있었는데 어릴 적에 아빠 얼굴을 거의 못봤다고 한다. 내가 만약 피디가 되었다면, 역시나 그랬을 것이다.
책은 초심, 진심이 무엇인지 발견해가는 과정을 오로라를 찾는 과정에 빗대어서 구성했다. 어느정도 성공의 길에 접어들거나 어느 문야에서 자리를 잡게되면 새로운 시도가 어려워진다. 잃을게 많아진다. 대학생 때는 단지 좋아서, 마음이 가는대로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손에 쥔게 많아지고 책임이 많아지면 그럴수가 없다. 시간과 돈과 명예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그럴수밖에 없다. 그러는 가운데 그 진심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도전을 할수 있는가. 그런 질문들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