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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28. 2024

파묘를 대신해 이 영화라도!

미약한 인간의 우상에 관한 이야기. 영화 ‘사바하’

 

요즘 영화 '파묘'가 연일 화제던데 멀리 사는 나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어쩐지 느낌이 그렇다 했더니 이 영화의 감독이 바로 영화 '사바하'의 그 감독님이었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의 장인이라는 찬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내가 감상했던 영화 '사바하' 역시 오컬트 적인 요소가 다분했던 게 기억났다.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신비하고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해석된다.

음모론이나 뭔가 어둡고 우리 내면에 감춰진 비애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런 류의 영화가 꽤나 흥미롭다.

해서 이전에 감상했던 영화 '사바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한다.


영화 사바하는 종교를 매개로 우리 인간의 미약함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 대부분의 인간은 미약하고 나약한 존재기에 신 또는 우상을 만들어 위안 삼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우리들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임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어설픈 희망보단 각성, 즉 스스로 깨어나기를 권하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조금 상세히 서술하자면...

먼저 금화와 쌍둥이로 태어난 ‘그것’으로 불리는 가여운 한 아이를 ‘악’으로 미리 규정해 놓고 고통스럽게 생을 끊은, 또는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과 마을의 흉사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는 주민들, 그리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운명 혹은 자신과 연관된 그 무엇으로 연결하곤 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그렇고, 무엇보다 잘못된 신념과 믿음으로 죄를 짓고 고통받았던 정나한이 결국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거짓된 우상의 실체를 단죄하며 깨어나는 자가 결국 원만한 성취를 이룬다(사바하의 원뜻)는 엔딩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어딘지 영화 ‘곡성’과 비슷하게도 여겨지지만, 둘의 차이점을 들자면 ‘곡성’이 그저 인간의 무기력함을 도드라지게 보여줬던 반면 영화 ‘사바하’는 미약한 존재나마 각성하고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두 영화 다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화두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해 보이는데, 이 문제는 아마도 비단 이 두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리라고 생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꽤 오래전 예능프로 ‘방구석 1열’의 박찬욱감독 편에서도 느꼈지만 감독이 어떤 걸 작정하고 만든다기보다는 그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이 자신의 철학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 제각각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어쩌면 영화의 효능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또 들었다.


어쨌든 굳이 종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미혹에 휘둘려 깨어날 필요가 있는 나약하고 미약한 우리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처럼 가짜뉴스, 더러움과 아수라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각성'이란 단어를 떠올려본다는 건 좋은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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