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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08. 2024

세부 여행 셋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

단단히 탈이 나 생고생!

친구를 만나러 가는 여행은 첨엔 무척 기대가 됐고, 대체적으로 순조로웠다.

오래된 추억을 얘기했던 시간은 참 좋았고, 공유하는 기억이 있다는 건 시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감격스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뱃멀미를 해 요트투어를 즐기지 못했던 건 친구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까지 더해져 다소 씁쓸했지만 셋째 날 저녁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게 불행의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달이 난 건 셋째 날, 초등학교 여사친 둘을 흔쾌히 맞아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우리 셋은 '블랙페퍼 크랩'을 먹기 위해 해산물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게 먹었고, 친구가 디저트로 필리핀 세부에까지 진출한 우리의 디저트 '설빙'을 사겠다고 제의해왔다.

배가 많이 불렀지만 친구의 간곡한 권유에 우리 셋은 그곳으로 가 눈꽃빙수를 주문해 나눠 먹었다.

그렇게 맛난 식사와 디저트까지 마친 나와 내 여친은 친구가 소개하는 지인 카페에서 음악을 조금 즐긴 후 친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호텔로 돌아왔다.


잠시 후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호텔 측에 약을 요청해 먹었지만 위로 아래로(?)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마도 매콤한 음식 후에 즉시 차가운 걸 먹어 탈이 난 듯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다소 증상이 심해 곰곰이 따져보았다.

그러다 결론은 '설빙'에서 먹었던 빙수 때문이 아닐까 싶어졌다.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기에 문제가 있었을 듯싶었다.

하지만 셋이 똑같이 먹었음에도 나만 엄청난 배탈을 겪고 있을 뿐, 바로 옆에 있는 여친도, 다음날 만났던 남친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말에 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건 우리가 떠나던 날 세부 친구가 우리에게 사준 한식.


다음날도 나는 기운을 못 차린 채 심기와 육체 모두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친구들에게 표시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과 여행을, 그것도 초등학교 남친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갔는데 둘에게 심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했다.


그렇게 짧은 세부여행이 끝났다.

특별한 계획 없이 친구만 믿고 떠난 여행이었고, 아주 오래전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이었다.

좋았던 순간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 공존하는 내겐 꽤나 유니크한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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