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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02. 2024

무한한 정신세계를 다시금 일깨우는 영화

'A Dangerous Method'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인 두 사람, 즉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거기에 처음엔 칼 융의 환자로 그로부터 치료를 받다가 급기야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후에는 첫 여성 정신분석학자 중 한 사람이 된 사비나 스필라인까지 세 사람의 정신세계에 대한 이론과 감성을 주론 잔잔하게, 그러다 때로는 다소 격렬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역사 영화다.


인간의 무한한 정신세계에 대해 무한한 호기심을 지니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영화가 참으로 반갑긴 한데, 솔직하게 빈번히 사용되는 심리학 용어로 다소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영화를 다 감상한 후 들어두었던 단어를 되짚어 보면서, 또 정신분석학의 두 대가에 대한 정보를 뒤적여 보면서 미흡했던 이해력을 보충했음을 또 고백한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정신세계의 근간을 리비도, 즉 성적 본능 혹은 성적 충동으로 본 것에 반융은 심령술과 신비적인 초자연적 현상에 더 관심을 가졌었고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융은 결국 스승을 비판하다 그와는 다른 이론, 즉 무의식의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물론 이렇게 상세한 것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영화 상 두 인물은 의견대립을 보이고, 미묘한 갈등을 드러낸다.  게다가 처음엔 융의 환자였다가 후에 융의 변심에 좌절사비나는 프로이트의 환자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오래전 소설로 읽었던 박범신의 ‘은교’가 떠올랐는데, 무릇 뛰어난 학자들 사이에는 그들에게 자극과 열정을 북돋워줄 대상이 필요하고, 때로는 그 대상이 참으로 위험하고 치명적인 존재로 드러날 수도 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학자의 열망이 때로는 자신까지도 임상적 요소로 간주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거대한 정신세계는 진정 이해하기 많이 어렵다는 종래의 결론에 다시금 도달하게 되었다.


그랬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비나의 경우만 봐도 아버지로부터의 체벌과 체벌 후 그의 손에 예를 갖추어야 했던 혼란스러운 기억이 어떻게 성도착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랑하는 두 남녀가 그들의 성행위를 어떻게 임상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서로 상이한 요소들이 어떻게 창의적인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끊임없는 의문이 남았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행복한 여가 혹은 릴랙스 하기를 위해 선택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게 또 솔직한 고백이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몸을 불사르는 연기, 그리고 두 주연 배우의 진중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암울하면서도 또렷이 잡히지 않고, 무겁게 만드는 뭔가가 존재하니 말이다.  

대신 심오한 정신세계에 대해 다시금 주의를 환기하고픈 분들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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