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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12. 2024

가슴이 뻥 뚫린 듯 후련해지는 책

‘상류의 탄생’

오늘날의 한국 현실을 속 시원하게 일갈하고, 진정한 ‘상류’에 대한 꼼꼼한 예시 및 앞으로 한국이 진정으로 내면이 상류인 국가가 되기 위한 방법론까지 친절하게 풀어놓은 이 책을 만난 건 참 행운이란 생각이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내가 평소 느끼고 안타깝게 여겼던 한국의 적나라한 치부를 들춰내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이 책을 리뷰를 부탁받아 받아 든 기쁨은 마치 어린 시절 먹고 싶었던 과자를 얻은 것 마냥 날 흥분시켰고, 내용을 들춰보곤 ‘아! 이렇게 나와 생각이 같으신 분이 계시다니~’하며 막무가내로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음을 먼저 고백하며 나의 리뷰를 시작해야겠다. 


캐나다로 이민 가 자주 한국을 드나들면서 한국에서 지낼 때에 느끼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 그러니까 평균적인 한국 사람들은 아니겠고 내가 주로 생활하게 되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를 갖게 됐는데, 나의 전반적인 느낌을 여과 없이, 수위 높게 표현하자면 ‘다들 어딘가 살짝 정신줄을 놓아버린’ 혹은 ‘자신의 삶은 없고 그저 타인의 눈에 비친 자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뭔가에 아주 많이 휘둘리고 있는 듯한’이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즉, 내게 서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워너비 문화’의 추종자들이 되어 주체성과 자존감을 잃어버린 속물들로 보였단 소리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심, 공존의식과 책임의식은 마치 구시대의 유물인양 던져버리고 의지와 판단력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좀비가 되어버린 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느꼈던 나의 느낌대로 이 책에서 저자는 중산층이란 허망한 이름을 이야기하며 베블런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를 언급하는데,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서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데도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를 보며 천박한 속물들의 과시욕을 떠올렸던 나로서는 너무도 반가운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는 걸 또 덧붙인다.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로 그저 작금의 한국의, 또는 한국 사람들의 비참하고 남루한 현실만을 까발렸다면 이 책은 그저 평범한 폭로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오늘날 거대 자본주의의 메카로 여겨지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아직까지도 상류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또 미국을 넘어 좋은 나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 일지에 대한 촘촘한 전례를 담고 있어 진정 ‘상류’가, ‘상류국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또한 부록으로 나와 있는 ‘상류 용어 사전’을 기획한 것도 기발하다 여겨지고, 무엇보다 책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누가 상류인가? ______를 가진 사람들!’이란 코너가 참 마음에 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상류란 ‘배려, 책임, 통찰, 원칙, 예의, 절제, 청렴, 전통, 박애, 품위’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중에 난 과연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체크하고 이를 갖추기 위해 애쓴다면 나 또한 내면이 상류인 사람이 아닐까? 소비주의에 무력하게 무릎 꿇지 않는 진정한 상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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