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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Oct 20. 2024

두 번째 회귀 17- 퀘벡 여행 1

뉴욕주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젊은 혈기에 곧 출출해져 두 사람은 간식을 먹기로 작정하고 근처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간판이 적힌 식당엔 다양한 메뉴가 보였다.

그중 미국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메뉴가 있어 그들은 그걸 주문했다.

‘푸틴’이라는 이름의 감자튀김이 그거였는데, 나중에 보니 감자튀김에 치즈와 그래비를 듬뿍 얹은 좀 색다른 감자튀김이었다.

그걸 보면서 기남은 자신이 처음 맥도널드에서 주문해 추위에 떨며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던 과거의 악몽이 떠올라 정완수에게 그 얘길 해줬다.

이야길 전해 들은 정완수는 박장대소했고, 자기도 그 비슷한 아픈 추억이 있다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애들하고 대화 중에 자꾸 코리아 코리아 이러는 거야. 그래서 아는 체하면서 아이 엠 코리언! 이랬거든! 크크. 근데 내 말을 들은 녀석들 얼굴 표정이 이상한 거야.”

“...”

“내가 왜들 그러지 하고 있으니까 그중 한 녀석이 나한테 웃으면서 말해줬어. 우리가 말하는 건 코리아가 아니라 커리어라고.”

“그러니까 Career를 Korea로 들은 거네? 흐흐. 그럴 수 있겠다!”     


기남이 이렇게 말하자 정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크크. 근데 난 영어에서 ‘오’ 발음하고 ‘어’ 발음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 넌 어때?”

“뭐 나도 비슷하지. 자꾸 듣다 보면 알겠는데 첨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도 그게 그걸로 들려.”     


기남이 겸손하게 이렇게 말하자 정완수가 다시 박장대소하며 말을 이었다.     


“크흐흐. 그러고 보니 이런 경험이 또 있었네.”

“뭔데?”

“수업 중에 토론 시간이 있었는데 누가 나한테 그러는 거야. ‘캄 다운’. 근데 난 그게 ‘컴 다운’으로 들렸거든. 그래서 갑자기 쟤가 왜 나한테 아래로 내려오라는 거지? 이랬지 뭐야! 흐흐.”

“맞아! 나도 그거 첨에 헷갈려했어. ‘진정해’라는 말을 그렇게 듣고 왜 그러지 했었지! 흐.”

“참, 외국어라는 게 쉽지 않아. 그나마 영어는 쉬운 외국어에 속하는 편이라는데 말이야.”

“그래. 언어가 하나로 통일됐다면 세상사 그나마 덜 복잡할 듯싶긴 하지!”     


둘은 이런저런 이야길 더 나누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차에 올랐다.

어언 한 시간을 더 운전해 가니 다리가 보였고, 다리를 건너면서 저 멀리 마천루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몬트리올 시내가 보이는 거였다.

그들은 정완수와 함께 학교를 다니다가 몬트리올로 자리를 옮겼다는 정완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 선배라는 사람은 원래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를 다 마치고 포닥 과정을 하던 중 조교수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 중 몬트리올 쪽에 자리가 나서 옮기게 됐다고 했다.

인상이 좋은 그 선배는 좁은 아파트라 미안하다며 그들을 맞아줬다.

선배 집에서 잠시 쉬던 그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선배는 몬트리올에 관광 온 사람들은 거의 다 먹어본다는 유명 ‘훈제 고깃집’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훈제 향이 가득한 고기와 복작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영어가 아닌 불어로 떠드는 그들의 수다까지 감상하면서 그들은 주문한 고기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와! 미국과는 분위기가 영 다른데요?”

“그렇지? 여기 사람들은 좀 더 시끌벅적하다고 해야 하려나? 암튼 생기 넘치지!”

“그리고 우리가 있던 뉴욕도 그렇지만 여긴 더 인종이 다양한 듯 보여요!”

“특히 이곳은 불어를 사용하던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이 많아서 북아프리카 쪽 사람들이 많은 듯 보여. 여긴 자기들 언어 불어를 고수하려고 캐나다에서 분리하자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지.”

“자기들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군요!”

“그런 셈인데 그 여파로 토론토에 많은 기업을 뺏기고 있는 게 현실이야. 그래서 여기 사람 중에서도 분리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되고.”     


정완수와 설윤이라는 그 선배는 오랜만에 보는 감회를 이렇게 대화로 풀어냈다.

기남은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며 동시에 색다른 문화를 감상 중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들에게 선배라는 설윤이 물었다.     


“이제 배도 부르겠다 뭐 하고 싶어? 술 마시러 갈래?”

“술 너무 이르지 않나? 기남아! 넌 뭐 하고 싶어?”

“난 그냥 좀 주변을 걷고 싶은데.”

“그러자! 형! 우리 좀 걷죠!”

“그래. 주변에 재미난 볼거리도 꽤 있으니까 좀 걷자!”     


그들이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꽤 화려해 보이는 여자와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늘씬한 그녀에 비해 남자는 왜소해 보였는데 그런 언발란스조차 개성으로 보여 기남과 정완수는 피식 웃었다.   

 

“여기 사람들 뉴욕보다 더 개성 넘치네요!”

“보기에 따라서. 흐. 저 사람들 게이 커플이야!”

“예? 저렇게 예쁜 여자가 남자라고요?”

“응. 가슴은 수술했지만, 저 다리를 보라고. 저게 어떻게 여자 근육이겠니? 게이들은 대개 운동도 아주 열심히 해서 몸매가 좋아. 근육질이 많고.”

“으음.... 저런 남자가 여자 몸을 갖고 있다면 나도 한 번... 크.”     


정완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게 말이야. 난 내가 유학 오면서 생각이 많이 오픈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도저히 저들은 이해가 안 돼.”

“난 뭐... 지들 인생인데 지들 마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별생각 없는데. 넌 어때 기남아?”

“나? 글쎄... 나 역시 남의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다 싶기도 한데...”     


기남은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반대 의사를 밝힌 선배라는 분에게 결례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그런 눈치를 챈 설윤이라는 선배가 기남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괜히 내 눈치 볼 거 없어요.”

“말 놓으세요. 저도 완수랑 동갑인데요. 생일도 훨씬 늦은.”     

기남이 예의를 차리며 이렇게 응대했다.     

“그럼 그럴까?”     


그들은 거리를 걷다 잠시 후에 조그만 바로 들어갔다.

그곳은 일명 ‘탑리스 바’로 어여쁘고 몸매 좋은 무희들이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하체엔 극히 일부분만 가리고 엉덩이도 훤히 드러낸 채 춤을 추는 곳이었다.

가운데 봉을 잡고 몸을 흔들다 가끔 봉을 타고 올라가기도 하면서 남자들의 심장을 벌렁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좋은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선배가 애쓰는 동안 정완수는 완전히 대놓고 그녀들을 바라봤고, 기남은 조금 민망해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애매한 포즈와 표정을 취했다.

그런 기남을 바라보던 선배가 피시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와선 즐겨야지. 그런 태도가 저 무희들에겐 최악이야!”

“아, 네! 흐.”

“어디까지나 저것도 직업이라고. 크게 의미 둘 필요 없어!”

“그렇긴 하죠. 하지만 뭔가... 자꾸 내 동생이라면, 내 누나라면 이런 생각이 들어서.”

“가만 보니 자넨 지나치게 이성적인 듯 보이네만!”

“...”

“이성은 분명 좋은 거지. 헌데 가끔 너무 그렇게 자신을 옥죄면 이성이 과부하 걸릴 수도 있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기남은 적당히 인사치레로 답변하고 자리에 앉았다.

정완수는 이미 미국에서부터 미 달러 $20짜리 지폐를 준비해 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앞에서 춤을 추던 무희가 돈 냄새를 맡고 그들 일행 앞으로 몸을 낮췄다.

마치 무대를 기는 듯한 포즈로 그들 곁으로 다가와 갑자기 번쩍 고개를 들며 자기 가슴을 들이밀었다.

거대한 가슴에 놀란 정완수는 가슴을 한참 감상하다 지폐를 그녀의 팬티 모서리에 끼웠다.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손으로 키스를 날리곤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와우! 저런 왕가슴 첨 본다! 실제로!”

“수술한 거야! 크.”

“와! 아무리 의사의 힘이라도 대단하네요!”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 흐흐.”     


그들은 맥주를 홀짝이다 급기야는 양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술이 들어가자 정완수는 점점 $100짜리 지폐를 자주 꺼내 들고 무희들의 팬티 모서리, 혹은 엉덩이 쪽에 끼워줬다.

그러자 무희들이 점점 그들 쪽으로 자주 들락거렸고, 덩달아 그들 주위에 남자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좀 더 가까이 무희들을 감상하기 위해 그들 덕을 보려고 말이다.     

그곳에서 꽤 시간을 보낸 그들은, 물론 기남은 빼고,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가려고 기남이 화장실 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바로 옆에 쪽문이 하나 보였고, 소리는 거기에서 들려왔다.

그쪽으로 몸을 옮긴 기남 앞에 쪽문에서 안으로 들어오던 덩치 큰 남자의 몸이 우뚝 섰다.     


“께스끄 뛰 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한 기남이 그저 그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가 눈을 부라리며 기남을 위아래로 훑다 자리를 떴다.

밖에선 여자 울음소리가 들렸고, 기남은 그냥 지나치려다 다시 돌아가 문을 열어봤다.

한 여자가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다 고개를 드는데, 그녀의 눈언저리가 거무죽죽하게 변해 있는 게 보였다.

그녀에게 다가간 기남이 그녀에게 영어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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