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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23. 2024

세 번째 회귀 12- 사업 위기 1

최준혁 맏이 심장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뉴욕에 남겨두고 최준혁은 급히 귀국했다.

얼마 있으면 기남이 초청한 미국 그룹 ‘화이트 스웨그즈’가 입국할 예정이라 마음이 바빴다.

그가 맡은 일의 특성상 내한 공연과 관련된 모든 매니지먼트는 그의 손을 거쳐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공항에 도착한 그를 위해 기남은 특별히 기사가 딸린 차를 내줬고, 그는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기남을 보자 그가 울먹이며 입을 뗐다.     


“대표님 덕분에 우리 아람이 수술 잘 끝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제 감사하단 말씀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당장 내일부터는 내한 공연 일정 차질 없도록 신경 좀 써주세요!”

“아, 그야 당연하죠! 제가 해야 할 일은 꼭 말끔히 처리하겠습니다, 대표님!”     


이전보다 최준혁의 말수가 늘어간다는 게 기남은 느껴졌다.

그리고 어언 보름 뒤 미국 미소년밴드 ‘화이트 스웨그즈’가 한국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일주일 뒤 당장 공연 시작이라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리허설과 방송 출연 등 여러 가지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기남 회사 역시 차질 없이 공연이 진행되도록 여러 가지를 신경 쓰며 내한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모든 준비 다 잘 돼가고 있나요, 최부장님?”     


기남이 진행 상황을 물었고 최준혁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네! 밴드 동선도 다 확보했고, 공연장도 안팎으로 보안 및 시설 점검도 다 끝냈습니다.”

“이번 공연이 잘 진행되어야 차후 다른 팀도 공연이 수월해질 겁니다. 실수 없이 잘 진행되도록 좀 더 힘써주세요!”     


사실 이번 공연 이전에도 한국에서 몇 번 외국 가수들의 공연이 있긴 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 회사에선 만반의 준비를 기했다.

그리고 드디어 ‘화이트 스웨그즈’ 내한 공연 당일이 되었다.

기남을 비롯해 회사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한번 점검에 나섰다.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될 겁니다, 대표님! 착석하시죠!”     


삼인방이라고 불리는 회사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정찬 프로듀서가 기남에게 착석을 권했다.     


“네. 그런데 이준호 부장과 최준혁 부장은 어디 있죠?”

“최 부장은 아직 점검하느라 정신없어 보이고 이 부장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랑 같이 있었는데 글쎄요. 곧 오겠죠, 뭐!”     


기남이 나머지 삼인방 멤버를 찾자, 정찬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준호 부장이 헐레벌떡 기남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
 “강준이 지금 경찰서에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로요?”

“그게...”

“어서 말씀해 보세요.”     


이준호 부장이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뗐다.     


“마약 복용으로...”

“네? 마약이라고요?”     


강준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2인조 그룹 중 한 명이었다.

핸섬한 외모와 노래 실력으로 인기가 급상승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였다.

기남은 일단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박흥식에게 연락했다.    

 

“형! 오랜만이야! 미안하지만 부탁할 게 좀 있는데...”     


기남이 박흥식에게 연락한 얼마 후 박흥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남아! 강준이 지금은 유치장에 있는데 확실한 범죄 사실이 소명되면 곧 구치소로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강준이 대마를 한 게 확실한 거야 형?”

“자기는 계속 부정하고 있는데 지금 경찰서에서 물증 확보 중인가 봐.”

“...”

“이번 일로 너네 회사 타격 좀 받을 거 같은데 혹시 다른 가수들 연루되지 않았나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고 그런 일 있음 먼저 자수시켜.”

“...”

“그게 제일 나은 방법이니까! 듣고 있지?”

“응. 알았어, 형! 연락할게.”     


전화를 끊은 기남이 생각에 잠기다 삼인방을 방으로 불렀다.     


“세 분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기남을 주시했다.     


“강준 외 혹시 우리 회사에 소속된 가수 중 대마에 손댄 사람이 또 있습니까? 아시면 말씀해 주세요.”     


서로 눈치를 보던 중 최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론 강준과 한 팀인 구본일은 자긴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도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그 둘 사이가 그리 좋진 않다고 하지 않았나요?”     


기남이 이렇게 묻자, 이번엔 보컬 트레이너 이준호 부장이 입을 뗐다.     


“둘이 사이가 안 좋은 건 맞는데 그래도 한잔들 하고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또 모르죠.”

“그럼, 일단 두 사람 매니저 좀 제 방으로 오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가수들도 다 살펴주시고요. 만약 또 있으면 우리가 먼저 자수시켜야 합니다.”     


기남이 세 사람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제게 뭐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그때 프로듀서 정찬이 기남에게 억울한 듯 이렇게 내뱉었다.     


“대마가 무슨 마약이라고”

“정 부장님! 여긴 대한민국입니다.”     


정찬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대꾸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의 말과 함께 세 명이 각자 목례를 하곤 방을 빠져나갔다.

기남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정찬 말대로 미국에서 대마는 웬만한 대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기도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에선 마약이었다.

기남도 유학 시절 대학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의 권유를 받은 적이 있지만, 그는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 시도해 볼 의향이 전혀 없어 거절했었다.

혹자는 대마를 하면 음악을 들을 때 느낌이 섬세해지고 풍부해진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기남은 불법적인 걸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화이트 스웨그즈’의 내한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수익 면에서나 회사 인지도 면에서도 꽤 성공적이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일탈로 인해 회사는 쑥대밭이 됐다.

회사에 소속된 모든 가수와 작곡을 담당한 작곡가는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이들에 대해 모래에서 바늘 찾듯 샅샅이 전수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강준 외에는 아무도 대마에 손을 댄 사람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준과 한 팀인 구본일은 대마초 혐의를 벗었고, 강준은 결국 교도소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보이 밴드 초청으로 기남의 회사는 큰 호감을 얻었지만, 강준의 구속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았으니 결과는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제로인 셈이었다.

기남은 대마초 사건을 계기로 더욱 회사 내 기강을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회의실에 삼인방을 비롯해 재무 담당 유진현 차장과 춤 담당 홍경진 차장, 그리고 새로 영입된 작곡가 송범철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기남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기강을 다시 정립해야겠단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여섯 사람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기남의 말을 경청했다.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회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번 화이트 스웨그즈 내한 공연을 추진한 것도 그런 취지를 반영한 것이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아 회사 이미지에도 도움이 많이 된 게 사실입니다.”     


기남이 다섯 사람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강준 일은 대단히 유감이지만 이걸 계기로 아티스트들을 더 보강하기보단 있는 식구들을 더 탄탄하게 결집하고 내실을 기하려고 합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가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남은 다시 한번 더 당부했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계속 반복되면 그건 어떤 변명의 여지없이 그 자체가 됩니다.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들 써 주시기 바랍니다.”     


보컬 트레이너인 이 부장이 다짐하듯 응답했다.     


“대표님 말씀 잘 알아들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프로듀서 정찬 부장도 말을 이었다.     


“대표님 비전은 늘 놀랍습니다. 회사를 확장하는 대신 내실을 기하자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제 우리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들 잘해 주실 걸로 믿겠습니다. 혹시 또 해야 할 말씀 있음 해 보시죠.”     


기남의 말이 끝나자 작곡가 송범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작곡하다 막히면 갖가지 상념이 다 떠오릅니다. 인기곡과 비슷한 곡을 만들까, 아니면 표시 안 나게 슬쩍 따 올까? 별의별 생각이 다 나기도 합니다.”

“그런 걸 생각해 볼 순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여야죠. 우린 단순히 인기를 얻는 그런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음악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기남이 다시 한번 회사 윤리와 방향에 대해 말을 잇자 재무 담당 윤진현 차장이 덧붙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인기는 반짝하다 끝날 수 있죠. 우리는 오래도록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를 길러내야죠.”     


다들 한 마디씩 하고 마지막으로 최준혁이 마무리를 했다.     


“대표님 말씀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들 잘해 봅시다! 올댓보이즈 다음 앨범을 위해 회의가 끝난 후 정 부장과 이 부장은 잠깐 남아주세요.”     


회의가 끝났고 잠깐 최준혁이 화장실 간 사이 정찬이 이준호에게 낮게 말했다.     


“저 사람은 지가 뭐라도 되는 걸로 아는 거야 뭐야? 대표님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우리 보스라도 되는 양 껍죽대니!”     


사람 좋은 이준호가 웃는 얼굴로 정찬을 달랬다.     


“아이 왜 그래? 무슨 보스 노릇을 했다고? 앨범 얘기 나누자는 거잖아.”

“눈치 하곤!”     


정찬이 뭔가 안다는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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