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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26. 2024

세 번째 회귀 14- 대표는 돈키호테!

NKN이 키운 걸그룹이 드디어 첫 방송을 탔다.

이미 남자 그룹인 ‘올댓보이즈’는 인기 가도를 한껏 달리는 중이었다.

거기에 처음으로 선보인 걸그룹 ‘세븐틴’은 이름 그대로 나이가 어린 소녀들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상큼한 매력을 내세우며 그녀들의 노래가 방송국 공개홀에 울려 퍼지자 신문사와 잡지사에선 그룹을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도저히 17살들 노래라곤 믿기지 않는 성숙함과 상큼함이 공존하는 세븐틴!>

<NKN, 걸그룹 새 역사를 쓰다!>

<지금까지 이런 걸그룹은 없었다!>     


다시 한번 회사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찬 프로듀서를 대신해 회사엔 새로운 인물도 영입됐다.

차일호라는 인물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많은 가수들을 키워낸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의욕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에선 처음이시지만 워낙 경력이 많으시니까 일단 차장 직함부터 시작하시는

걸로 하죠.”

“네! 좋습니다, 대표님!”     


호탕하게 동의한 후 차일호는 단도직입적으로 기남에게 제의했다.     


“제가 이직하기 전에 봐 둔 2인조가 있습니다. 언더에선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떤 장르죠?”

“R&B입니다.”

“아! 좋습니다. 그런데 작곡도 하나요?”

“간혹 작곡도 하곤 있지만, 아직까진 내세울 만큼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차차장님께서 프로듀싱을 하셔야겠군요.”

“네. 그래야 할 듯합니다.”

“그럼, 언제 그 친구들 볼 수 있을까요?”     


***     


강준의 대마초 복용으로 2인조 그룹 활동이 끝장난 마당에 새로운 2인조가 탄생한다면 회사에선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며칠 후 차일호가 소개한 2인조 그룹이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성 넘치는 외모에 딱 봐도 ‘나 예술인!’ 티가 나는 그들을 보고 사내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너무 앞서는 거 아닌가 몰라?”

“패션도 패션이지만 헤어스타일은 또 어떻고? 저게 무슨 머리라고 하던데...”

“레게머리! 자메이카 밥 말리가 저런 스타일이었다나 뭐라나 어디서 본 적 있어!”     


기남이 그들을 보고 악수를 청하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듣던 대로 멋진 분들이시군요!”     


대표의 반응에 다들 입을 꾹 다물기로 작정한 듯 일순 조용해졌다.

둘 중 리더 격인 서범찬이 먼저 입을 뗐다.     


“좋은 회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한 식구가 됐으니 함께 좋은 결과 만들어갑시다!”     


나머지 한 명 임재호도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젊으셔서 저희가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에 대한 덕담이었다.

기남이 말을 이었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론 알 수 없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거라 어떤 경우든 그런 마인드로 임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데려온 그룹을 대표가 맘에 들어하는 거 같아 차일호는 일단 안심했다.

그들이 자리를 뜬 후 최준혁 부장이 대표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차 차장이 소개한 2인조 노래 실력은 괜찮은 듯합니다. 헌데 문제는”

“그들 외모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최준혁이 또 시작됐구나! 하는 표정으로 기남을 바라봤다.     


“대표님! 아직까진 방송심의위원회가 엄격합니다. 실력도 보여주기 전에 퇴짜 맞을 겁니다.”

“일단 한 번 시작은 해보자고요.”

“투자하고 다 키워서 헛일되면 회사에 그만큼 손해가 가는데도 시작해 보자는 말씀이신가요?”

“해봐야 결과를 알게 되지 않을까요?”

“대표님의 진취성으로 회사가 이만큼 발전한 건 사실이고 인정합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재고 부탁드립니다!”     


기남이 사람 좋은 표정으로 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회사에 최 부장님이 안 계시면 절대 안 되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인 저보다 더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요.”

“...”

“하지만 저같이 다소 저돌성을 가진 사람도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너무 안전빵으로만 가게 되면 고인 물이 되기 쉬을 거 같습니다.”    

 

기남이 최준혁에게 계속 신뢰의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전 막무가내 돈키호테를 맡을 테니 최 부장님께서는 진중한 햄릿을 맡아주세요!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존재하므로 우리 회사는 더욱 발전할 겁니다.” 

    

기남의 뜻을 헤아린 최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일단 한번 해보겠습니다!”     


나가려던 최준혁이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기남에게 말했다.     


“저, 그리고... 제가 빌려 갔던 돈은 오늘 다 채워 넣었습니다.”

“무리하신 건 아닌가요?”

“아닙니다. 아람이 때문에 이민 가려고 집 빼는 과정에서 조금 부족했던 것이라 해결됐습니다. 집 문제도 해결됐고요.”

“잘 됐습니다. 아람이는 언제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던가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한가 보더라고요.”
 “제가 한 번 전화를 넣어야겠습니다. 많이 보고 싶으시죠?”

“네, 뭐... 그래도 대표님 덕분에 아람이 건강해졌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남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전 최 부장님을 회사에 영입한 걸 사업 시작하면서 했던 일 중 가장 잘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제가 감사합니다!”     


최준혁이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 깊이 숙여 인사한 후 대표실을 나갔다.

뒤에 남은 기남은 오랜만에 민식과 윤식이를 생각했다.     


‘녀석들! 정말 많이 컸겠지?’     


마음을 다잡으려는 모습으로 고개를 흔들며 기남이 혼잣말을 했다.     


“그래! 조그만 더 기다려라, 아들들!”     


***     


서범찬과 임재호의 그룹명은 ‘점프 투더 스카이’로 정해졌다.

자기들 인기가 하늘까지 치솟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둘이 그렇게 네이밍을 했다고 회사에 통보해 왔다.

회사 사람들 대개는 대박 날 이름이라고 환호하면서도 그들의 외모에 대해선 여전히 말들이 많았다.

드디어 그들이 첫 방송을 타는 날이 다가왔다.

모두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맘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된 서범찬과 임재호가 방송국에 도착하자 프로그램 담당 피디가 그들의 매니저에게 호통을 쳤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런 꼴로 방송을 하겠다고?”     


즉각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최준혁에게 매니저가 연락했고, 최준혁은 대표 기남을 찾았다.     


“점프 투더 스카이 방송 불가랍니다, 대표님!”

“그래요?”     


기남이 의연하게 물었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표님?”

“할 수 없죠. 방송 취소해야죠.”
 “네?”

“어쩔 수 없잖아요. 방송 불가라는데. 대신 라디오 방송을 뚫어야죠.”

“네.”     


다시 한번 비약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회사 분위기는 암울했지만 뜻밖에 곧 라디오 일정이 잡혔고, 그들이 라디오에 출연하자 난리가 났다.     


“이렇게 준수하신 분들이 방송 불가라니 우리나라 방송 여전히 위압적이네요.”

“관점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 서범찬이 침착하게 응대했다.

방송 호스트가 물었다.     


“화나지 않으세요?”

“전혀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뭐 TV만 방송인가요?”

“와우! 멋지세요! 이렇게 또 라디오를 띄워주시는군요! 자, 그럼 노래부터 하나 듣고 말씀 계속 나누겠습니다.”     


그들의 노래가 플레이되자 라디오방송국 안은 물론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던 청취자들의 반응이 그야말로 대폭발을 방불케 했다.     


<어디 있다 지금에야 나타났니? 점프 투더 스카이!>

<달콤함과 그윽함의 진수를 보여준 2인조 탄생하다!>

<지우에 이어 얼굴 궁금한 스타 1위에 등극한 점프 투더 스카이!>     


각 신문사와 잡지에 그들에 관한 기사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선풍적인 인기 물결을 타고 있다는 게 증명되자 방송국 측에서도 재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 회사 전략이 또 먹혔네요, 대표님!”     


홍경진 차장이 환호하자 옆에 있던 이준호 부장이 거들었다.     


“내가 그랬잖아. 우리 대표님 혜안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흐흐.”

“사실 전략이랄 것도 없죠. 최선이 안 되니까 차선책을 따른 것뿐인데요.”     


기남이 침착하게 응대하자 윤현진 차장도 훈수를 뒀다.     


“아이 그래도 대표님의 결정이 콧대 높은 방송국까지 들쑤셔놨는데 인정하실 건 인정하시죠. 흐흐.”   

  

그때 조용히 최준혁 부장이 나섰다.     


“이번 기회로 다시 한번 음악성이 가수의 최고 덕목이란 게 증명됐습니다, 대표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작곡 파트를 좀 더 보완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일동의 눈이 대표인 기남에게로 향했다.     


“훌륭한 작곡, 그리고 작사가를 섭외하는데 전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젠 그야말로 실력으로 인정받는 그런 시대가 올 테니까요.”   

  

모두 결의에 찬 눈빛과 각오를 다짐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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