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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갓 Mar 21. 2023

모래성

 저 멀리 보이는 모래사장 끝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본인들이 만든 모래성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다.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둘은 말없이 그저 그들의 성을 주시할 뿐이었다.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면 모래성에 닿을 듯 말 듯했고, 조금이라도 성난 파도가 한 번 몰아치면 성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성난 파도가 몰아치고 나면 그들은 다시 열심히 모래를 끌어모아 성을 굳건히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모래는 다시 성벽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렸다. 잠시 파도가 잦아들자 그들은 파도가 닿지 않은 고운 모래를 두 손 가득 담아 성벽을 보강했다.

 아마,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그들의 모래성은 서서히 단단해져 갈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 노력을 멈추는 순간 모래성은 그저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것이다.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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