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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를 위한 도파민 올리는 법 4가지

by 안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한 날들이 찾아온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손에 잡히지 않고, 스마트폰 속 쇼츠나 끝없이 넘기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남는 건 공허함과 자책감뿐이다. 왜 이러는 걸까. 내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도파민을 이해하면 내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뇌 속의 동기 부여 엔진, 도파민


우리는 흔히 도파민을 "행복 호르몬", "쾌락 물질"처럼 부르지만, 사실 도파민은 즐거움 그 자체보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시키는 역할에 더 가깝다. 우리가 아는 행복호르몬으로서의 도파민은 RPE(Reward Prediction Error)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예상한 보상과 실제 받은 보상의 차이만큼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다. 예상보다 좋은 일이 생기면 도파민이 팡하고 분출되어 "오, 이거 기대 이상인데?" 하고 뇌에 보상을 알려준다. 딱 예상한 만큼의 일이 생기면 도파민 변화가 없고, 기대했던 보상이 없거나 형편없으면 도파민 분비가 뚝 떨어지면서 실망감을 느끼게 한다 [1]. 월급은 300만 원을 예상하고 있다가 정확히 예상한 300만 원만큼 받게 되니까 RPE가 0이다. 그래서 월급은 별로 큰 행복을 주지 않는다. 그에 반해 보너스는 내가 기대한 것이 0이었는데, 200만 원어치 보너스를 갑자기 받게 되면 RPE가 200만 원 이어서 더 큰 만족감을 받는 것이다.


도파민 베이스라인과 도파민 피크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도파민이 주는 것은 쾌감의 강도가 아니라 원하는 마음이라는 점이다. 심리학자 켄트 베리지는 좋아함(liking)'과 '원함(wanting)'을 구분하는데, 도파민은 이 중 '원하게 만드는 힘'을 담당한다 [2]. 도파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파민 베이스라인과 도파민 피크를 이해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RPE는 도파민 피크와 관련이 되어 있다.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도파민 베이스라인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원하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욕구가 생기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기부여에 중요한 것은 바로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높이는 것이다.


도파민과 우울증의 상관관계


우울증에 빠지면 세상이 회색빛이 되고, 예전에 좋아하던 일들도 하나같이 재미없어지는 무쾌감증(Anhedonia)을 겪는다. 나 역시 한때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우울증의 무기력 증상과 도파민 시스템의 저하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요 우울증 환자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살펴보면, 보상 중추인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에서 도파민 활성 감소가 두드러지며, 이 도파민 감소 정도가 환자들의 무쾌감 증상 심각도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3]. 도파민이 부족하면 뇌의 보상회로가 느리게 작동하고, 아무리 좋은 일도 별 감흥이 없어지며, 작은 노력조차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4].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2주 이상 지속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우울증의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우울증은 도파민 회로의 오작동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다.


도파민 디톡스


요즘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이 유행한다. 이 개념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도파민은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안에서 항상 일정 수준으로 존재해야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뇌 속에서 부족한 것이 파킨슨 병이다. 우리가 디톡스 할 수 있는 것은 도파민 그 자체가 아니라 자극적인 생활 습관이다 [5]. 자극적인 행동을 피한다고 해서 뇌 속 도파민 농도가 갑자기 확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도파민 디톡스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잠시 멀리하고, 자연과 고요 속에서 보낸 하루가 진짜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회복하게 도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디톡스가 "뇌를 리셋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기댓값을 낮추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아주 작고 소박한 자극에도 다시금 기쁨을 느낄 수 있다 [6]. 도파민 디톡스의 진짜 의도는 도파민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배하는 즉각적 보상 습관을 한번 끊어보자는 데 있다.


뇌를 혹사하던 끊임없는 알람과 즐길거리의 폭격을 잠시 멈추고, 일부러 지루함과 불편함을 견뎌 보는 경험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 외부 자극을 끊은 처음 몇 시간, 몇 날은 몹시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인내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잊고 지냈던 소박한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한때는 지루하기만 했던 독서, 산책, 명상, 대면 대화 같은 활동이 서서히 새로운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디톡스 열풍의 허황됨을 경계하되, 그 숨은 취지는 새겨볼 만하다.


SNS와 도파민


어디를 가든 모두가 각자 스마트폰 화면 속에 빠져 있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는 온갖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끝없이 흘러나오니, 조금이라도 지루할 틈만 생기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켜고 만다. 이렇게 SNS 피드와 유튜브 쇼츠를 끊임없이 스크롤하는 행위는, 뇌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도박과도 같다.


SNS의 보상 체계는 카지노 슬롯머신을 닮아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알림(좋아요나 댓글)이 뜨는 건 결국 보상인데, 그 발생 간격과 내용이 예측 불가능하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시시한 영상만 잔뜩 나오다가도, 가끔은 내 취향을 저격하는 “대박” 재미있는 영상을 만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변칙적인 보상이 우리 뇌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다. 예측 가능하고 일정한 보상보다 간헐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행동을 지속시키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유튜브 쇼츠, 틱톡, 릴스. 몇 초 안에 팡팡 터지는 재미. 알고 보면 이것들도 다 설계된 것이다.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며 경험하는 미세한 보상은 모두 보상예측오류에 기반해 있다 [7]. 어떤 영상이 터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도박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뇌의 도파민을 반복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파민 설계는 SNS 속 곳곳에 숨어 있다. 새 영상이 뜨기까지 딜레이를 일부러 넣는다거나, 의도적으로 재미없는 콘텐츠를 중간에 끼워 넣는. 그래야 사용자들이 도파민 기댓값을 낮추고, 다시 재밌는 콘텐츠를 접했을 때 쾌감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8].


현대 사회는 이렇게 도파민이 난무하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의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집중력을 잃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브레인미디어 보고에 따르면,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수준을 ‘베이스라인’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쉽게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쾌락적 자극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우리 뇌의 도파민 기준선(베이스라인)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높이는 방법 4가지.


차가운 물 샤워: 의외로 강렬한 한기의 자극은 도파민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실제 실험에서 14℃ 차가운 물에 잠깐 몸을 담그자 도파민 수치가 2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9] 나도 힘든 아침에 찬물로 샤워를 하면 비로소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적당한 범위에서의 냉수 샤워는 우울한 기분을 털고 의욕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찬물샤워를 하다가 감기에 걸린 것은 비밀이다.)


운동: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흔히 말하는 "러너스 하이"를 통해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시킬 뿐 아니라, 도파민 분비와 수용체도 늘려준다.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재편해서 도파민의 기본 수치와 이용 가능한 수용체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10] 그런데 운동과 도파민은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운동을 평소에 즐기는 사람은 도파민 베이스라인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지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운동을 시켰을 때는 도파민 베이스라인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억지로 하는 운동은 도파민과 관련되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과의 교감: 사회적 연결은 가장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도파민 공급원이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포옹하는 행위는 뇌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주고, 더불어 도파민도 촉진해 준다. 뇌과학자들은 타인과의 친밀한 상호작용이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우리에게 따뜻한 행복감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느끼는 일명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남을 도와주고 나서 몰려오는 뿌듯한 기분—역시 도파민의 선물이다. [11] 우울할 때 일부러 사소한 친절을 베풀면 마음이 한결 밝아지는 것을 경험하곤 했다.


성관계: 건강한 관계에서의 꾸준한 성관계는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두 배 올려주며,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12 ].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우리는 종족번식을 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종족번식을 하는 행동에 큰 리워드를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4386CPng1R8


참고문헌

[1] Schultz, W. (1997). Dopamine neurons and prediction of reward. Trends in Neurosciences, 20(7), 312-316.
[2] Berridge, K. C., & Robinson, T. E. (2003). Parsing reward. Trends in Neurosciences, 26(9), 507-513.
[3] Treadway, M. T., & Zald, D. H. (2011). Reconsidering anhedonia in depression: Lessons from translational neuroscience.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35(3), 537-555.
[4] Pizzagalli, D. A. (2014). Depression, stress, and anhedonia: toward a synthesis and integrated model.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 10, 393-423.
[5] Lieberman, M. D. (2021).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 Crown.
[6] Cameron, J. D., et al. (2019). Dopamine and reward learning: A neurobiological perspectiv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20(12), 748–762.
[7] Ariely, D. (2008).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HarperCollins.
[8] Alter, A. (2017). Irresistible: The rise of addictive technology and the business of keeping us hooked. Penguin Press.

[9] Shevchuk, N. A. (2008). Adapted cold shower as a potential treatment for depression. Medical Hypotheses, 70(5), 995-1001.

[10] Meeusen, R., & De Meirleir, K. (1995). Exercise and brain neurotransmission. Sports Medicine, 20(3), 160-188.

[11] Insel, T. R. (2010). The challenge of translation in social neuroscience: a review of oxytocin, vasopressin, and affiliative behavior. Neuron, 65(6), 768–779.

[12] Young, L. J., & Wang, Z. (2004). The neurobiology of pair bonding. Nature Neuroscience, 7(10), 104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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