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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피리 Mar 07. 2024

언어의 전염성


언어에 색깔이 있다면 사람들이 조금은 더 예쁘게 말할 수 있었을까?

기분이 안개구름처럼 눈에 보였다면 전염이 된다는 걸 알고 더 조심스러워했을까?


내게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 '좋게 생각하고 좋은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기'

나는 보이지 않는 언어와 기분의 에너지를 느끼고 그 영향력을 믿는다.


이 습관은 처절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얻은 귀한 선물이라, 매일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애쓰는 대상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날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고속도로처럼 뚫린 나에게 분명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일 테지만, 언제나 나를 좋은 방향으로만 이끌어냈던 이 노력의 힘을 나는 믿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누적된 경험으로 말의 에너지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자연스레 몸에 익은 소중한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계속 살다 보면 오늘의 문장처럼 좋은 에너지 뭉치가 되고, 좋은 영향을 전염시키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 나는 먼저 '받아들임'을 거치고 '전환'을 시도한다. 상황의 부정적인 기운에서 빠져나와 나를 변화시키는 힘은 언제나 기분과 언어의 전염성을 상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이 상태가 머지않아 내 몸을 잠식시키고, 온 집안을 넘어 주변 사람들과 내 미래까지 퍼져나갈 것을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시작점이다. 상기할 때의 내 위치가 어디에 있든, 더 큰 전염성을 만들기 전에 전환하는 것은 늘 의미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가장 편한 길은 그냥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란 절제함에서 온다는 말처럼 기분과 단어의 절제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의미 있는 자유, 선한 자유랄까. 사실 노력에 대단한 의미가 있었다기보다는 '살기 위해서' 선택한 행동이었는데, 그렇게 했더니 나의 '기분'이 변했고 나의 '태도'가 변했다. 변화를 위해 지불한 값은 그저 '좋은 생각'과 '좋은 단어'를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이었다. 꽤나 비합리적이고 살기 팍팍한 세상살이 속에서 행동 대비 효율이 아주 좋은 시스템이었다.


전염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둔다면 그 끝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데까지 이르곤 한다. 물론 그 파멸에는 미래도 있고 앞으로의 행동도 있으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도 있다. 이전의 나는 넋 놓고 부정적인 생각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끝까지 나를 내버려 두는 편이었기 때문에, 절벽 끝에서 내 모습을 비참하게 지켜봐야 했다. 늘 한결같이 우울에 잠식된 어두운 에너지의 총체, 그 자체였다. 인간이 아닌 느낌 혹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느낌은 '언어'가 되고 '기분'이 되어 작은 내 방 너머 주변까지 전염시키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당연히 더 많은 시간과 대가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이 경험을 말미암아 끝까지 이르지 않게 하는 중간 장치들을 심기 시작했다. 내게는 가장 쉽고 효과가 컸던 장치가 오늘의 문장처럼 '좋게 생각하고 좋은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기'였다.


이제는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중얼중얼 거리며 내가 나를 좋은 언어와 문장 그리고 기분으로 세뇌시킨다. 우울의 빈도수도 많이 줄었고 빠져나오는 속도도 빨라졌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길도 우거진 숲이 되었다. 그 길을 가는 게 이제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부정의 전염성을 경계하는 것. 작은 나를 넘어 나의 가족과 나의 미래와 지나가버릴 가장 젊은 오늘 하루를 집어삼키는 것을 경계하는 것. 이것이 우물 안에서 나온 내가 깨달은 인생의 필요 장치다. 그다음 스텝은 당연히 좋은 언어를 빈 마음 그릇에 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어와 기분의 전염성을 가진 문장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화가 앙리 마티스는 말했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나 꽃이 보인다'


카이오와족 큰 구름에 따르면 '세상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움을 주고, 슬픔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슬픔을 준다. 기쁨이나 지혜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반영이다'


류시화 작가는 말했다.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가 집중하는 곳으로 흐른다. 어떤 단어에 힘을 실으면 생각의 에너지가 그곳으로 모인다는 것을 심리학 연구가 밝혀내었다. 예를 들어, 나는 아픈 것이 싫어라고 말하면 마음은 아픔에 집중하게 되고, 그때 에너지는 아픔 쪽으로 흐른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나는 건강한 것이 좋아하고 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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