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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종 Apr 16. 2019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하지 않는 것

마이클 샌델 _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하지 않는 것]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에서만 200만부 이상 판매된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그리고 그의 대표작과 같은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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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는 샌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다.

샌델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이자 '정치 철학자'이다. 그렇기에 그의 저서에도 그의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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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드러나는 특징은 그가 '정치 철학자'라는 특징이다.

현대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으로 대표되는 '한나 아렌트' 그녀의 유명하면서도 덜 알려진 명제 중 하나가 바로 "정치란 '말-대화'이다." 라는 것과 '평등과 차이'이다. "우리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며, 평등하기 때문에 대화할 수 있다." 라는 인간에게 정치라는 것이, 즉 대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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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샌델에게 나타나는 정치적 특성은 바로 '대화'다. 그는 한 가지 논제를 중심의 두고 하나의 주장과 그에 따른 반박. 그리고 그 반박에 대한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벤담, 밀, 롤스 등과 같은 인물들의 이론을 통해 대화해 나간다. 그는 언뜻 하나의 의견을 지지하는 듯하며 그 반대의 의견에 실마리들을 제공하다가도 그 의견들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립에 서서 대화를 진행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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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특징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라는 특징이다.

사르트르는 그의 대표 저서 [존재와 무]의 서문의 가장 처음에서 현상과 관념을 설명하며 '힘'에 대한 예시를 든다. "힘이라는 것은 그것의 수많은 효과(가속도, 치우침 등등)의 배후에 숨어있는 형이상학적인 알 수 없는 작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효과의 총체인 것이다." 라는 설명을 한다. 한 마디로 힘은 어떤 알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그러한 원리와 현상을 통틀어 놓은 단어일 뿐이라는 것이다.

샌델 역시 이러한 설명을 통해 '정의'라는것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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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은 '정의'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것이 정의여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샌델은 단지 우리가 '정의'라고 여길때 고려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기준 [미덕, 자유, 복지-평등]을 통해서 이 세 가지가 각각 어떠한 경우에서 어떻게 사용되며 그것에 의해 펼쳐지는 논리(이중잣대나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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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샌델은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어야 하는가?'와 같은 논의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오히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펼치는 논리의 허점인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허점을 깊게 찌르고 들어온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논리를 다양하게 펼치며 우리 자신이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수면위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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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러한 방식은 '정의'라는 이름 아래 숨어있던 세 가지의 기준[미덕, 자유, 복지-평등]중 완벽한 한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다만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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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결국 완벽한 정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각자 살아도 되는가? 성경에 이스라엘이 망해가던 때에 이런 글을 기록해놓았다. "그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비판 중에 하나가 바로 '세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샌델 역시 이 비판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래서 샌델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공동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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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일까?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놀라는 이도있겠지만 철학의 목적은 결국 '삶'이다. 더 나아가 '좋은 삶'이다. 정의란 이러한 '좋은 삶'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정의'란 '좋은 삶'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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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것이 몇 가지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때 각자 좋을 때로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이 어떠한 삶인가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하고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의'와 함께 '예의'가 수반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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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지 못한 예의는 가식이나 위선이되고

예의 없는 정의는 강요와 폭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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