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자녀성교육
어떻게 태어났냐는 자녀의 질문에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는 하지 말자
요즘 청소년 중 가정에서 부모님께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가끔 학생들에게 보건수업 중 부모님에게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 질문하곤 한다.
이때 '그렇다'라고 답하는 학생은 보통 한 반에 3명~5명 내외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부모님께 성교육을 받았다는 경우도 주로 여학생의 월경교육에 치우쳐 있다.
또 임신 출산 단원에서 학생들에게 아기가, 또는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 부모님께 질문한 적이 있는지 물으면 소수의 학생들이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주로 배꼽에서 나왔다거나 심지어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했단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말을 하는 친구나 듣고 있는 친구들이나 모두 웃는다. 당연히 아이들은 부모님의 답변을 믿지 않는 눈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웃음이 났다.
나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정말 순수하게 내 존재가 궁금한 마음에 엄마에게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30대의 엄마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다. 어쩌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아기 출생기원은 동일하게 '다리 밑'인지 모르겠다. 그 후 다리를 건널 때마다(우연찮게도 우리 동네 다리는 학교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등하교 때마다 반드시 건너야 했다) 음침하고 어두운 다리 밑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었다. 나처럼 포대기에 싸인채 놓인 아기가 정말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수학이나 영어 문제가 어려워 부모님께 여쭤보면 대부분 잘 가르쳐주시죠? 왜냐하면 부모님도 학교나 학원에서 수학이나 영어를 열심히 배우셨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성교육은 부모님 역시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전혀 배운 적이 없어요.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가르쳐주어야 할지 난감하신 거예요. 또 섣불리 교육했다가 너희들이 성에 대해 과한 호기심을 가져 음란물에 노출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셨을 거예요" 이렇게 설명하면 아이들도 바로 이해를 한다.
한편으로는 가정에서 부모님을 통한 자연스러운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안타깝다.
나 역시 대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지만 자녀교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외에도 인생을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수많은 내용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이제 알고 있다. 예로,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와 건전한 투자 방법,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 연인과 헤어지고 마음을 추스르는 방법,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 등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성교육뿐 아니라 이런 내용들도 부모님을 통해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부모이기 이전에 자녀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완벽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녀보다 앞서 인생사를 경험한 선배로서 자신의 실패 경험을 자녀에게 공유하고, 실패를 통해 좌절도 했었지만 배운 점도 있음을 알려주어 실패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이자,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에 관해서도 너무 어려워말고 천천히 하나씩 알려주면 어떨까 싶다.
자녀에게 성에 대해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면 성교육 관련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다.
또 갑자기 각 잡고 진지하게 성교육 해주겠다며 자녀를 불러 앉히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으니, 교육을 위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을 포착하는 것도 좋다. 예로, 자녀가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등의 질문을 해올 때,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됐는지 스토리를 궁금해할 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성폭력 사건이나 데이트 폭력 사건 뉴스를 함께 시청할 때 등이다.
물론 각 잡고 진지하게 성교육을 해주어야 하는 시기도 있다.
사춘기를 앞두거나 사춘기 변화가 찾아온 자녀에게는 반드시 부모님이 성교육을 해주어야 한다.
여학생의 경우 엄마가, 남학생의 경우 아빠가 성교육을 해준다면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크게 상관은 없다. 엄마가 아들에게, 아빠가 딸에게 성교육을 해주어도 좋다.
내 경우, 딸이 초등학교 5학년 학기말에 첫 생리를 시작했고, 월경에 대비해 5학년 초부터 월경 교육을 했다.
따로 월경 교육 시간을 가졌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엄마의 월경기간에 맞춰 생리대 교체하는 법을 직접 시범 보여주고, 월경의 의미 등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학교 보건수업 시 이루어지는 사춘기 변화 수업은 신체 및 심리 변화까지 모두 다룬다면 최대 4차시에 걸쳐 진행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실시하는 월경 수업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월경은 매달마다 길면 일주일도 할 수 있는 만큼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서도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성호르몬 수치나 생식기 건강 상태 체크를 위해 오히려 병원진료를 봐야 하는 만큼 월경은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과정이다.
2. 월경 시작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 중에 모든 여성은 월경을 하게 되며, 이때 나오는 월경 혈은 자궁이라는 아기집에서 나오는데, 임신이 되었다면 월경 혈은 아기를 만들기 위한 영양분이 됨으로 절대 몸 밖으로 배출되면 안 된다. 즉, 임신한 여성은 임신기간 동안 월경을 하지 않으며, 임신의 첫 징후는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입덧이 아니라 임신한 달부터 월경을 안 하는 것이다.(보너스 팁 : 만일 임신했는데 피가 보인다면 아기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신호이므로 응급상황이다.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3. 남학생이 몽정을 하는 것과 여학생이 월경을 하는 것은 의미가 같다. 모두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완성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궁의 완전한 성장은 20세가 되어야 한다.)
4. 사춘기 신체변화는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식기를 더 소중히 보호하고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보너스 팁 : 성폭력 예방교육과도 연계할 수 있는데, 생식기를 함부로 만지게 해서도, 보여줘서도 안 되는 이유도 생명 탄생 즉 아기를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몸의 부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춘기 신체변화 보건수업은 자신의 신체변화를 긍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변화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의미를 알아야, 고단한 변화의 과정을 더 수월하게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