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dd Jan 24. 2023

우리는 먼저 요구해야한다.

두번째 지구는 없다 - 타일러 라쉬


타일러는 워낙 유명하니까 누군지는 알고있었는데,

WWF(세계자연기금.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설립된 국제 비정부 기구) 홍보대사이고 심지어 책까지 낸지는 몰랐다.


책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깊은 고민, 걱정을 정말 많이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기후위기에 대해 다시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유익했던 것 같다.


나는 그래도 분리수거나 텀블러쓰기..같은것들을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분리수거, 분리배출, 전기를 아껴 쓰는 것, 기본이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이 어떤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그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구조인가를 따져야 한다.

텀블러 쓰기, 대중교통 타기, 불 끄고 나가기, 분리수거 하기…. 많은 사람이 이런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수준은 훨씬 넘어야 한다.

        

타일러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텀블러 쓰기, 분리수거 잘하기 이런것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그보다 더 큰 것을 봐야하고 요구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더 큰 것을 봐야한다는 것은 달걀 하나를 살때도, 전기를 쓸때도 이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생각해보고, 이것이 지속가능한 시스템 속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말 같았다.


- 분리수거를 잘 해도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것은 별로 없음 -> 지속가능하지 x

- 음식물 쓰레기들은 대부분 동물 사료 -> 축산업이 환경에 안좋음. 퇴비화가 지속가능 o


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업이나 정치가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그들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 기후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업에게, 국가에게 요구해야한다.

국가는 국가간의 협약등으로 인해 지키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기업은 국가(정부)가, 시민이 해야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 떠넘기는게 아니면 그냥 외면하고 있다.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책에서도 패션업계에 대한 예시가 나와서 들자면..어떤 것이 유행을 하고 기업은 그 디자인을 마구마구 찍어낸다. 좋은 질로 만드는 기업도 있는 반면, 안좋은 질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업도 많다.

그러니까 사람들과 기업의 시너지(?)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옷을 살 수 있는 편리한 앱들이 나오면서, 유튜브에서 옷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가속화 되는것 같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오래 입을 수 없다. 몇 번 입으면 망가지기 십상이라 옷을 자주 사야 한다.


버려진 옷들이 어느 동남아 나라에 쌓여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나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타일러가 하는 말이 싫다는 뜻이 아니라, 시리아 난민 문제가 전쟁때문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는 기후 위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언제든지 우리도 환경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확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것 등 그냥 기후 위기가 당장 진행중인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실감이 나서 마음이 안좋았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된다.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앞으로 나도 텀블러 쓰기, 분리수거 잘하기, 고기 줄이기 등을 넘어서는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일러에게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오늘 집 대청소를 하면서 더 절절하게 느끼게 됐는데, 냉장고 안에 사놓고 안먹어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 많았다. (ex.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으면 맛있다고 본 크로플 생지, 볶음밥용 채소 등등)

버리면서 정말 반성했고, 분리수거를 잘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분리수거 할 일을 애초에 안만드는게 가장 좋은 방법임을 실감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그렇다. 샀으면 다 먹던가, 아예 안사던가해야지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것은 너무너무 미련한 짓이고 버리면서 지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러면서 혼자 몇가지 다짐한게 있는데, 나에게 하는 약속,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선언 느낌으로!

정말 잘 지키고 싶어서 다짐을 써본다.


다짐 1. 쿠팡에서 파는 대용량의 어떤것(대부분 음식일듯)은 사지 않기.

쿠팡은 보통 딱 한개만 팔지않고 2개 3개 묶어서 파는데, 그때의 나는 다 해서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산다.. 진짜 진짜 필요할때만 사기.


다짐 2. 어떤것을 볼 때 매핑(mapping)하여 생각해보는 태도 가지기


콘퍼런스에서는 매핑mapping이 강조되었다. 우리 앞에 머그잔이 있다고 하면 이 머그잔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머그잔을 만드는 데 사용한 흙, 도자기를 굽는 데 사용한 나무, 나무가 자란 숲… 조금씩 이렇게 관계망을 그리다 보면 나중에는 머그잔이 단순한 머그잔으로 보이지 않는다.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나에게 머그컵은 머그컵! 이지 한번도 저렇게 풀어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태도를 가지려고 한다.

이런 태도가 과소비, 쓸데없는 구입 같은것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짐 3. 이건 다짐2와 이어지는 것이긴 한데.. 그 시즌에만 판매되는 쓸데없는 소품들 사지 않기.

이건 지금도 경각심을 가지고 지키고 있는 것인데..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서 한번 더 환기할 겸 언급해본다.


크리스마스, 할로윈 등 특별한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서 싸구려 플라스틱 소품을 포함한 엄청나게 많은 이런저런 상품들이 나온다. 그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되고 그 순간이 지나면 바로 버려지거나 방치되어 다음 해에 또 똑같은 소비를 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 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구도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다짐 4. 기업의 환경적 행보에 관심갖기. 있다면 응원해주고 주변에 영업하기

남양, SPC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을때만 기업을 불매하고 그랬지만 기업들의 환경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관심가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업이 광고해야지만 알았음)

이런것들에 관심가져보면서..나중에는 물건을 살 때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은 기업의 환경적인 행보가 없다고 해서 아예 안사! 이렇게는 못하겠음.)

고려해보는 것과 아예 고려도 안해보는것은 많이 다르니까!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자기의 제품이 팔리는게 좋은거 아닐까. 그런 기업을 발견한다면 주저없이 영업해야지. (아마도 트위터에..)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다짐이고..

책에서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할 10가지가 나온다.


1. 여름 냉방은 1°C 높게, 겨울 난방은 1°C 낮게 설정하기​​

2. 과대포장한 제품, 선물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물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특히 타일러는 7번의 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이 책을 만들었는데, (만들어냈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대답은 모두 거절이었다. 잘 모른다. 인쇄소에서 안 된다고 한다. 한국 출판 환경에서는 어렵다 등등.

국내에서 파는 책에는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업계에 FSC 인증 종이에 관한 인식이 없고, 사용자가 FSC 인증 종이를 요구하지 않아서였다.

분명히 FSC 인증 종이를 쓰는 책을 만들었고, 보여줬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이다음에는 이 책을 기준점으로 삼을 생각이다.


사실 뭐든 그렇지만 실천이 가장 어려운 법인데, 그걸 끝까지 해내고 요구하고 누군가에게 기준이 될만한 그런 일을 해냈다는게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타일러 덕분에 FSC라는 것도 알게되어 찾아봤는데, 보니까 꽤 많은 곳에 FSC마크가 붙어있었다.

평소에는 인지를 아예 못해서 못봤지만, 앞으로는 이 마크를 찾는 재미도 쏠쏠해질 것 같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dorothea25/222514541736

https://m.blog.naver.com/dorothea25/222514541736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FSC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정리해뒀는데,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기업들을 따라하는 기업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타일러가 FSC종이를 요구했듯이, 내가 요구할 수 있는건 어떤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내가 하면 안되는 분야가 따로 있는것도 아니긴 하지만,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이 직업 안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잘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컨퍼런스가 생각났고, 이런 컨퍼런스들에 불필요한 굿즈들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FSC인증을 받은 종이로 세션 시간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필요한 굿즈‘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고..단순히 만들지마세요!하고 요구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전에) 사실 나는 컨퍼런스를 굿즈 얻으려고 가는 편이었는데, 이러한 굿즈들이 하나 둘 씩 모이다보니 사실 필요없는것인데도 받아서 나중에는 처치곤란한것들도 몇개 있었다보니 나에게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티셔츠는 안입고 에코백도 너무 많다보니..)

나의 작은 의견을 주최측에 잘 전달하는 것도 고민해봐야겠다. 나에게 이런 고민거리를 안겨준 이 책과 타일러에게 정말 고맙다..


타일러의 기후 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너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도 다짐들을 모두 완벽하게 지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채식도 안(못)하는 날도 많을 것이다. 요구하고싶지만 다른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요구하지 못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거기에 가까워진 것이라면 생각해보는 것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것도 필요 없다.

다만 깨어 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