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dd Feb 21. 2023

‘보고싶다’가 아닌 ‘알고싶다’

영화를 빨리감기로 보는 사람들 -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되었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영상 컨텐츠에서의 빨리감기(배속), 건너뛰기 같은 현상에 대해 깊게 고찰하고 어느 세대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는지,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사람들이 빨리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는 이유로

1. 봐야할 작품이 너무 많음 -> 공급 과잉

2. 가성비 추구

3. 대사로 모든것을 설명하는 영상작품이 늘어남

을 들었다.


유행을 따라가고, 대화에 끼려면(?) 요새 유행한다는 드라마나 영화를 봐야하는데 그게 너무 많고,

이걸 빨리감기나 건너뛰기로 보면 효율적으로 볼 수 있겠구나! 로 여기는 것이다.


취미나 오락에서 쉽게 무언가를 얻거나 빠르게 전문가가 되고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멀리 돌아가는 것은 꺼린다. 방대한 시간을 들여 몇백편, 몇천 편의 작품을 보거나 읽는 과정 (중략..) 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나는 드라마를 안보는데,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뭔가 대화에 끼고싶다!?고 느껴본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에 끼고싶어! 유행을 따라가고싶어! 때문에 영상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정보통/정보 강자로서의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의 경우도 나오는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애초에 그런걸로 왜 우월감을 느끼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다만

회사에원에 빗대면 사전에 배포된 회의 자료를 살펴보지 않고서는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랬다간 '일 못하는 놈' 취급을 당하거나 사내에서 입지가 좁아질지도 모른다.

를 보고 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젊은세대(MZ세대)에서는 관계라는 것이 엄청 중요한데,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의 유행, 대화에 끼는것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기술 컨퍼런스 영상같은건 배속해서 보거나 유튜브에서도 10초 건너뛰기 기능을 아주 잘 쓰고 있다.

이 가성비를 추구하는 성향때문에 드라마를 잘 안보는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보는 시간 자체가 아까움 ㅎ)


그리고 나는 '요즘은 다 유튜브로 정보를 얻는다'고 할 때 별로 안좋아하던 부류긴 한데, 영상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알 수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글은 빠르게 알 수 있는데 비해 영상은 다 보지 않는 이상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댓글이나 더보기란에 적힌 시간(해당 시간으로 바로 건너뛸 수 있는)이 있으면 아주 감사하게 잘 쓰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내 행동들을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가성비를 따지는군.. 싶었다.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
영상 작품을 빨리 감기고 보는 행위를 '요리를 믹서에 가는 것'에 비유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요리를 믹서에 갈아 주스로 만들어 마시는 거죠. 물론 그대로 먹는 것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비유가 아닐까...


그리고 3번인 '대사로 모든것을 설명하는 영상작품이 늘어남'도 사람들의 이해력을 떨어뜨리게 되었다는데,

과도한 정보와 설명으로 가득한 낭비 없는 영상 컨텐츠만 계속 접하다보면 그것에 익숙해져 대사가 없거나 풍경이 나오는 장면 등등을 볼 때 난해하다, 지겹다, 재미없다고 쉽게 느낀다고 한다.


요즘 확실히 빈틈이 없고 정말 정보로 꽉꽉 찬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유튜브 영상에서 도드라진다.

유튜브를 볼 때 말이 10초간 없다..고 했을 때 내가 10초 건너뛰기를 안누를 수 있을까..


또 나는 주인공이 뭔가 들킬 것 같아!! 이런 장면을 진짜 못보는데, 집에서 보면 바로 일시정지를 눌러버린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내가 일시정지 할 수 없는 영화관을 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죽을 것 같으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얘가 죽는지 안죽는지 찾아보곤 하는데..

이 책에서

불안에서 오는 '감정적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기를 원해서 그런것이다..고 해서 공감이 갔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이해하게 되는 것도 감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없는 그들은 "세상에 자신과 다르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이 부분을 보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얼마전에 독서모임 단톡방에서..

어떠한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이 어쩌구 저쩌구라고 이야기했다더라..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근데 진짜 보자마자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한 말

이건 시청률을 위한 작가의 농간이다. 대신 저 사람은 돈을 많이 받았다 < 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었는데...

나는 영화를 볼 때도 '아니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아무리 영화라도 그렇지..' 라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


나는 아예 이해조차도 안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살짝 반성하게 됐다.

그냥 음! 저런 사람도 있군! 으로 쿨하게 넘어가는 마인드가 필요할 것 같다.

아직 현실세계에서 '아니 이거 몰카아니야?' 라고 생각할정도로 이상한 발언을 하는 사람은 못보긴 했는데, '타자'를 위한 대비를 스스로 좀 해야겠다..;;




언뜻보면 빨리감기나 건너뛰기를 비판하는 책같아 보이지만 아니다!

레코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었을 때 축음기로 듣는 레코드 음악은 '통조림 음악'이라고 잘라 말했다. 진정한 음악 감상은 살아 있는 연주를 듣는것이지, 기계를 통해 듣는것이 아니다.

빨리감기나 건너뛰기도 다를바가 없다. 그냥 기술의 진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시대적 필연) 감상의 한가지 방법으로 인정해야한다..! 가 결론이다.


요 책 안에서 스스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좋았다.

책 자체는 별로 안긴데, 앞 부분을 읽다가

'그러게..나는 왜 10초 건너뛰기를 그렇게 많이할까....? 내가 기술에 찌든걸까.. 영상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만 빼먹고 가겠어!!! 라는 생각을 왜 할까..'

하고 괜히 시무룩(?)해지고 그만 읽고 싶어져서.. 오래 읽은 것 같다.

사람들의 인터뷰나 이 작가의 관점, 통찰이 너무 좋아서 한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