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축제, 아트마켓과 나
2022년 한 해를 관통하는 단어는 '지속가능성'이었다. 나의, 우리의,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고, 성공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지만 실패를 무수히 만나기도 했다. 어디부터 성공이고 어디부터 실패일까. 실패를 실패로 두지 않기 위해 써내려가는 글. 기획자로 살기를 다시금 실험하는 맺음이자 시작의 글.
새로운 시작이 많았다. 늘 그러했듯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많은 이들의 우려와 격려를 동시에 받으며 엉겁결에 한 해를 열었다. 지난 2년간 팸스 커넥터로 활동해오던 것에서 이어 서울아트마켓의 협력 감독을 맡았다. 협력이라는 애매한 단어가 붙어 있었던 것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민간의 현장과 공공의 현장을 연결하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화하는 매개자로서의 리더인 셈이었다. 서울아트마켓이라는 플랫폼은 국내외 공연예술계를 연결하는 아트마켓으로, 화려한 시작과 부흥기를 거쳐 코로나를 지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고, 기존의 연결들을 다시 회복하고 앞으로의 협업을 고민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서울아트마켓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켓이라는 플랫폼이 작품, 사람, 협업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전략적인 구조를 고민했다. 새로운 스태프들이 꾸려가는 프로그램인만큼 기획의 방식이나 현장 운영의 전략까지 모두 새로이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백지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느낌이 막막하기도 했지만, 하나씩 프로그램을 채워가고 동료들, 참여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매개자로서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조금 더 배웠다. #서울아트마켓 #매개자로서의리더십
포항거리예술축제는 다섯째 해를 맞이했다. 축제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축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다. 송림숲이라는 축제의 공간은 여전히 새로운 곁을 내어주었다. 지역, 공간, 사람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작품들을 프로그래밍했다. 첫 해의 축제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해를 거듭하며 송도동의 주민들, 나이가 지긋한 이웃들이 늘었다. 생애전환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신중년'을 지나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 함께 작품을 창작했다. 느리게 이야기 나누고, 함께 움직이며 발견한 것들이 '섹시한 할머니가 되고 싶은' 언니들의 삶을 담았다.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작품, 공간, 시간,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일. 컨텐츠의 방향을 살피고, 맥락을 확장하는 일. 동료들과 토론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축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의미망을 구축하는 일. 현장에서의 문제를 예측하고, 발생한 이슈를 해결하는 일. 축제를 찾는 이들을 다정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들이 모두 합쳐진 그런 것들이 프로그래머의 일이었다. #포항거리예술축제 #의미망을구축하는일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기획자, 프로듀서의 역할은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일은 작품 창작의 초기 단계에서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창작의 방법론을 구체화하는 데 손을 보태는 것이었다. 모든 길이 결정되어 있는 작업보다는 함께 솔루션을 찾고, 관객이 누구인지 고민하며, 작품 구현과 발표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즐거웠다.
아이모멘트의 '지게꾼'은 을지로라는 공간을 새롭게 탐구하며 2020년 발표했던 작업을 장소에 맞게 재창작했고, 곧 사라지게 될 이 공간에 이미 사라진 존재를 다시 투영하며 소리와 설치, 움직임을 통해 서사를 전하는 공간 침투형 공연이었다. 이 작업의 방식은 이후 '파타모르가나: 집의 조각으로부터'에서도 이어졌다. '파타모르가나'는 도시/주거/공간에 대한 리서치의 과정을 거쳐 '집의 조각을 수집합니다'라는 선언을 시작으로 서대문구 충현동의 구석구석으로 여정을 떠나는 형태의 작품을 완성했다. 관객들은 헤드셋을 끼고 서울 어느 언덕의 조용한 동네를 거닐었다. 작품에 쓰였던 작은 고양이 집은 공연 이후 길고양이의 쉼터가 되었다.
서사 창작과 리서치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던 '공중 정원: 새의 시선'은 시작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원경, 관찰, 세상의 겹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창작자 신재욱의 서사로부터 보편의 서사를 이어내고 싶었다. 관객들은 나무 위에 지어진 작은 정원에 올라 먼 곳의 풍경으로부터 인물과 서사를 발견한다. '새의 시선'은 2023년 다시 출발선 위에 서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 새로이 설계하며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창작자들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살피는 것은 늘 설렌다. 화이트큐프로젝트의 'Recall; 불러오기'는 1년 내내 창작, 쇼케이스, 오디션, 리허설의 과정을 거쳤다. 일장일딴의 '돌연한 출발'은 이전의 작품에 필요했던 요소들을 '제작형 텐트'라는 공간으로 옮겨 구현하며, 관객들을 작품으로 매개하는 방식,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KOTE라는 공간의 옥상을 써보고 싶은 욕망을 실현했고, '프로젝트 다리'의 이름으로 기획팀을 꾸려서 역할을 나누는 일을 실험했다. 나는 기획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결국 함께 성장할 동료가 필요하다.
축제/마켓
9월 서울아트마켓
10월 포항거리예술축제
공연/제작
2월 아이모멘트 '지게꾼' 거리극, 신체극
4월 화이트큐브프로젝트 'Recall; 불러오기' 무용, 서커스
5월 윤종연개인전 '이동하는 세계' 거리극, 다원예술
5월 프로젝트 잠상 '우연한 방문객'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9월 일장일딴컴퍼니 '돌연한 출발' 오브제극
10월 아이모멘트 '쉼표' 거리극, 신체극
10월 신재욱 '공중정원: 새의 시선' 장소특정형, 거리극
10월 포항거리예술축제 '조금씩 천천히 움직일게' 커뮤니티 거리극
11월 아이모멘트 '파타모르가나: 집의 조각으로부터' 장소특정형, 거리극
교육/워크숍
1월 별별극장 언-프로듀싱 워크숍
1월 별별극장 노션 워크숍
3월 노원문화재단 거리예술 교육
4-5월 구리문화재단 축제기획자 양성과정
5월 호주공연예술마켓 Deep Dive 사례 발표
8월 별별문화기획협동조합 별별 레지던시
8월 의정부문화도시 노션 워크숍
8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축제 기획 강의
8월 경기꿈의학교 축제 기획 강의
9월 별별문화기획협동조합 별별 기획 워크숍
9월 대만 프로듀서캠프 Next Mobility 사례 발표
11월 의정부문화도시 노션 포트폴리오 워크숍
12월 별별문화기획협동조합 포트폴리오 포트럭 파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전공 '국제문화교류' 출강
국제교류
2월 페이크뉴스 프로젝트 v2. This is it
5월 아도크 '비상: 한국버전'
6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단 몸꼴 '충동' 공연
9월 스페인, 피라 타레가 리서치
11월 캐나다, 시나르 비엔날레
12월 말레이시아, 페이크뉴스 프로젝트 v3. Maphiko
전시
10월 장은혜개인전 '보편적인 너'
출판, 편집
보이스씨어터몸MOM소리 아카이브 책자 '자장가의 시간' 기획편집
연구, 리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아세안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전주문화재단 웹진 온전 편집위원
넥스트모빌리티 리서치 프로젝트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자원활성화사업 모니터링
영등포문화재단 예술생태랩 모니터링, 리뷰
매개
삼일로창고극장 공동운영단
별별문화기획협동조합 예술인파견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