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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이쌤 Jun 03. 2023

2-1 광고회사의 사전 조사 과정

전문가들의 기획과정으로 엿보기

개인적으로 광고회사의 근무이력은 너무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200명이 넘는 조직이지만 상하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신입사원 조차 발언권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부장님, 그거 아니예요~"를 연발하던 20대의 나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귀엽습니다. 거기에 40대 노랑머리 부장님과 30대 빨강바지 차장님이 각각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를 맛갈라게 구사하며 펼치는 토론과 언쟁은 보고 듣는것 만으로도  TV드라마 보다 재미진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각자의 아이디어가 부닥치고 충돌하는 접점에서 뭔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해법이 도출되는 과정은 바로 보는것 만으로도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종종 저는 닥터리에게 이런 저의 직장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닥터리가 제 인생에서 가장 부럽게 여기는 점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병원마케팅을 혼자의 힘으로 일궈 나갈때도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빨강바지 차장님이라면 이때 무슨 키워드를 뽑으실까? 노랑머리 부장님은 내가 정한 키콘셉트에 꼬투리를 잡지 않으실까? 파티션 뒤에서 무협지에 빠져있다 귀신처럼 기획서를 40분만에 써내던 우리 국장님은 뭐라고 하실까? 자 이제 그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기획-제작-집행-점검으로 나뉩니다. 이중 첫 단계인 기획과정에 보통 광고회사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합니다. 제작이나 집행에 앞서 방향설정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것이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광고주에 따라 달랐지만 경쟁PT(광고주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광고를 수주하는 피칭)를 준비하는 시간중 30~50%까지를 할애합니다. 기획단계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고 병원마케팅에 어떻게 활요할지 소개드리겠습니다.


광고주가 정해지면 내부에서 킥오프미팅을 진행합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광고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원이 공유하는 단계입니다. 광고주가 이번에 광고요청서에서 제시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전달받은 숙제의 핵심사항 등을 공유합니다. 주로 광고를 총괄하는 AE가 광고주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와서 AP(전략 담당)과 제작팀 그리고 매체기획(광고비의 효율적 집행 기획) 과 매체바잉(기획된 매체를 구매전담) 팀에 내용을 전달합니다. 모두가 나름의 기대와 웃는 모습으로 미팅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각자 업무에 돌입합니다. 뿔뿔히 흩어져 조사를 진행하고 핵심 콘셉트의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이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마케팅 분석툴이 3C분석입니다. 3C의 구성요소는 회사(Company) 소비자 (Consumer) 경쟁사 (Competition)입니다. 광고를 만들게 될 우리의 클라이언트의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위의 3가지 관점에서 분석을 합니다. 병원에 적용해보면 일단 우리 병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합니다. 개원입지는 어떤지 원장님의 진료성향은 어떤지 함께 하는 스텝들은 친절한지 연령대는 얼마정도인지 다양한 면에서 우리 병원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를 분석하는데요. 우리 병원을 내원을 환자층은 어떻게 되는지 연령이 높은지 낮은지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지 아니면 거주지에서 내원하시는지 이들이 다른 지역의 환자와는 달리 원하는바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 병원을 분석해봅니다. 우리와 유사한 콘셉트를 가진 병원이 존재하는지 이미 성공한 병원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조사해보게 됩니다. 간혹 원장님들께서 이 부분이 어렵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인터넷 정보검색 이외에 환자로 가장한 방문이나 전화가 있고 또 저는 채용사이트를 자주 활용합니다. 직원 고용을 위해 어쩔수 없이 정보를 노출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하면 그 병원의 속사정을 상당부분 알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만일 마케팅 공부를 해보신분들이 계시다면 왜 SWOT분석이나 마케팅믹스를 분석하지 않나라고 의아해 하실수 있습니다. 마케팅믹스는 주로 광고주가 광고요청서에 정리된 부분이 반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광고회사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지 광고주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을 가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직접마케팅을 할때는 사전에 마케팅믹스를 고민해두시는것이 적합합니다. SWOT이란 이미 아실 분들이 많겠지만 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의 약자로 기업이 처한 현재 상황에서 기회와 위기,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광고업계에서는 3C를 4C로 확장합니다. 3C에 Circumstance를 추가하는것인데요. 광고메시지를 전달해야할 고객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정도로 진행이 됩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병원의 현황과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는 광고대행사가 아닌 병원이 평소에 꾸준히 고민할 바이고 특이점이 있다면 광고요청서에 제시를 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광고회사는 광고물을 만들때 이러한 SWOT을 반영하여 이번 광고메시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색하게 됩니다. 대행사는 대행의 업무입니다. 우리 내부의 모든 상황을 100% 파악할수는 없습니다.


각자 조사와 아이데이션이 끝나면 다시 회의실에 모입니다. 10~15명 정도되는 인원이 진행한 조사결과와 숨어있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발표를 합니다. 예를 들면, 진라면의 경쟁PT때 였습니다. 당시 진라면은 어린아이들에게 엄마가 먹이는 상대적으로 순한 라면이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용 라면이라는 컨셉으로는 라면시장의 추가 성장이 어려운 시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회의실에 모여 이러한 순한맛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소구점을 유지할것인가 아니면 신라면에 대적할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환할 것인가에 대해 난장토론을 펼쳤습니다. 밥말아 먹으면 좋은 라면이다. 덜매워서 신라면보다 김치맛이 산다. 아니다 엄마의 사랑이다.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단계와 연관시켜야 한다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회의를 통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핵심은 되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한번에 만들려 하는것보다 최대한 양을 늘려서 그중에 아니다 싶은 아이디어를 제거해나가는 것이 더 유익합니다.


필자가 강남역에 입성해서 처음으로 한 업무중 하나도 시장분석이었습니다. 커다란 달력 뒷면에 강남역의 치과 이름을 모두 쓰고 각각의 병원이 가지는 장단점을 모두 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한장에 정리한 경쟁사 분석표를 보며 우리 병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핵심사항을 하나로 표현하자면 Uniqueness & Value입니다. 나의 소비자에게 내가 제시하는 방향이 경쟁사와 대비하여 가치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이때 우리의 소비자(환자)가 어떤 인물일지 함께 고려되야 합니다. 제시하는 서비스가 아무리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들만의 가치가 없을때는 가격으로 지속적 경쟁을 하게 됩니다. 애플사에서 스티브잡스와 함께 애플의 기술을 알리는 일을 했던 에반젤리스트 가이 가와사키는 가치는 있는데 차별점이 없는 회사의 사례로 Dell을 이야기합니다. 성능이 좋은 컴퓨터지만 누구나 따라 만들수 있었기에 항상 가격인하를 해야만 하는 위치였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애플을 생각하보면 가치가 있는것과 함께 차별적 이미지가 명확합니다. 가격인하를 해야할 이유가 없는 기업이 되는것입니다. 경쟁 병원과의 가격경쟁을 피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Uniqueness & Value찾는것 입니다.


우리 병원에 가치와 차별점이 있다는것은 결국 브랜드의 가치를 소유했다는 이야기가됩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에서는 페르소나(Persona)라 하여 특정 인물을 명확하게 상상하며 타겟을 구체화 해 나갈때가 많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기획단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명확한 소비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성별과 이름도 지어주고 나이도 정하여 그 캐릭터를 구체화합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삶을 360도 관점에서 따라가며 인사이트를 찾아봅니다.  저는 강남역 입성 당시 우리 치과를 찾는 환자를 강남에 거주하지 않는 그러나 앞니 성형치료는 꼭 강남에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으로 상상하였습니다. 나이는 27세 사무업무를 하는 사회초년생으로 부모님과 살고 있어 생활비 걱정은 없고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은 예쁜 여자를 떠올렸습니다. 이미 강남에서 피부미용이던 성형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여자분입니다. 예뻐지기 위해 강남을 찾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으로 이동이 불편한 지방에서 오더라도 고속터미널에 내려 강남역까지 쉽게 내원이 가능하여 강남역을 선호합니다. 저는 오직 이 여자를 어떻게 설득해 우리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상하니 10년간 우리 치과를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지방에서 내원하는 예뻐지기 위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머릿속에 내가 공략해야 할 환자의 모습이 거의 실물처럼 명확하면 전달할 메시지도 그만큼 명확해 집니다. 마치 피그말리온을 상상한 조각가처럼 아주 명확한 그분들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대상에게 내가 어떻게 유일한 존재이고 가치있는 존재가 될수 있을지가 좀더 명확해집니다.


1단계는 결국 전체적인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수집할수 있는 자료를 모으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컨셉이 도출되기 때문에 전략수립의 첫발이며 최대한 범위를 넓게 조사를 진행하는것이 유익합니다. 그리고 이때 조사를 꼭 컴퓨터 앞에서 해야 한다고 단정지으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직접 동네를 걸어다니고 지역주민을 만나는것도 시장조사이고 현재 근무중인 스텝들을 활용하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근무중인 스텝들에게 주변 병원이나 잘나가는 병원의 속사정을 물어봅니다. 원장님들은 서로 이야기 하지 않으시지만 스텝분들 사이에서는 공유가 되는 경우가 꾀 많습니다. 제가 너무 궁금해 하면 직접 친구를 찾아가 조사를 해오거나 전화로 물어봐 주는 일도 많았습니다. 한번 물어보시면 놀라실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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