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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i Dec 26. 2021

순도 100%의 만족

2021년 12월 회고 / 스여일삶 모.각.회

 12월의 회고라니! 


  4/4분기가 다사다난하기도 했고, 코로나 이후로 확실히 텐션이나 열정이 줄어든 느낌이라 취미든 뭐든 활동 빈도나 범위가 줄었다. 기존과 달리 책임과 의무가 늘어나면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더 쓸 일이 생긴 탓일 수도 있고. 변화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듯하다. 언젠가부터 이 상태를 받아들이기도 했고 이러다 보면 다시 역동적인 삶을 살 날도 있겠지 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간혹 SNS 상이나 소식으로 들려오는, 여전히 발전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다. 이전 같으면 왜 나는 그렇게 못하냐 스스로를 다그쳤겠지만, 이제는 나를 몰아붙인다고 상황이 바뀌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걸어 나가는 데 집중하기로 다짐하며 살고 있다. 오늘의 내 물리적/심리적 상태가 보통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나름 성공적인 하루라고 여기는 중.

 



  결국 다시 옥죄긴 했지만 잠시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소규모지만 단체 행동(?)의 자유가 생겼는데, 몇 년 만에 시골 교회에 봉사를 갈 기회가 생겼다. 환경(주의할 것들이 많다는)의 제약, 주말 이틀 내내 서울과 지방을 왕복해야 하는 부담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준비 시간도 부족했고 인원도 최소로 움직여야 했기에 자원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한 명 한 명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며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무슨 일을 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하다 마침 기록(사진/영상/글) 담당이 비어서 그 자리를 맡기로 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오랜만에 묵혀놨던 DSLR, 인스탁스, 삼각대를 모두 꺼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때 기억도 나고... 그때도 참 열심히 했었지 :) 잃어버린 나의 n 년  봉사 기간에 반쯤은 참여자로 반쯤은 관찰자로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순간을 담았다. 언제부터인가 카메라 들고 다니기 귀찮다는 핑계로 사진을 내려놨었는데, 다시금 사진을 찍다 보니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담는 일을 좋아했고, 그리고 이후에 사진과 영상을 재편집하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순간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도 좋아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번에 새삼스레 깨달은 건, 나는 타인들을 웃기는 데 진심이라는 것. 대화 중에 드립을 치고 들어가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도 진심이긴 한데(...) 영상 편집 중에도 어떻게 하면 이 맥락을 잘 살려서 웃음 포인트를 뾰족하게 만들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굳이 안 달아도 될 자막까지 달아서 팀원들 (웃겨서) 전멸시켰을 때가 제일 뿌듯했다 ^_^ (후유증: 이후 1주간 회사 슬랙에서도 드립을 멈추지 못했다)


 이후에 전체 공유용 3분짜리 영상 작업을 하면서도 꽤 즐거웠다. 영상 작업이 수고스럽긴 한데 영상의 묘를 살려내는 과정은 확실히 흥미롭다. 순간을 선정하는 일, 영상 효과, 사운드의 조화로 보는 사람에게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어떻게 하면 잘 와닿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 등등. 마음 같아서는 영상에 더 힘을 주고 싶었는데 전문적으로 사용할 영상도 아니라 내가 지치지 않는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예전 회사 워크숍 발표회 때 사진만 보여주기 싫어서 아이무비로 작업했던 일을 계기로 영상에 재미를 붙인 이후 (당시 1인실에 짱박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을...) 이런저런 일 몇 번 하다 보니 취미 수준에서는 쓸만해져서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UX/UI가 별로여서 도저히 쓰고 싶지 않아 강제로 다른 툴을 공부하게 해 준 곰무비에 감사를(...)




셀프 회고를 해보며 남겼던 문장 중 하나.


 본연의 순수성을 마주했던 시간


당위고, 효율이고, 그동안 따지던 거 다 버리고 순도 100% 만족해서 좋았던 시간.


-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이런 거였지 (최근 몇 년은 ~하니까 ~해야 한다는 식의 자기 주문이 많았다)

-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과정이 재밌으니까 그게 보상이 되는 경험

- 내가 좋아서 한 건데 사람들도 좋아하니까 더 기쁘다


다녀온 이후의 변화는, 친근한 사람들을 만날 때 기회가 되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주려고 한다. 

마지막 모임 혹은 특별한 날의 의미 있는 선물로 주기에 딱 좋아서 최근에도 쏠쏠하게 써먹었다.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D 알아빠렌즈 사고싶다...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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