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에서 누가 날 영어로 아는 척 하지?
“Hey! how are you! longtime no see!!”
내가 옥스퍼드 카팍스타워에 있는 어느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탄성이다.
난 이곳에서 이방인처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나보고 오랜만이라고 반가워하지? 심지어 영어로?
누군가 하고 봤더니 이 카페 사장이다. 카페 사장은 나에게 악수까지 청하며 너무나 반가워한다. 그러다가 “셰셰”라고 말해서 나의 성질을 살짝 돋궜다.
이 사장님과 나와의 인연은 학원 가기 전, 커피타임이었다.
당시 영어학원 공부 때문에 머리 싸매던 나는 아침마다 이 카페에서 까페라떼나 핫초코를 테이크어웨이 했었다.
웬만한 카페는 내 후진 핫초코 발음을 못 알아들었었는데 이 카페 사장님만큼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One of them 동양인 아줌마에게도 방긋방긋 웃으며 잘 대해주셔서 아침에 카페 갈 일이 있다면 이곳으로 반드시 가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핫초코를 시켰는데 사장님이 나에게 윙크를 하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했더니 내 손을 주물럭 거리면서 또 윙크를 했다.
핫초코를 받아 들고 학원으로 걸어가는데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내가 만약 백인 여성이었다면 저 사람이 나에게 저랬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부모님께 이 에피소드를 말하니 모두 껄껄껄 웃으며 웬 미친놈이 다 있다고 하셨다. 함튼 기분이 살짝 상했던 나는 그 뒤로 이 카페에 가지 않았다.
근데 나는 왜 이곳에 또 와서 앉아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날씨는 너무 덥고 이곳에서는 아이스드 커피를 팔기 때문이다. (유럽은 스타벅스 외에는 아이스 음료를 잘 팔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 사장 얼굴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잘 기억나지 않고 무엇보다 아침 6시 반부터 영업하는데 사장이 이 시간까지 있을까 싶어서 그냥 들어갔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Longtime no see!!”라니…
사장님의 그런 환대를 받으니 지난날 인종차별이라며 열받아했던 나의 좁아터진 밴댕이 속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뭔가 미안했다.
그리고 뭐랄까…
이 드넓은 지구별 한 영역에 날 기억하고 있는 유색인종이 있다는 것이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옥스퍼드에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그 누구의 눈에 띄지 않는 채로 수많은 인종 가운데 한 명으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보다 동양인이 많은 동네고, 이 사람들 눈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처럼 느껴질 텐데 날 알아보다니…
옥스퍼드에 있다 보니 인스타그램에 이곳의 풍경을 종종 올린다. 사진이 업로드될 때마다 세계 여기저기에 있는 몇 안 되는 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I miss you”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지구별 어딘가에 날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걸 서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내 친구가 아닌 건 아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내 인생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마찬가지겠지?
언젠가 인생에서 다시 한번 마주치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살아가고 싶다.
You’re handprinted in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