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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냉정사이 Mar 16. 2021

어떻게 하면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여행스타트업에서 코로나19를 버텨내며 배운 삶의 자세

코로나 시국인 지금, 나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벤처기업에서 CPO(제품기획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잠깐, 코로나와 외국인 관광객?


그렇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의 삼십여 년 인생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내가 처한 난관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쓴 글이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창업가, 직장인, 또는 일상에서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자 하는 분이라면 일독해 보시길 권한다.


모두가 힘들게 겪고 있을 코로나 시기, 그리고 어쩌면 각자 앞으로 몇 차례 더 다가올 인생의 고비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아직 짧지만 짜릿한 벤처 도전기

2019년, 글로벌 IT 기업에서 부족함 없이 일하고 있던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학창 시절부터 스타트업 인생을 꿈꾸며 무언가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해 온 나는, K-Pop 열풍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나는 그렇게 현재 회사에 초기 멤버로 합류 한 뒤 주말 없이 열정을 불태우며 일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서비스 거래액과 사용자 지표가 매달 20%씩 급성장하고, 업계 Top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등 꿈에 그리던 빠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멤버들도 계속해서 채용하며 짧은 시간 안에 회사 규모도 빠르게 확장되어갔다. 아직 절대적 승자가 없는 외국인 관광객 시장에서 그렇게 우리만의 멋진 꿈을 덧그리며 후속 투자 유치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뛰어든 지 불과 일 년이 되지 않던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었다.  


WHO의 팬데믹 선언 (2020년 3월 11일)

전 세계 국경이 봉쇄되고 우리 회사의 주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렸다. 더 이상 기존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없어지자 회사는 한순간에 경영난을 맞게 되었다. 몇몇 멤버들이 이탈했고 물론 당장 금전적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고비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한없이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허탈하고 절망적이었다.


힘든 감정들을 꾹꾹 삼키며, 남은 멤버분들과 함께 위기에 적응해갔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며, 최대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를 포함한 경영진과 멤버분들 모두 각자의 슬럼프를 겪으며 단단해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회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묵묵히 준비해 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내린 사업적, 전략적 결정들은 생략하고 감정과 마인드셋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 피해자 마인드셋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자 천재지변이었다. 내가 속한 여행산업이 벌써 자그마치 1년 이상 올스탑 된 상태이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정체되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나는 지금껏 주변에서 항상 "긍정맨", "열정맨"이라는 소리를 들어올 정도로 매사에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지독한 고비를 견뎌내는 과정 속에서, 나로서도 중간중간 수많은 감정 기복이 있었던 것 같다.


 괜찮아, 다다음 분기쯤이면 종식될 거야.


낙관적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의해 자연스럽게 깨져버렸다. 또다시 힘을 내서 희망을 가져보아도 결국 코로나 상황은 악화되어 가기만 하는 고통스러운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나의 인생을 베팅한 회사의 앞날과 나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안 속에서 마음은 점점 지쳐갔고 나의 태도 역시 조금씩 비관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게다가 수많은 IT 기업들이 코로나로 인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이런 심리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얼마 전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자그마치 100조 원의 시가총액을 넘기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쿠팡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서비스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수혜를 입은 '비대면'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실제로 쿠팡은 2020년 3월 11일 팬데믹 선언으로부터 정확히 만 1년이 지난 2021년 3월 11일에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2021년 3월 11일). *출처:뉴시스


다른 IT혁신기업들이 코로나를 기회삼아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이와 대조적으로 정체된 나 자신이 위축되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갑자기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는 종종 마음속으로 심문하듯 반사적으로 물었다.


같은 IT업계에 있으면서
나는 왜 이들처럼 수혜를 받지 못한 걸까?


우리가 처음부터 다른 아이템으로 사업을 했다면, 덜 정체되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껏 충분히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남들보다 얼마나 고생을 더 해야 한단 말인가?


비즈니스 위기를 처음 경험한 나로서 품게 된 솔직한 질문들이었다. (물론 되돌아보면 정말 어리고 나이브한 생각들이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부정적 마음가짐이 근본 바탕이 되었기에, 어려움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한 다른 노력들 조차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내 생각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을 원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불공평하며 나는 그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을 이렇게 '통제 불가능하고 불공평한 세상의 피해자'라고 치부해버리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렇게 '피해자 마인드셋'을 가지게 되면,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조차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술술 풀리는 것 같아 보이는 남들과 내 상황을 비교하고 내가 처한 현실을 외부 요인의 탓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결국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수행자 마인드셋

어느 미세먼지 가득한 오후, 다시금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려고 명상을 하던 와중, 내가 존경하는 멘토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날의 통화는 '피해자 마인드셋'에 머물러있던 내 마음가짐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가로서 수십 년의 인생을 경험하신 멘토님께서는 내게 인생을 길게 보라고 말씀하셨다. 당장 1, 2년 안에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공감하지만, 그런 비약적 성장을 하게 되는 '별의 기회'는 모든 이들의 인생에 한두 번뿐이라고. 지금 겪는 시련이 경영자로서의 단단한 근육이 되어 5, 10년 안에, 또는 그 뒤에 오게 될 더 큰 기회에서 결국 빛을 발하게 될 거라고. 최선이 어려울 때는 차선을, 차선이 어려울 때는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최악 만을 면할 수 있다면, 결국 기회는 온다고.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인생은 길게 보는 거야.
지금 겪는 시련이 단단한 근육이 되어
훗날 더 큰 기회가 왔을 때 그 빛을 발하게 될 거야.


이런 멘토님의 말씀은 앞으로 10, 20년 동안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순간을 위해 꾸준히 수련하는 '수행자 마인드셋'을 의미했다. 자연 속에서 묵묵히 무술을 연마하는 무림의 고수들처럼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스타트업 경영수업을 배우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혁신적인 창업가를 꿈꿔온 나로서는, 경영위기를 돌파하고 크리티컬 한 문제를 일선에서 해결해보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위기에 봉착한 조직을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여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창업가가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다스릴 수 있을까?


나는 위와 같은 난제들을 숙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쩌면 이 세상 어떤 MBA 과정보다 의미 있는 실전 경험이며, 결국 내 꿈에 한발 더 다가가 장기적인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낙관주의자'와 '피해자'라는 갈래길에서 방향을 잃었던 나는 이날부터 '수행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 긍정과 낙천의 차이

결국 긍정적인 자세란, '에라 다 모르겠고, 어쨌든 다 잘 될 거야'라고 하는 낭만적이고 낙천적인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내가 원하는 그 길을 한발 한발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하는 그런 마인드가 아닐까.


통화 이후 맑아진 머리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 멘토님께서 마침 카톡을 보내오셨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르는 곳이 어디든 주인 된 마음이면
보이고 겪는 모든 것이 참된 법이다.




어쩌면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이 앞으로 일 년 이상 더 지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각자 걷는 길의 주인이 되어서 수행자 마인드셋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 언젠가 마주할 행운으로 웃고 있을 훗날의 우리 자신이, 계속 걸어가기로 결정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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