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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Nov 06. 2022

우리가 선택한 '이상한 감옥'

바로 '회사'

뭘 해도 행복한 일요일 아침.

신기하게도 주말이면 더 일찍 눈이 잘 떠진다.

회사를 안 가도 된다는 걸 몸이 알아서 그런 걸까. 이상하리만큼 개운하고 상쾌하다.

일요일 아침인 듯 새벽인 5시 눈이 떠졌다.

빨래만 돌려놓고 건조기에 넣지 않은 걸 기억해내고는 얼른 빨래를 꺼내 건조기를 돌린다. 뿌듯하다.

다시 누워서 유튜브를 좀 보다가 잘까, 책을 좀 읽을까 망설이게 된다.

그래 이 시간만큼 누구한테 방해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재미있다. 다시 안 자길 잘했다, 역시.


어제 책을 한 5권 샀는데, 그중에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쓴 이동수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건 mbc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 마인드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본부장님 방을 쓱 보고 심심하면 들어가서 과자 하나 먹고 나오는 모습,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전무님께 "올~ 오늘 의상 좋은데요?" 라며 가벼운 농담을 하는 모습, 비서와 함께 나가는 사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들...


그는 두 아이의 아빠고 두 번의 육아휴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소신을 잃지 않으며 회사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공감이 갔던 부분들이다.



우리는 이상한 감옥에 들어갔다.

그것도 정말 노력해서 들어간 감옥이었다.

다행히도 아침에 들어가면 밤에 나올 수 있는 감옥이었다.

갇혀있는 시간은 9시간.

육체노동보다는 감정 노동을 주로 한다.

같은 시간에 들어와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나간다.

내가 갇힌 감옥은 다른 감옥에 비해 돈도 좀 더 줬고, 장소도 좀 더 쾌적했다.

주말 이틀은 감옥에 들어가지 않을 자유도 주어졌다.

살만 했다. 딱 하나, 이 짓을 수십 년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빼고는 나의 감옥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동수 지음>



- MBC <아무튼 출근>의 한 장면 -



너무나 찰떡같은 비유가 아니겠는가. 찐으로 공감했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선택한 감옥에서 살아가고 있다.

육체노동보다는 감정노동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와서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퇴근을 한다.

이 감옥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감옥에 비해 돈도 좀 더 주고 장소도 좀 쾌적했기 때문이다.

제일 공감 가는 대목 딱 하나, 이 짓을 수십 년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빼고는 나의 감옥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그렇다. 직장인은 방학도 안식년도 뭣도 없다. 제일 힘든 사실이 이 짓을 내가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거 말고는 꽤나 만족스럽다. 요즘은 워라밸도 좋아져, 유연근무제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오고 가는 게 자유로워졌다. 8시간만 일하면 된다. 뭐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도 하면서 글까지 어떻게 쓰냐고.

좋으니까. 내가 좋으니까 하는 일이다.

내 마음을 나누는 일,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한 줌의 용기나 위안을 얻어가는 일, 또 공감해주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일. 그런 것들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이런 시간들이 바쁜 일상을 쪼개어 해내는 일이지만,

그것들을 하지 않을 때의 나보다 어떻게든 짬을 내어할 때가 훨씬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마음의 풍족함을 느끼고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내면이 단단해지고 있는 나를 느끼게 해 준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넌 그래도 좋겠다. 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이렇게 하니까.

나는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굳이 좋아하는 것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것을 찾을만한 여력이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강압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하 찾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 이렇게 책도 실컷 읽고, 브런치에 글도 한 편 썼는데 아직 오전 7시 40분이다.

역시 다시 안 자길 잘했어. 오늘도 힘껏 재미있게 즐겁게 보내야지.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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