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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담 May 20. 2019

15 발리에 다녀온 후 변한 것

나도 몰랐던 내 모습

발리에서 한 달을 보내고 돌아와 느낀 것들을 수첩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 발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건 ‘나를 체험하자’는 결심에서였다. 최대한 낯선 환경에 나를 놓고 관찰해보고 싶었다. 발리라는 장소만으로도 충분히 낯설었지만, 일부러 핸드폰을 거의 쓰지 않거나 바쁘게 생활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에게만 집중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떠날 때와 다르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간 한 달이었다. 평소 안정을 최우선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발리에서 내가 수많은 도전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물 공포증을 스스로 극복하겠다고 나섰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또 내가 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발리에서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새로운 관계 맺기를 주저했던 것은 항상 시간에 쫓기며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내 온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에서의 알게 된 새로운 나의 모습은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외국 생활에 자신감도 생기고 도전정신도 불타올라 귀국 후 곧바로 홍콩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교환학생 반년은 여행과는 또 다른 도전의 연속이었다. 발리에 이어 홍콩에서도 외국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흥미를 느꼈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에는 반대로 한국으로 온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소통하는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렇게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다 보니 오랫동안 고민하던 진로도 금세 결정하고 이중전공(복수전공)도 선택할 수 있었다.


발리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은 나에게 응원이 되어주었다.


고작 한 달이었지만 발리 여행 경험은 남은 대학생활 2년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항상 ‘나는 해낼 수 있어’하는 자신감으로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내 환경은 내 생각과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덕분이다. 발리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이나 발리에서 느꼈던 행복했던 기분도 늘 내게 응원이 되어주었다.


때로는 비워내야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에서 한 달 산 적이 있다고 하면, “한 달 동안 뭐 했어요?"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딱히 별 거 안 했어요"다. 한 달 중에 절반 정도는 흘러가는 대로 지냈기 때문에 남들에게 여행담을 줄줄 늘어놓을 만큼 대단한 여행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가짐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이제는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기뻐하는지, 슬플 때는 어떻게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지 안다.


시작은 조금 무모했을지 몰라도 결국 나를 비워낸 만큼 채워 온 여행이었다. ‘대 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슬럼프를 겪는 대학교 2학년 때,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다 홧김에 비행기 티켓을 산 나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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