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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 orozi Aug 01. 2022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겠지만,

2022. 07. 21. 23:55


프로틴바 좀 사려고 당근마켓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이미지가 보여 클릭했습니다. 노란색 표지, 검은색 띠지, 귀여운 뚝배기 하나... 어라 내가 편집한 책 이잖아?


소설가라면 이런 광경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한/쓴 책이 중고 사이트에 있다고? 라는 내용이 #이기호 선생님의 〈최미진은 어디로〉라는 단편입니다. 한국 문학은 영 읽지 않는 제가 (거의) 따봉으로 꼽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에 수록된 작품이죠. 정말 재밌으니, 중고로라도 사보시길 바랍니다.

무보수 중간광고가 잠시 있었습니다. 아무튼 소설가라면 이 사태가 싫으실 수 있지만, 인세 같은 걸 받지 않는 편집자인 저는 두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와 책을 진짜 산 사람이 있구나

2. 아 혹시 서평단인가? 도장 있는지 물어볼까?

1번이든 2번이든 3번이든, 독자를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입에 발린 서평단이라도 보도자료와 조금이라도 다른 문장이 있으면 '애쓰셨구나' 생각이 들거든요. 하루에도 수십 권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제 손때가 묻은 책에 한 번이라도 눈길을 보내주시고 지식의 재보급화를 위해 책 사진까지 찍어주셨으니까요. 좋은 인연이 다음 책에도 있었음 합니다.


출판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비례하지 않습니다. 제가 비비큐 황금올리브순살을 맛있게 먹었다면 다음에 또 주문하겠죠? 그럼 단골이 될 수 있습니다. 2번 3번 4번... 한 번 만족했다면 최소 2번은 시킬 겁니다. 하지만 책은 재밌게 읽었다고 해도 2권 3권 사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앞에서 《교회오빠 강민호》가 띵작이라고 입은 털었지만 한 권 사고 끝이었거든요.


이런 간극을 메꾸기 위해 많은 출판사는 로또 긁는 마음으로 대박 하나를 노립니다. 하지만 결국 로또는 안 긁혀야 제맛이죠.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하면 어떨까요? 모든 책을 BEP에서 딱 500부만 더 파는 겁니다. 억지로 대박을 노리지도 않고 슴슴한 매출을 노리는 평양냉면식 출판 전략이죠.

... 라기엔 BEP도 못 넘기는 책이 많은 걸 보니 안 되겠다 싶습니다. 제가 나중에 창업한다면 종이책 출판은 안할라구요.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뭐다? 이기호 선생님 신작 어디서 언제 나오나요? 왜 안 나와요? 제발 제보 좀 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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