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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현 Aug 22. 2020

중국 vs 호주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야 하거늘

중국이 호주로부터 수입되는 와인에 반덤핑 조사를 실시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들어갔다. 표면적 명분은 시장 점유율이다. 호주 와인의 무관세 가격 때문에 중국 와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 4년 동안 75%에서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 중국-칠레 FTA 품목에 와인이 들어가 있을 뿐인데 2020년에 갑자기 왜, 뜬금없이 반덤핑 카드를 들고 와서 호주를 겁박하는 걸까? 중국 당국은 덤핑 관세(Anti-dumping tariff)를 202.7%까지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중국 내 호주 와인의 가격은 지금의 3배를 훌쩍 상회하게 된다. 누가 사겠는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 발표가 중국의 호주를 향한 정치적인 메시지라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에 중국의 책임을 주장해왔다. 또한 홍콩 보안법 사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으며 이에 대한 표현으로 호주 5G 네트워크에 화웨이를 배제했다. 이러한 호주의 방향성에 중국이 반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덤핑 관세가 그럴 법 하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수많은 것들을 수입하고 있다. 전선, 풍력 발전기, 유리, 화학약품, 살충제, 제초제, 종이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여기에 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던 것. 호주와 무역 거래를 하는 수많은 국가들 중에 덤핑 관세 품목을 기준으로 중국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2위인 태국보다 무려 3배 이상 차이 난다. 호주가 이러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와인인가? 그리고 와인으로 끝날까? 중국은 알고 있다. 호주 와인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향한다는 것을. 중국이 관세를 올리는 순간 호주 와인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중국은 타격이 없다. 와인은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굳이 호주 와인이 아니어도 된다. 전 세계에 대체재가 흘러넘치는데 호주 와인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국은 와인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석탄, 보리, 소고기를 제재한다는 소식이다. 호주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호주의 1차 산업인 농업, 광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역시 타격이 없다. 석탄, 보리, 소고기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역시 중국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는 품목들이 아니다.


이 발표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와인 무역으로 좁혀보면, 실제로 덤핑 관세가 200% 이상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는 것. 정치적 메시지에서 그칠 수도 있고, 또 호주 현지에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 오너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어떤 결론으로 마침표가 찍힐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호주의 와인 수출 균형은 바로잡혀야 한다. 한 나라에, 그것도 공산당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중국에 전체 수출의 40%를 의존하다니.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계란은 반드시 나눠 담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시장이든, 수입이든 수출이든, 공급이든 수요든, 독점과 과점은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면 바꾸기엔 이미 늦었을 때가 많다. 현 사태가 어떻게 진정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앞으로는 호주를 떠나는 화물선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출발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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