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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 navorski Sep 20. 2021

건너뛰기가 잊힌 1분

작품의 퀄리티를 바꾸는 D.P 타이틀 시퀀스

Seems I have been dreamig for too long

I can't find the reasons to move on

Wake up to reality

Realize we’re getting old

All our bones are breaking down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타이틀 시퀀스는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학교를 가고 꿈꾸고 사랑하던 때에 입대를 하는 구성을 가진다. D.P는 입대 후 벌어지는 군대 내에서의 폭력과 같은 부조리함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의 타이틀 시퀀스가 드라마의 스토리와 이어지는 보기 드문 타이틀 시퀀스다.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는 D.P 타이틀 시퀀스 영상에는 호평 댓글이 가득하다.


"오프닝만 봐도 눈물이 난다"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고 청춘의 달콤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장면까지 감성을 제대로 건드린다." "오프닝을 스킵한 적이 없는 드라마"


캠코터 느낌을 살린 타이틀 시퀀스는 갓 태어난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 뒤로 돌잔치를 하고 유치원, 초등학교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교를 지나 꿈꾸던 청년이 되는 장면이 한 컷 한 컷으로 이어지다 <D.P> 타이틀이 뜨고 입대현장으로 넘어간다.



타이틀 시퀀스에 등장하는 입대 영상은 실제 1화 안준호(정해인)의 입대 장면 촬영 현장에서 캠코더로 촬영된 영상이다. 타이틀 시퀀스는 입대를 기다리며 오와 열을 맞춰 선 이들 사이에서 뒤를 돌아본 준호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끝이 난다. 클로즈업된 준호의 눈은 제삼자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이들을 향한다. 드라마의 성격이 군대 내의 폭력과 부조리를 향한 관심과 고발이라는 점에서 준호와 눈을 마주하고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매 회차를 함부로 저중행을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1분간의 영상이 마음속 작은 정의감을 들춰내며 시작한다. 드라마와 상관없이 1분가량의 타이틀 시퀀스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주제가 명확한 초단편 영화 같다.




멋진 타이틀 시퀀스 전에 먼저 만나야 하는 오프닝이 있다. 이 드라마의 문을 여는 진짜 오프닝은 1화의 오프닝 시퀀스다.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OTT 플랫폼 드라마는 첫 시작의 오프닝 시퀀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1-3분 영상만으로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드라마의 톤 앤 매너를 소개하기 때문이다. D.P의 1화 오프닝 시퀀스 역시 드라마 정주행의 시작을 이끄는 긴장감이 인상적이다.


D.P의 1화 오프닝 시퀀스는 조석봉과 안준호를 괴롭히는 황장수의 음성으로 시작한다. 황장수는 석봉을 머리 높이에 못이 박힌 벽 앞에 세워 두고 툭 툭 못을 향해 밀며 겁을 준다. 카메라는 준호에게 집중한다. 정자세로 앞만 보고 앉아있는 준호 뒤로 괴롭힘을 당하는 석봉이 있다. 결국 못에 머리를 박고 머리를 다친 석봉 다음으로 준호가 불린다. 커지는 두려움과 긴장을 함께 느끼며 못 박힌 벽 앞에 서는 준호를 따라 카메라도 이동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화면의 왼쪽에는 벽에 박힌 못을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그 앞에서 선 준호의 옆얼굴을 가득 잡는다. 화면 밖에서 들리는 황장수의 목소리와 손길에 따라 준호의 얼굴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툭- 툭- 아슬아슬하게 못까지 밀리다 멈추길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황장수에 힘에 밀려 준호의 머리가 못에 박히기 직전 화면은 블랙아웃된다. 준호가 다치지 않았는지 멀쩡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영상을 끌 수가 없다. 그러다 결국 다음화로 넘어가기 버튼을 누른다.


1화 오프닝 시퀀스와 같이 이 드라마는 결정적 순간을 잘 활용한다. 긴장감을 서서히 빌드업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바람 빠지듯 장면을 끝내버린다. 그리고 시청자의 상상력에 폭력의 결과를 맡겨둔다. 결정적인 결과를 끊는 이들은 이들은 가해자의 상관이나 군대 내의 피할 수 없는 규율이 되곤 한다. 이들은 행동은 폭력을 끝내지만 일시적이며 동시에 방관한다. 어머니를 욕보이는 황장수의 언어폭력을 참지 못한 준호와 황장수의 대립이 폭력으로 이어지기 직전 등장한 박범구 중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별일 아닌 일상적인 상황을 본모습으로 준호에게 면담에 올 것을 명령하고 떠난다. 드라마 내내 끝을 내지 못하고 방관해온,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쌓인 폭력의 긴장감은 결국 마지막화 조석봉/봉디 선생님(조현철)의 폭주로 한 번에 폭탄이 되어 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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