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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Feb 15. 2024

나무

나무는 꽃을 피울 때 요란하지 않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때가 왔기에 그저 피웠을 뿐이다. 한 겨울동안 뿌리를 깊게 내리고 온갖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꽃이 핀 나무를 둘러싸고 갖은 탄성과 비유를 늘어놓는 무리들이 나타나곤 한다. 그럼에도 나무는 그저 묵직하다. 그저 그속에서 땔감이나 정원수로 쓰여 내년에는 다시 꽃을 피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작은 걱정이 있을 뿐이다.

강호의 고수가 목을 빼고 찾고 다녔던 비기를 우연히 얻었다고 한들, 그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저 냄비받침이나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세상을 뒤집거나, 적어도 한 고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비기는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다.

시간이 흘러 내가 낯설어지고, 그전에 보았던 것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저 묵묵히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울 때가 그즈음일까. 또한 어느 비기가 내 눈에 들어왔는데, 다른 이들이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고 내팽겨쳐진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사람이라는 것은 자연에 비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미약한 존재이기에 조금이나마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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