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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29. 2024

이제껏 몰랐지만 존재했던 세계

[넷플릭스] 삼체

책은 읽지 않았다.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거대한 상상력을 아주 맛깔나게 화면으로 옮긴 자본과 기술 그리고 연출이 좋았다.


인류를 향한 혐오로 멸종을 바라다


삼체는 총 8부작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중국 과학자의 그릇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외계 문명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그린다. 그 중심에서는 중국인 과학자가 있는데,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과학자는 문화대혁명시절 선망받던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단상 위에서 홍위병에게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한다. 이후 그는 두려움과 분노를 삼키며 총명한 두뇌와 노력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위대한 과학자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대혁명을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인간에 대한 혐오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고 스스로 단정한다. 자정능력을 잃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고 그것은 바로 기술력이 앞선 외계 문명과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기술이 앞선 문명은 언제나 그 하위 족속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원주민은 침략자들 앞에서 무릎을 끓었으며 고립되거나 멸종했다.


그 과학자의 선택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보다 발달된 문명과의 만남은 우리를 멸망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외계인 또한 인간과 공존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신뢰가 안 되는 족속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이해불가였다. 때때로 거짓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낯설지 않지만, 외계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선한 관점의 전환이었다.


인간이 이해하는 세계는 아주 단편적이다


외계인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4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인간에게는 400년 동안 그들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숙명이 생겨났다. 일부는 그들을 환호하며 나의 주인으로 섬겼다.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한 일방적인 믿음으로 종교가 된 것이다. 일부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와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지금껏 인류가 고전물리학에서 양자학까지 걸어온 길과는 달랐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이해하며 앞으로 걸어온 인류는 이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양자학이 발견된 이후 인류의 숙제는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과 이론에 대한 상식화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포 그 안의 원자와 전자 세계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고 고전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주를 향해 스타쉽이 올라가는 가운데 우리는 여지껏 우리가 이해한 세상이 틀렸다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


400년 이후에나 벌어질 일에 대해서 우리는 왜 걱정하는가에 대해 삼체는 이렇게 답한다. 앞으로의 자손이 살아갈 곳이기 때문이라고. 인류는 그렇게 거인의 어깨 위를 밟고 올라서서 발전해온 것이라고. 지금 우리가 그 거인의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앞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것이라고.


삼체에서 짚고 넘어갈 장면, 메시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과학적 이론은 무지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반면 철학적 메시지는 확실해 보였다. 인간의 무지로 발생하는 실수는 반복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세계는 있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도전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


외계 문명의 침략이라는 가정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성과 무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태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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