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
“약을 먹으면 더 젊고 매력적인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제안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늙은 자신과 일주일씩 번갈아 살아야 하며, 시간을 어기면 신체가 점점 괴물로 변합니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벳 스파클(데미 무어)은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유한한 젊음, 무한한 욕망
한때 헐리우드의 아이콘이었던 스파클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찰나였고, 대중의 관심은 점차 그녀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찰나의 젊음을 모두 소진한 스파클은 이제 과거의 영광만을 품고 살아갑니다.
삶의 대부분은 유한하며, 우리가 가진 것들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잃고 나서야 공허함을 마주하곤 합니다.
스파클 역시 자신에게 쏟아졌던 대중의 사랑이 메말라가자, 그 결핍에 몸부림칩니다. 마치 바닷물을 마신 사람처럼 한 번 맛본 유명세로 대중의 관심과 타인의 인정은 더 큰 갈증으로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제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다시 얻을 방법은 없습니다. 거울 속 주름진 얼굴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바로 그때, 스파클은 더 젊고 완벽한 ‘또 다른 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신은 하나다
척추에서 태어난 젊은 스파클, 그녀는 ‘수’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녀는 순식간에 대중을 사로잡으며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단위로 제한되었고, 이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펼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스파클과 수는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같은 존재입니다. 둘은 점점 서로를 질투하게 됩니다. 스파클은 젊음을 다시 차지하고 싶고, 수는 더 많은 시간을 원합니다.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탐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삶은 균형을 잃어버리고 파국을 향해 치닫습니다.
충격적인 연출, 그리고 데미 무어의 처연한 연기
서브스턴스는 극단적인 연출을 통해 욕망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신체가 일그러지고, 괴물로 변해가는 장면들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초래하는 결과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파멸을 이끄는 주인공, 데미 무어는 영화 <사랑과 영혼> 이후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였지만,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연이은 결혼 실패로 깊은 나락을 경험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전신 성형을 감행하기도 했던 그녀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듯합니다.
실제로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축하하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집중한다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으려 했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을 통해 제 자신에게 조금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고, 해방된 기분이에요.”
그녀는 이 영화 속에서 스스로를 연기하며,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듯합니다.
욕망, 그리고 인간의 본질
서브스턴스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 욕망이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젊음에 대한 집착, 더 많은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갈망. 이 모든 것이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끕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까?”
“혹시, 당신도 이미 욕망에 잠식당하고 있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