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남하고 같이 하는 일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20년 직장 생활 끝에 알았고
그래도 힘닿는 만큼은 해봐야지 하는 오기로 작년까지는 버텨도 봤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내 진심이 때로는 타인에게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심지어 편하게 살고 싶은 동료에겐 피로와 자괴감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올해는 많은 것을 내려놓기로 아니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틀린 것을 봐도 모른 척 넘어갔고 말 안 되는 논리에도 다양한 의견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실수가 뻔한 시도를 용인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궤변도 그냥 들어줬고
선후가 바뀐 분석결과도 굳이 짚어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마음, 해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참는 것 또한 내공을 쌓는 일임을 인정하고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아보았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어떤 일이 있더라고 마음의 요동이 덜하고 그저 평온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답답함, 속상함, 억울함과 화가 한 번에 밀려왔다. 예전 같으면 어디서 시원하게 분풀이라도 했을 텐데 그냥 물 흐르듯 넘기기로 해놓고 아직도 마음에 수시로 주황색 빨간색이 켜지는 이런 나 자신 때문에 맥이 탁 풀린다.
다 포기했다면서, 다 내려놓았다면서
아직도 내려놓을 것이 남은 것인지...
어쩌면 내려놓는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불가능한,
힘들고 지친 사람에게 '화이팅' 하는 것처럼 영 무의미한 추임새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제휴사가 잘못해도 참고
부서원이 납기를 넘겨도 참고
상사가 헛소리 궤변을 토해내도 참고
시스템이 안 켜져도 참고
참고 참고 또 참았는데 어디까지 참아야 되는 건지...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확 떨치고도 싶지만
분명히 이길 자신도 있지만
오늘은 당신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
오늘도 한번 참아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