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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 Liv Aug 30. 2020

'한달 브런치'를 마무리하며

인생을 바꾸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할 때

나는 8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30일 동안 매일 브런치에 1개의 글을 인증하는 '한달 브런치'라는 모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은 한달 브런치의 마지막 날이다.

우연히 한달을 알게 되어 보름 정도 글을 썼던 이야기를 가볍게 나눠보고자 한다.


한달과의 만남은 회사 동료가 우연히 던진 슬랙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우리 회사의 좋은 조직문화를 알리기 위해서 브런치에 글을 써보고 싶던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7월의 어느 날 드디어 말만 하던 글쓰기를 실행에 옮겼고, 운 좋게도 한 번에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어 회사 동료들에게 엄청 자랑을 했던 참이었다.  


덕분에 나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알고 있던 동료가 원티드에서 진행하는 한달 브런치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에게 한 번 해보라며 추천을 해주었다. 역시 하고 싶은 일은 주변에 알려야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이번에도 느꼈다.


쨌든 나는 기본적으로 혼자서 뭔가를 꾸준히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람들과 약속을 하거나 책임감이 주어지는 역할에서는 그 끈기가 좀 많이 늘어난다는 거?

이런 성격 덕분에 성인이 되어서도 공부, 자기 계발도 돈 들여가면서 한다. 누가 좀 같이 해줘야 계속할 맛이 나는걸 어찌하는가.


한달 프로그램을 보고, 고민을 하다가 5만 원 정도 참가비면 글 하나당 1만 원이라고 치고 5편만 쓸 수 있어도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달 멤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나의 개인적 목표는 글 5개를 쓰는 것이었다.

거기에 욕심을 조금 더 보태면 사람들에게 좀 읽히는, 괜찮은 글을 하나쯤 쓰는 거?




예전에 카카오 프로젝트 100이라고 하나의 목표를 100일간 실천하는 온라인 모임의 베타 서비스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인증률이 엄청 높지는 않았어서 한달도 그럴 것이라고 조금 만만하게 보고 들어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나는 목표했던 글 5개를 쓰고 손을 조금 털어볼까 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종일 글만 쓰는지 도대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 인증을 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중간에 빠지는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기는 힘들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내가 글을 안 쓰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나는 기존 목표 5개를 초과 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쓴 지 10일 정도 지났을 때, 운 좋게도 글 하나가 메인에 올라가게 되었다.  내가 추가 목표로 생각했던 읽히는 글을 하나쯤 쓰자는 목표 또한 달성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나는 큰 미련 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날만 글을 썼다.  
사실 시간이 너무 없던 시기였다.. 여러 일이 겹쳐 하루 5시간씩 밖에 못 자던 고된 8월..


그래도 잠시나마 체험한, 매일 글 쓰는 삶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매일 글쓰기의 단점


1. 시간이 부족하다.

글쓰기 초보라 매일 평균 3-4시간을 글 쓰는데 쓴 것 같다. 글 방향성에 대해서 기획하고 글을 쓰는 것(초안)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면 되는데, 그 이후의 검토, 수정 단계에서 시간을 엄청 많이 썼다. 삭제하고 싶은 문구나 추가하고 싶은 문구가 계속 떠올라 글을 발행하고 나서도 몇 시간 동안 붙잡고 수정을 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투리 시간에도 계속 브런치에 들어가서 20번가량을 다시 읽어보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은 없는지, 가독성은 좋은지, 강조하고 싶은 문장에 하이라이팅을 했는지 등을 확인하며 수정을 했다.


결국 글은 발행 후 하루가 지나서야 완성이 되었다.  


2. 밤에 잠을 못 잔다.

이건 조금 개인적인 이슈인데, 나는 항상 마감에 닥쳐야 일이 잘된다. 회사 일이야 최대한 더 신경 써서 마감을 지키지만 솔직히 글쓰기는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매일 한달 브런치 인증 마감시간인 밤 11:59분에 딱 맞춰 발행을 했다. 사실 글은 70%만 뼈대가 잡힌 상황이었기에 발행 직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고쳤어야 했다. 그래서 새벽까지 계속 글을 쓰다가 2시 반-3시쯤이나 되어서 잠이 들었다.


추가의 예상치 못한 문제도 있었는데, 바로 뇌가 너무 활성화가 되어서 노트북을 닫은 뒤 바로 잠들기 모드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글쓰기 며칠 만에 잠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3.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것도 개인적인 이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의 생각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남긴다는 것 자체로도 정신적 피로함이 있었다.


내 글이 어떻게 평가될까? 이 글을 보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려나? 이 글이 혹시나 먼 미래에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문제를 품고 있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매일 글쓰기의 장점


1. 글쓰기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글을 써보지 않는 사람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한 달 넘게 잠깐 손을 댔다가 금방 포기하고 쌓아둔 글들이 '작가의 서랍'에 가득했다. 그리고 이때는 글의 퀄리티가 엄청 좋아야 남들에게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쓴다는 도적적인 목표가 생기니 초점은 오직 '글 발행'이라는 결과물에만 맞춰졌다. 전업작가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 동안 글의 퀄리티를 챙기는 건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행의 기준이 낮아졌다.


그런데 내 기준으로 낮은 퀄리티라고 생각되는 글들이 사람들에게 꽤 많이 읽히는 것을 보면 내가 기존에 '글'이라는 것에 너무 이상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글은 그냥 내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2.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대화에서는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표현과 주변의 분위기들의 사람들 간 생각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글은 오직 문자로만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스토리라인이 갖춰져있지 않으면 독자들은 글에서 헤매게 된다.


나는 친절한 글을 쓰고 싶어, 나름의 논리를 먼저 세우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는 머릿속에서 마냥 헤매던 생각들이 일정한 논리 안에 적절히 자리를 잡는다. 진짜 독서는 글쓰기를 통해 마무리된다고 하던데, 글쓰기는 단순 읽는 행위를 넘어서 정리된  논리의 구조를 만들어주었다.


3.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준다.

글도 결국은 기록이다. 내 생각의 기록, 공부의 기록, 삶의 기록..

글이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한다.


한 달 브런치를 하면서 크게 2가지의 성과가 있었다.
1) 하나의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렸다. 10만 조회수를 보면서 그래도 내가 글을 아주 못쓰지는 않는구나 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2) 그리고 폴인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의 인터뷰 연재물을 기획하는데, 그중 한 명으로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고작 10여 편의 브런치 글을 작성한 것으로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벌써 2개나 생겼다.  


미래에도 글을 쓸 나에게 하고 싶은 말

1.  글은 내 삶의 +a 다.

나에게 매일 브런치 글쓰기는 시기상조였다. 그리고 글쓰기는 내 생각보다 시간, 에너지, 생각을 많이 잡아먹는다. 하지만 글을 쓰기 전과 비교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굉장히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러니 내 삶의 기본을 지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하자.


2. 용기를 더 가지자.

누구나 부족하다. 그러나 누구나 나아질 수 있다.

지금의 글이 미래에는 부끄러운 흑역사가 될 수 있지만 괜찮다. 부끄러울 것을 걱정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용기를 가지고 나를 더 드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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