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인 “사교성”의 늪
“노란 숲속에 길이 둘로 갈리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동시에 갈 수 없는
한 사람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않은 길]
원래 그런 날은 그냥 갑자기 온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했지만, 갑작스레 남몰래 울게 되는 날.
최근, 새로 만난 사람으로부터 들은 말 중 기뻤던 말이 있다. "**씨는 삶에 대한 의지가 참 강한 것 같아요."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은 있다. "**는 강한 사람인 것 같아. 겉보기와 다르게"
강해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듣기 좋았던 칭찬이었지만... 틀린 것 같다. 나는 강하지 않다. 사실은 매일 깨어지고, 다시 매일 이어붙이는 것뿐이다.
사람이 사는 데 있어 어려운 일이 어디 한 두개겠냐만은, 나에게 가장 큰 취약점은 "인간 관계"다. 내가 무너지는 순간들은 언제나 빠짐없이 사람에게서 온다. 아마 어릴 적부터 사람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늘 꾹꾹 숨겼다.본능적으로 알았던 게 아니었을까. 그걸 드러내는 순간 그들의 마음이 내가 가진 마음에 미치지 못하다는걸 깨닫게 되면 나는 늘 깨진다는 걸.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순 없다는 것. 친구든, 연인이든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비슷하게 이어진다는 건 정말 축복이라는 것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느낌으로 산다는 건 정말이지 괴롭다. 그래서 모두와 잘 지내지만, 그 이상은 주지 않는 느낌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쓰는 것만큼 그들은 나에게 관심주지 않는 걸 느낀다는 건 괴로우니까.
2022년 11월 16일. 강점코치과정(GGSC)을 듣기 위해 새로 검사한 강점 리포트에서 3년 전 top5에 있었던 [최상화] 재능 테마가 21번으로 멀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풀어서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재능테마가 대체했다. 내 강점 top5 중 원래는 없었다가 혜성같이 등장한 [사교성]
말그대로 native-strengths가 아닌, 어느 지점 이후에 생긴 강점이어서일까. 자연스럽지만, 사실은 어디서 빌려와 쓰는 기분이 드는 건.
[사교성]이 주는 가장 치명적인 맹점은 사람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불편한 모먼트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먹먹해지는 그 공기를 버틸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꽤나 솔직한 사람이지만, 내가 직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에는 조건이 있다.
“내가 하는 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람 (이유 없는 비난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사람)“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지언정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가 잘 되길 바랄 사람“
사실, [사교성]이라는 것은 내가 그 정도의 믿음으로 선 안에 들여놓은 사람, 그 밖의 사람들과의 관계다.
아는 사람은 많지만,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 그걸 반증한다.
선 밖의 사람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건 쉽다. 수많은 것들 중 아주 작은 공통 파이를 어떻게든 찾아 쪼개 나누어 먹는 것.
문제는 그 파이를 먹는 모습을 통해 같은 “동족”임을 확인하고 선 안에 들이는가 마는가. 마음을 한번 준 사람을 잃는 것은 나에게 큰 리스크이다. 그렇기에 선 안에 들일 사람을 신중하게 고민한다.
강점코칭에는 가장 큰 전제조건이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확신하는 것, 그리고 그 재능 테마를 강점으로 개발하게 돕는 것“
내 강점이 정말 나에게 좋을 것인가하는 의심. 강점 코치로써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야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강점 리포트를 받고, 누구나 지나갈 과정이기에 머리 속에 드는 생각들을 그냥 풀어내기로 했다.
깊은 터널 속에서 복잡한 생각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낼 곳은 언제나 글쓰기 밖에 없었으니까.
강점이 “사교성”인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것]으로 향하는 길에서 쏟아내는
앞뒤없는 글들이 누군가, 그리고 몇년 후의 나에겐 소중한 기록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