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못하는 딸이 걱정되는 부모님이다.
어릴 때부터 청소가 습관화되어 있지 않았다.
옷도 그냥 바닥에 벗어두고, 설거지도 쌓이면 치우고. 19살 때부터 혼자 살았는데 아직도 이렇다. 한 번에 하면 될 텐데, 이게 자꾸만 나중에 하면 되지에 익숙해져서 그렇다.
이런 나를 가장 걱정한 건 우리 엄마였다. 너 결혼하면 어떻게 살래. 너 결혼하면 진짜 엄마 욕먹는다!!라고 매번 나만 보면 닦달했다. 엄마가 저럴 때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라는 마음에 매번 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남편을 불러 내가 청소를 잘 못하니까 혹시 너무 힘들면 청소도우미를 부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다. 그래서 그 날 집에 가서 그 얘기를 장난스럽게 던졌는데 엄마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엄마는 정말로 내가 걱정된다고 했다. 네가 청소를 못하는 걸로 시어른들한테 트집 잡힐까 봐 걱정되고, 그걸로 받을 스트레스가 속상하다고 말이다. 세상에. 우리 엄마에게 청소는 정말 큰 일이었던 거다. 나에게는 그저 사소한 일상에 지나지 않았는데, 청소는 엄마의 얼굴이었고 가정교육이었고 앞으로 내 결혼생활의 순탄함을 알리지는 지표이기도 했다.
청소가 중요 업무인 엄마에게 나의 게으름은 정말 큰 문제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우리 엄마는 집사람이라서, 집 청소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엄마는 집안일로 평가받고 인정받았다. 그게 엄마의 삶이었는데, 내가 너무 엄마의 청소를 우습게 생각했고 엄마의 걱정을 가볍게 생각했다. 엄마의 세상에서는 정말 큰일이 었던 거다.
이 철없고 생각이 가벼운 딸은 그제야 엄마한테 진심으로 미안했다. 내가 엄마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려는 노력도 안 했다는 게 미안했다. 집안일이 너무나 중요했던 엄마는 자신을 떠나 독립하려는 딸을 어떻게든 시댁의 눈총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어서 그렇게나 애를 태웠던 거다. 속상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했다.
큰 일을 치르면 어른이 된다는데,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엄마의 삶이 너무나 작았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엄마가 안쓰러웠고 슬프기도 했다. 엄마의 세상을 좁게 만든 나의 존재 대한 죄송함도 계속해서 떠오른다.
남편은 하도 우리 부모님한테 들어서인지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게 3진 아웃 규칙을 정해줬다. 이걸 못 지키면 화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리모컨은 1번 선반, 자동차 키는 2번 선반, 쓰레기는 이렇게 정리, 밥 먹고 난 뒤 정리는 이렇게. 무슨 유치원생 교육시키는 건가 싶었지만 생각보다 지키는 건 어렵다. 그래도 남편이 정해준 규칙을 열심히 따르려고 하고, 또 우리 엄마 아빠 속 안 타게 열심히 집안 청소도 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다보면 늘겠지.